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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세 가지 오답에 대한 변명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지난 19일 새벽 닭이 울기 전까지 나는 선배들의 세 가지 질문에 즉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결과적 오답을 냈다. 세 가지 질문은 이거였다. ①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친 것은 특검 말대로 정말 기절할 만한 증거들이 있기 때문인가 ②담당 판사의 결정으로 이 부회장이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에 인치돼 수의를 입고 대기한다는데 사실인가 ③영장은 기각될까, 발부될까.

국민연금 압수수색 때부터 영장 치지 않을 수 없는 구도
대통령 수사 땐 확실한 증거 확보해 수사결과로 말해야


나는 “증거가 많지 않고서야 특검이 글로벌 기업 총수에게 직권남용죄보다 형량이나 비난 가능성이 훨씬 큰 뇌물죄의 옷을 갈아 입혀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또 “실질심사 대상자는 대개 검찰청이나 인근 경찰서에 사복 차림으로 인치한다. 구속 결정이 난 것도 아닌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되물었고 “영장 발부” 쪽에 섰다. 그날 오전 4시50분에 나온 결과는 아시다시피다.

굳이 오답에 대해 변명하자면 이렇다. 특검이 호기 있게 430억원대 뇌물 공여 혐의로 영장 청구를 강행할 때는 그 적부(適否)를 떠나 시민이 모르는 결정적 한 방을 갖고 있으리라고 짐작했다. 적어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 간의 ‘찐한 썸’ 관계 증거가 포착됐나 보다 했다. 지금? 반성한다. 사실 그날 만난 박 특검 측근의 증언을 나는 간과했다.

“지난달 28일 새벽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그는 처음엔 극구 부인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 지시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토록 했다고 실토했다. 그날 밤을 새운 박 특검이 측근에게 ‘나, 이재용 구속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의감과 공명심이 강한 박 특검이 그때 심증을 굳혔고 20여 일 뒤 현실이 됐다는 의미다. 현판식 날 국민연금과 삼성그룹 압수수색에 나설 때부터 그림이 그려져 있었을지 모른다. 박 특검은 설사 기각이 되더라도 영장을 치지 않을 수 없는 구도라고 했다고 한다. 대검 중수부장 때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리 혐의로 구속했던 경험을 가진 그가 파죽지세의 특검 분위기에 촛불 민심의 소망까지 얹어 승부수를 던진 것을 탓할 순 없다. 다만 특검이 뇌물죄 프레임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 정점인 대통령 조사 후 대기업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전략을 썼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구치소 인치도 사실이었다. 담당판사가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하기로 결심하고 일부러 쇼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확인해 보니 특검 사무실의 상황과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이화여대 교수, 전·현직 고위 공무원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배경이야 어떻든 차가운 감방에서 잠시나마 수의를 입고 가슴 졸였던 쓰라린 기억이 이 부회장에게 쓴 약이 될 수도 있으니 그건 다행이다.

기각은 의외였다. 뇌물수수자 조사 없이 공여자에게 먼저 영장을 청구한 건 편법이다. 하지만 사법부가 영장을 기각하고 쏟아질 비난을 감당하려 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솔직히 더 컸다.

이번 수사의 본류인 박근혜 대통령 직접 조사를 코앞에 둔 특검이 지금부터 할 일은 명백하다. 확실한 뇌물죄 증거를 확보해 수사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다음 조언을 되새기면서.

“처음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시작할 때 여론의 95%가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쟁으로 번졌다. 고비가 두 번 있었다. 수사 도중 노 전 대통령에게 간 뇌물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20억+α’가 흘러간 단서가 나왔다. 여론은 수사하라고 난리를 쳤지만 하지 않았다. 그 다음 큰 고비는 노 전 대통령 사저 압수수색 문제였다. 수사팀 회의에서 내가 ‘2838억원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마당에 사저 압수수색까지 꼭 해야 하느냐’고 반대했다. 사저를 압수수색해 봤자 현금, 패물, 그림·조각 등이 나올 텐데 망신주기밖에 안 된다고 봤다. 수사엔 금도가 있다. 그때 잘했다고 지금도 자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땐 수사팀이 예우를 해 주지 않는 걸 보고서 큰일 나겠지 싶었다.”(당시 문영호 주임검사·현 변호사)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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