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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신현림의 매혹적인 시와 사진 이야기 #10. 전쟁 속에서 그들은 어디로 갈까


- 스탠리 그린, 김상훈, 노순택, 에릭 보들레르

서울 하늘은 어두운 코발트색을 뿌린 듯하다. 문득 이북 하늘은 공해가 없어 더 푸르고 아름답겠지. 이북 하면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구나. 가족과 떨어져 홀로 공부하던 어머니는 1.4후퇴 때 남한으로 밀려 내려와 가방마저 소매치기 당하셔서 가족사진이 없다. 곱씹어서 이북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보지만 아련한 슬픔만 일렁인다. 하지만 이북 하면 나는 금강산밖에 가보질 못했다. 금강산에서도 안내요원의 여성을 통해 이모 향기를 맡아볼까, 해서 가까이 다가갔으나, 고모 향기도 나지 않았었다. 미인에다 성품도 ‘짱’인 여동생이 외할머니를 닮았다 하니 이리저리 모습을 그려볼 뿐이었다.
 
엄마는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하늘나라로 가셨다. 엄마가 얼마나 이북 가족을 그리워했는지 나는 안다. 살아서 다시 못 만나는 아픔이 얼마나 깊고 슬픈지도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어떡하면 상처와 고통을 줄일까 고민을 했다. 엄마만큼은 아니래도, 나도 통일에 대한 염원이 남다르다. 통일되면 외가 식구를 도우라는 엄마 유언을 따르려고 계속 기도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점점 사느라 바쁘고 기억도 희미해져 슬프다. 그 아픔 중의 작은 이야기 하나를 최근에 나는 시 ‘그 슬픈 돈뭉치’를 썼다.
 
은행도 없던 시절 시골 약사셨던 엄마는
환자 고쳐 버신 돈을 늘 신문지에 싸서 두셨다.
통일되면 외가 식구 나눠주려고 모으셨다.
 
돈은 때로 사람을 찌르는 흉기인데
나눠주려는 돈은 그토록 따스하고 말랑말랑하였다.
 
엄마 돌아가신 후 발견한
먼지 가득한,
그 슬픈 돈뭉치

 
통일 후에 외가 식구를 구하는 일은 나와 자매들과 남동생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이렇게 전쟁은 자손대대 깊은 슬픔을 남겨준다. 지금부터 살필 스탠리 그린, 그 사진 속 총 든 아이들 등은 돈과 얽힌 전쟁의 희생자들이며, 고생하는 민중의 표상이다. 전쟁은 모든 풍경을 변화시키고 사람의 정신과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건물, 사람들, 그리고 죽음의 흔적. 구소련의 일부인 코카서스 산맥 지역은 석유 매장량이 많아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아브하즈 공화국, 그루지야 공화국, 아르메니아 공화국,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은 소련 붕괴 이후 영토 분쟁이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서 지구는 더 오염되었는데 그 큰 원인은 군사 산업 목적으로 지은 많은 공장에서 내버린 폐기물 때문임을 우리가 똑바로 보고 깨우쳐야 할 것이다. 스탠리 그린은 전쟁의 원인과 효과에 대한 사진 에세이를 진행 중이다.
 사실 산다는 게 총성 없는 전쟁이긴 하다. 언젠가 동대문 디디피(DDP) 독립출판 마켓장에 내 <사과여행>사진집을 낸 사월의 눈 출판사를 응원할 때도 전쟁이란 생각이 들었다. 독립출판사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처음 알았다. 빽빽하게 출판 용사들이 많이 모인 곳에 정성 들여 만든 책을 봤을 때 참으로 가슴이 애잔하였다. 저마다 살아내려 애쓰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어느 해 충무로 갤러리토픽에서 김상훈 "가자전쟁, 미로의 벽" 展을 보면서도 눈시울이 뜨거웠다. 피로 얼룩진 아픈 사람들을 똑바로 보기는 어렵다. 나이 들면 아픔에 강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픈 것은 나이 들수록 상처에 강한 것은 결코 아님을 살면서 더 깨닫는다. 가자전쟁의 참상과 난민의 일상을 촬영한 사진 40점을 처음 공개한 김상훈 작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의 역사를 가진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사진들이 고귀하고 숭엄하게까지 느껴졌다. 그의 사진은 사이언스지 전쟁 특집호 표지로도 실린 바도 있다.
 
유대인과 무슬림이 서로 유혈 충돌을 벌이는 성지, 예루살렘 중심에 '통곡의 벽'이 있다, 팔레스타인은 그 벽을 '차별장벽'이라 부른다. (예루살렘에 있는 통곡의 벽은 유대인과 무슬림의 성지가 겹쳐서 유대인과 무슬림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상징적인 유적지이고, '차별장벽'은 팔레스타인을 감싸고 있는 콘크리트 장벽, 즉 이스라엘은 '보안장벽'이라 부르고 팔레스타인은 '차별장벽'이라 부르는 벽입니다.) 수천 년간 자유를 누린 땅에서 쫓겨나 생활고에 시달리며 경제력, 군사력이 훨씬 나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가자지구 사람들은 피할 곳도 없이 내몰렸다. 김상훈 작가는 설 자리를 잃은 이들의 참담한 삶과 가녀린 희망을 사진 찍었다. 그의 사진을 생각하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팔레스티나 민족시집>을 다시 찾아 보았다. 새삼스럽게 가슴이 턱 막히도록 아팠다.
 
