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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말곰탕·옥돔국·갈치국…속 풀다가 술잔 기울이겠군요

| 제주 해장국 8선

제주는 술맛 나는 섬이다. 산이며 바다며 아름다운 풍경에 물맛까지 좋으니 그야말로 술이 술술 넘어가는 섬이다. 제주는 해장의 섬이다. 어부의 해장 음식이었던 물회, 갯바위에 흔한 보말(고둥)이나 게로 국물 낸 칼국수 등 각양각색 해장 문화가 있는 섬이다. 그래도 찬바람 부는 겨울날 술꾼의 빈속을 달랠 해장 음식으로는 해장국을 따라올 만한 것이 없다. 제주의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속풀이 해장국들을 모았다. 구수하고 시원한 그 맛에 끌려 다시 술잔을 기울일지도 모르겠다.
 
 
잔칫날의 추억 - 몸국
제주에서 결혼식은 곧 마을 잔치였다. 혼례는 장장 사흘간 이어졌는데, 첫 날은 돼지를 잡고 둘째 날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마지막 날 혼례식을 올렸다. 제주 사람들은 돼지의 모든 부위를 살뜰히 먹었다. 고기는 수육으로 먹고, 내장과 피는 수애(순대)를 만들었다. 고기 삶은 물 한 방울도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었다. 고기 국물에 바다에서 뜯은 몸(모자반)을 넣고,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끓인 음식이 바로 몸국이다. 몸국은 호화로운 고깃국이었고, 잔칫날 술 때문에 고생한 속을 달래는 해장 음식이었다. 마을 잔치 같은 성대한 혼례 문화는 사라졌지만 잔치 음식 몸국은 살아남았다. 몸국은 이제 제주 사람의 든든한 한 끼 식사이자 인기 있는 해장국이다. 제주시 동문시장에 시장 상인의 사랑방 같은 식당 ‘자연몸국(064-725-0803, 7000원)’이 있다. ‘육지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맛이다. 제주산 돼지 사골로 국물을 내고 제주산보다 식감이 부드러운 추자도산 몸을 넣는다. 식탁이 6개뿐이다. 포장도 된다.



 
평범한 것의 특별함 - 각재기국

제주에는 ‘작아도 돔, 그래도 자리’라는 말이 있다. 돔과 자리는 잡기만 하면 돈이 되는 환금성(換金性) 물고기였다. 그래서 어부는 월척보다 크기가 작더라도 돔이나 자리를 낚길 바랐다. 돔과 자리가 이렇게 어부의 환대를 받은 반면 천대를 받은 물고기도 있다. 각재기(전갱이)다. 뭍에서는 일본어 ‘아지’라고도 불린다. 제주 바다에 널리고 널린 각재기는 그물에 걸려도 버리고 오는 물고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재기의 위상이 달라졌다. 구수한 각재기국으로 속을 푸는 술꾼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앞다퉈 각재기를 잡는다. 제주의 애주가들이 각재기의 신분 상승을 이끈 셈이다. 각재기국은 평범한 제주 식재료의 집합체와 같다. 제주 사람이 기본양념으로 쓰는 된장을 풀고 텃밭에서 기른 배추를 너푼너푼 썰어 넣으면 끝이다. 각재기국 전문점 ‘앞뱅디식당(064-744-7942, 7000원)’이 제주시 연동에 있다. 제주도청·제주관광공사 등 주변 관공서 공무원이 단골손님이다. 각재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다.


 
제주의 소울푸드 - 콩국

뭍사람에게 콩국은 여름 별미다. 얼음 동동 띄운 찬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다. 제주 사람에게 콩국은 겨울 음식이다. 밥과 함께 먹는 뜨거운 국이다. 육지에서는 보통 10월께 콩을 수확하지만 제주는 12월이 돼야 콩을 딴다. 해콩 가루를 물에 조금씩 넣으면서 덩어리가 몽글몽글 생기게 끓인다. 식감은 비지찌개와 비슷하지만, 비지와 달리 제주 콩국은 콩의 영양분이 온전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창현(44) 켄싱턴제주호텔 주방장은 “콩국은 제주 여염집의 가정식이자 해장국이다. 아버지는 술 드신 다음날 어머니에게 어김없이 콩국을 주문했다”고 회상했다. 의외로 제주에서 콩국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기는 어렵다. 제주 향토음식 명인 1호로 지정된 김지순(81)씨가 운영하는 제주시 애월읍 ‘낭푼밥상(064-799-0005, 2만9000원)’이 겨우내 콩국을 메뉴에 올린다. 제주 재래콩으로 만든 콩국은 진하고 풋풋하다. 전복찜·돼지고기 등 제주 식재료로 만든 전채요리가 함께 나온다. 제주 밭에서 자란 산듸(밭벼)로 밥을 짓는다.



 
물질로 길어온 바다 - 오분자기뚝배기

바릇(바다의)국은 갯것을 몽땅 넣어 끓인 제주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릇국의 현대 버전이 해물뚝배기다. 게·새우·조개 등으로 우린 국물에 제주 된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간을 맞춘다. 해장하러 갔다가 칼칼한 국물 맛에 다시 술을 주문하고 만다는 마성의 음식이다. 제주 해물뚝배기는 전복과 성게 알을 기본 재료로 쓴다. 전복은 씹는 맛을 더하고, 성게 알은 국물을 달큼하게 한다. 진짜 제주식 해물뚝배기를 맛보고 싶다면 오분자기 뚝배기를 추천한다. 오분자기는 전복과 생김새가 흡사하지만 전복보다 껍데기가 매끈하고 살이 쫀득쫀득하다. 전복은 양식이 가능하지만, 오분자기는 해녀의 물질로만 잡을 수 있다. 오분자기뚝배기를 내는 식당으로 서귀포시 ‘진주식당(064-762-5158, 1만8000원)’이 유명하다. 열흘에 한 번 해녀에게 오분자기를 받는다. 조애숙(74) 사장은 “예전에는 돈이 없어 못 먹었는데, 이제 돈을 줘도 못 먹을 만큼 오분자기가 귀하다”고 말한다. 방문 전 주문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게 좋다.


