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건 반 전 총장 측의 반응이다. “이 사건을 전혀 아는 바 없으며, 보도된 대로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면 엄정·투명히 절차가 진행돼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 바란다”는 언급이 전부다. 기상씨 부자는 로비 과정에서 ‘가족’이란 말을 다섯 번이나 썼다고 한다. 유엔 수장의 친동생이 형을 팔아 글로벌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게다가 경남기업은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고(故) 성완종씨가 이끈 기업이다. 성씨는 2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반 전 총장을 후원한 것 때문에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은행원 출신인 기상씨가 건설업체인 경남기업의 고문을 맡고, 건물매각에 연루된 것도 반 전 총장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데도 “난 모르는 일”이란 식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 전 총장이 정말 몰랐다면 유엔 수장으로 친인척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만으로도 큰 문제다. 만약 알았다면 어디까지 알았으며 왜 막지 못했는지 해명하고, 기상씨에게 “미국에 자진 출국해 조사받으라”고 명해야 한다.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와 농단에 고통 받아온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다.
반 전 총장 본인도 23만 달러 수수 의혹 보도에 대해 형사 고소라도 해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안 그러면 ‘반기문 바람’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