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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서열 367위 밖 두 시자쥔, 베이징·상하이 시장 벼락출세

중국 수도 베이징과 경제 중심지 상하이에 같은 날 새 시장이 취임했다. 20일 해당 지역의 인민대표대회에서 선출된 차이치(蔡奇·61) 베이징 시장과 잉융(應勇·60) 상하이 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205명으로 구성된 중국 공산당의 중앙위원은 물론 그 아래 161명의 후보위원에도 포함되지 않는, 권력서열로 치면 367위 이하의 인물이란 점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발탁인 동시에 향후 정치국원(현재 25명) 이상으로 도약할 수 있는 후보군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이런 벼락출세를 설명할 있는 두 번째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방 근무시절부터 함께 한 옛 부하 출신의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인맥)’이란 점이다.
 
차이 시장은 20여 년간 푸젠(福建)성에서 근무하다 1999년 저장(浙江)성으로 옮겨 항저우(杭州) 시장, 성 조직부장을 지냈다. 85년부터 푸젠에서 근무하다 2002년 저장성으로 옮겨간 시 주석의 동선과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일치한다. 두 살 차이의 시 주석과는 호형호제의 사이로 알려져 있다. 99년 그가 저장으로 간 건 과성(跨省)교류, 즉 지방간 인사교류를 권장한 중앙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푸젠성과 저장성은 지방 간부를 두 명씩 맞바꿨다. 이 때 차이 시장과 함께 저장으로 옮긴 다른 한 명은 현재 중앙선전부 부부장으로 출세가도에 있는 황쿤밍(黃昆明)이다. 반대로 저장에서 푸젠으로 옮겨간 두 사람의 공직생활은 평범했다.

집권 4년간 측근들 등용한 시진핑
차이치 시장, 시 주석과 호형호제
잉융 시장, 파출소 말단 공안서 시작
시 주석 옛 부하, 수도·경제수도 장악


차이 시장은 저장성 조직부장 시절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블로거이기도 했다. 팔로워 가운데 한 여성이 “공무원인 내 아들이 술이 약한데 회식·접대로 매일 만취해 들어온다”는 민원성 댓글을 올리자 그 아들을 찾아내 술을 안마셔도 되는 보직으로 바꿔줬다는 일화도 전해져 온다. 하지만 2014년 중국판 국가안보회의(NSC) 격인 국가안전위원회 판공청 부주임으로 발탁돼 중앙무대로 옮겨온 뒤 그의 SNS 활동은 사라졌다. 신설된 국가안전위의 실세 자리를 관련 경험도 없는 지방 간부에게 맡겼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깊은 신임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시진핑 체제 4년 동안 부성장-국가안전위 판공청 부주임-베이징 부시장-베이징 시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머잖아 정치국원급인 베이징 당서기로 올라가고 5년 뒤에는 상무위원도 넘볼 수 있는 나이라는 게 홍콩 언론들의 분석이다.

잉 시장은 시 주석의 저장·상하이 시절을 함께 했다. 말단 파출소 공안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시 주석의 저장성 재직 시절인 2003∼2007년 성 기율위원회 부서기와 감찰청장, 고급인민법원 원장 등을 맡으며 신임을 얻었다. 그는 시 주석이 2007년 상하이 서기로 이동하자 그를 따라 상하이로 옮겨가 고등인민법원장과 당 조직부장, 부서기를 차례로 거쳤다.
 
장쩌민 인맥 상하이방 세력 약화
잉 시장의 발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하이가 시 주석과 대립 구도에 있는 ‘상하이방’(幇·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의 아성이기 때문이다. 물러난 양슝(楊雄·63) 전 시장 역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가까운 상하이방 인맥으로 분류된다. 시 주석이 자신의 심복인 잉 시장을 상하이 시장에 앉힌 것은 1989년 장 전 주석 집권 이래 당에서 공고한 계파를 형성해 온 상하이방의 세력 약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뿐 아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4년여 동안 31개 성·직할시·자치구의 1인자인 당서기나 2인자인 시장·성장을 차례차례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했다. (그래픽 참조) 일찌감치 구이저우(貴州)성 서기로 발탁돼 지도자 수업을 쌓고 있는 천민얼(陳敏爾·56) 이 대표적이다. 저장성 선전부장으로 시 주석의 신문 연재 칼럼 초고를 집필한 천 서기는 조만간 정치적 비중이 더 큰 광둥(廣東)성 서기로 승진할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

시 주석의 옛부하나 측근들이 지방 서기나 성장 자리를 꿰차는 건 지난해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한 당 지도부의 권력재편이 이뤄지는 올 하반기의 제 19차 당대회, 나아가 시 주석의 후계 구도를 내다보는 포석을 지방 간부로부터 시작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국가지도자는 2∼3 곳 이상의 지방 근무를 통해 지도자 수업을 쌓고 능력이 검증된 사람 가운데서 발탁하는 게 불문율이다. 허베이·푸젠·저장·상하이를 거친 시 주석 본인이 대표적이고 허난·랴오닝을 거친 리커창(李克强) 총리나 티베트·구이저우를 거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역시 예외가 아니다. 포스트 시진핑의 구도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의 미래 지도자는 현재의 지방 지도자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지방서기·성장 62명 중 53명 교체
62명의 지방 서기·성장 중 시 주석 취임 이후인 2012년 11월 이후 교체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9명(성장에서 서기로 승진한 경우 포함)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상당수는 조만간 연령 등의 이유로 물러날 사람들이다. 새롭게 서기·성장에 오른 사람 중에는 차이 시장이나 잉 시장처럼 중앙후보위원에도 들지 못한 ‘뉴 페이스’가 16명이다. ‘지방 서기·성장=중앙위원 이상’의 등식이 대부분 지켜졌던 중국의 역대 정권에선 유례가 없던 일이다. 시 주석이 그만큼 전례에 얽매이지 않고 새 피를 수혈하는 인사를 통해 자신의 후계 구도를 구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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