그러나 나는
울타리 밖으로 문 밖으로 쫓겨난 자
그대의 두 눈 속에 나를 숨겨다오.
그대가 있는 곳 어디든 나를 데려가다오.
그대가 무엇으로 되어 있든 나를 데려가다오.
얼굴과 몸에 따뜻함을,
마음과 눈에는 빛을,
일용할 양식에 소금을 그리고 음악을,
대지의 흙 내음과 그리고 조국을 되찾기 위해서.
그대의 두 눈 속에 나를 숨겨다오.
나를 슬픔의 오두막집에 대한 기념물이 되게 하고
나를 비가의 한 구절이 되게 하며
나를 미래의 세대를 위한 집의 한 장식물, 한 벽돌이 되게 하라.
나는 그대를 본다.
샘이 깊은 우물 속에서
바닥이 나 버린 곡물 창고에서
나는 그대를 본다.

 
위대한 시인 네루다를 떠올리게 할만치 큰 에너지를 가진 마흐무드 다르웨시가 24세 때 낸 시 <팔레스티나에서 온 연인>의 일부다. 그의 시는 거의 모든 팔레스티나인에 의해 암송된다. 내가 느끼는 이슬람은 만평하나 때문에 총질해 죽이거나 참수시키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시를 암송하는 민족이구나 아, 참. 어디에서든 시를 읊고 사랑하지. 내가 미처 생각지를 못했음을 깨달았다. 몇 년 전에 이라크에서도 벽에 시인들의 시가 낙서처럼 가득했다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시는 사람의 영혼을 달래고 길을 비추는 등불이다. 그래서 전쟁터에서는 더욱 생존의 암담함을 시를 읊거나 버티면서 이겨내는 거라 생각된다. 세상의 비극은 대부분 타인을 인정하지 않아서 오는 거라 생각한다. 나는 가톨릭 신자지만, 남의 종교도 존중하며 함께 잘 어울려 살길 바라는 하느님으로 안다. 하느님은 피차 사랑하길 바라신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다큐멘터리 사진이란 말이 1920년대 생긴 후에 현대 사진계는 자칫 소홀하게 대하는 면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술사진계에는 중요한 작가들에 의해 소외된 집단이나 분쟁 전쟁의 기록을 예술적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노순택 작가는 당연히 여기는 분단 현실을 다룬다. 피부처럼 익숙하지만 익숙해선 안되며, 제대로 우리 안을 들여다보라는 각성을 준다. 노순택은 “사회가 썩어야 예술이 잘 된다. 서울은 많이 썩었기 때문에 예술이 잘 될 것이다.” 백남준(1932~2006)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의 ‘2014 올해의 작가’ 수상소감을 위트있게 표현했었다.
 
“수상한 시절에 수상한 작업으로 수상까지 했다.”
 
평택 대추리 미군 기지, 북한 아리랑 공연, 용산 참사, 연평도 포격사건 등에서 그가 찍어온 수많은 그의 사진들은 지난 20년의 한국 현대사의 증언록이란 점에서 고맙고 귀한 자료다. 그는 21세기 무기자랑 축제가 당연시되는 것에 대해 파괴의 악순환을 막는 의심이 절실함을 말한다.
 다음 작품은 에릭 보들레르(Eric Baudelaire) ‘The dreadful details’ 2006. 영국 프리즈 아트 페어에서 가장 인상 깊던 사진 중 하나였다. 그런데 감쪽같이 속았다. 연출된 전쟁 사진이었다. 그는 전쟁 사진의 진면모를 보이기 위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장소나 배우를 캐스팅해서 만든다. 어쨌든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관객이 속았으니 좋은 작품이다.
 
분단의 아픔. 삼촌과 이모들, 그의 자식들, 나의 이종사촌들과 부둥켜안을 기쁨의 날이 언제 올는지, 더 세월이 흘러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야 하는데……. 다들 오래 사셔야 될 텐데.
 
모든 추위와 혼란이 끝나고 헤어진 가족의 아름다운 만남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동안의 사무침조차 곱게 흘려보낼 수 있으리.
 
작가소개
시인. 사진가. 미대 디자인과 수학, 국문학과와 디자인대학원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작가로 다양한 매니아층이 있다.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에 아픈 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를 냈다.
영상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신현림의 미술에서 읽은 시』
힐링에세이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서른, 나에게로 돌아간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세계시 모음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1, 2권 『사랑은 시처럼 온다』 등
동시집으로 초등 교과서에 동시가 실린 『초코파이 자전거』 『옛 그림과 뛰노는 동시 놀이터』 『세계 명화와 뛰노는 동시 놀이터』와
역서로는 『예술가들에게 슬쩍한 크리에이티브 킷 59』 『Love That Dog』 등이 있다.
 
사진가로 사진가로는 낯설고,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삶의 관점을 보여준 첫 전시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전 이래 사과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성찰'을 펼쳐, 세 번째 사진전 <사과밭 사진관>으로 2012년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한국 대표 작가 4명중에 선정된 바 있다. 4번째 사진전 <사과여행>사진집은 일본 교토 게이분샤 서점과 갤러리에 채택되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사과, 날다- 사과여행 #2>전을 열고, 사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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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