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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가족, 참 어렵다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명절을 앞두고 쓴 칼럼에서 여러 차례 “결혼 언제 할 거니, 아이는 언제 낳을 거니 묻지 마세요”라고 했던 사람으로 할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언젠가부터 명절에 만난 부모님이 “요즘 만나는 사람 있니?”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물어봐도 난리(표현 순화했음), 안 물어봐도 난리냐”는 엄마의 호통이 들려오는 듯하다. 변명하자면 가족이라 그렇다. 제발 내 일에 관심 갖지 말았으면 간절히 바라다가도, 진짜 관심이 없어 보이면 내 편이 영원히 사라진 듯 마음이 허하니 참 어렵다, 이 관계.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단지 세상의 끝’(사진)에 나오는 프랑스 가족도 만만치 않다. 서른네 살의 잘나가는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의사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고 12년 만에 가족을 찾아간다. 고향 집에서는 어머니(나탈리 바예)와 여동생 수잔(레아 세이두), 형 앙투안(뱅상 카셀)과 형수 카트린(마리옹 코티아르)이 기다린다. 가족과 연을 끊고 홀로 성공한 루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오랜만에 재회한 가족의 감동적인 화해극을 기대하면 절대 안 된다. 이 영화로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20대 악동 감독 자비에 돌란은 작정한 듯 불편한 영화를 만들었다. 대사 사이사이 긴 침묵이 흐르고, 느닷없이 회상 장면이 등장하며, 화면은 과도한 클로즈업으로 채워진다. 형은 가족을 내팽개치고 떠난 동생이 못마땅하고, 여동생은 얼굴도 희미한 오빠가 반가우면서 원망스럽다.

그래서 계속 서로를 공격하며 상처를 준다. 엄마와 형수가 분위기를 바꿔보려 하지만 잠시뿐. 스물 몇 살의 루이가 왜 집을 떠났는지, 그사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친절한 설명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가 끝날 즈음 알 것만 같다. 저들이 왜 저렇게 서로에게 화를 내다 갑자기 마주보고 한없이 다정한 미소를 짓는지를.

혹시 설 명절에 가족이 함께 이 영화를 보러 가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를.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를 고른 거냐” 싸움 날 확률 90% 이상이다. 단지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지낸 명절이라면, 혹은 마음 한구석을 다치고 귀향하는 길이라면 한번쯤 영화관에 들러도 좋겠다. 우리가 서로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그 말을 영화 속 어머니가 들려줄 테니.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해. 하지만 널 사랑해. 이 마음만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어.”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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