 
말고기 해장국 - 말곰탕

제주는 가위 말의 고장이다. 전국 2만6000여 마리 말 중에 1만5000마리가 제주에 있다. 예부터 제주에 말고기를 즐기는 식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말은 쓰임이 많아 잡아먹는 일이 드물었다. 1990년대 들어 말고기 전문점이 하나 둘 늘면서 말고기는 제주를 대표하는 별미가 됐다. 현재 제주에 말고기를 다루는 음식점이 50여 군데 있다. 육회·구이 등 다양한 음식을 내지만, 이중 애주가가 관심을 가질 만한 메뉴는 말곰탕이다. 말고기를 푹 고아 만든 국이다. 쇠고기는 지방률이 10%에 이르지만 말고기는 2%에 불과하다. 그만큼 말곰탕은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식당 ‘신라원(064-739-3395, 1만원)’은 화·금요일에 30개월 미만의 어린 말 한 마리씩을 도축해 들여온다. 식당 직원들끼리 회식 다음날 해장 삼아 말고기 육수를 나눠 먹었던 데 착안해 말곰탕을 만들었다. 고기를 20시간 푹 삶아 국물을 우려낸다. 고기에 박힌 힘줄을 제거해 육질이 부드럽고, 비린내도 없다.



 
왕중왕 해장국 - 옥돔국

제주에서 ‘생선’으로 부르는 생물은 단 하나다. 옥돔이다. 고등어·멸치 등 나머지 어류는 물고기로 통칭한다. 옥돔은 제주에서 귀히 여기는 식재료다. 살짝 말려서 구운 옥돔구이는 제사상에도 올린다. 제주에서는 예부터 생물 옥돔을 구한 날 국을 끓여 먹었다. 제주 주당들 사이에서 명품 해장국으로 통하는 ‘생선국’, 즉 옥돔국이다. 생선을 통째로 넣은 맑은 국은 뭍사람에게는 낯설지만 제주 사람에게는 익숙하다. 뭍에서는 흔히 생선으로 찌개를 끓이거나 조림을 한다. 강한 양념으로 생선의 비린 맛을 감추기 위해서다. 반면 신선한 생선을 구할 수 있는 제주에서는 단순하게 국을 끓인다. 옥돔국도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우유를 탄 듯 뽀얀 국물은 비리지 않고 구수하다. 옥돔국을 다루는 음식점이 많지만 제주 현지인에게 특히 이름난 곳이 서귀포 표선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표선어촌식당(064-787-0175, 1만2000원)’이다. 1998년부터 한자리를 지켰다. 냉동 옥돔은 쓰지 않고 ‘당일 바리’라고 부르는 갓 잡은 옥돔만 다룬다.


 
속이 개운한 맛 - 갈치국

흔히 제주에서 난 갈치를 은갈치, 남해에서 잡은 갈치를 먹갈치로 부른다. 제주 갈치는 은빛을 띠고 남해 갈치는 거무튀튀하다. 제주에서는 갈치를 낚싯대로 잡아 비늘이 온전하다. 대형 선단이 근거지를 둔 통영이나 목포는 그물로 잡아 비늘이 벗겨진 갈치가 유통된다. 그래서 제주 갈치가 보기 좋고 몸값도 높다. 뭍사람의 갈치 조리법은 단순하다. 구워서 담백한 살을 즐기거나 매콤하게 졸여 밥반찬으로 쓴다. 반면 제주 갈치 요리는 다채롭다. 신선한 갈치를 회로 뜨고 찜통에 쪄서 갈치찜으로도 먹는다. 추위가 찾아오면 갈치로 국을 끓인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도 넣는다. 봄에는 봄동, 겨울에는 늙은 호박을 곁들인다. 갈치 전문 식당으로 서귀포시 ‘네거리식당(064-762-5513, 1만3000원)’이 있다. 매일 서귀포 어시장에서 생물 갈치를 들여와 머리와 꼬리 부분을 제외하고 갈치 몸통으로만 국을 끓인다. 한 그릇에 갈치 세 토막이 들어 있다. 청양고추를 넣은 국물은 맵싸해서 먹고 나면 이마에 땀이 맺힌다.



 
추울수록 진해지는 맛 - 장대국

화려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물고기가 있다. 늘씬한 선홍색 물고기 양태다. 제주 사람은 양태를 두고 장대 혹은 장태라 부른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장대는 동해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물고기지만 제주에서는 고등어만큼 흔하다. 제주 사람은 고양이에게도 장대를 던져주지 않는다. 워낙 살이 적어서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고양이에게 주기 아까운 게 장대다. 봄 산란을 앞두고 장대가 몸집을 불리기 때문이다. 통통한 겨울 장대는 보통 국으로 끓인다.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양념하고 갓 수확한 겨울 무를 잔뜩 썰어 넣으면 완성. 먹기 전에 다진 마늘과 파를 곁들인다. 제주시 삼도2동 ‘정성듬뿍제주국(064-755-9388, 8000원)’이 장대국 전문 식당으로 이름났다. 손님 열에 아홉은 제주도민이다. 겨울철에는 손님의 절반이 장대국을 주문한다. 테이블마다 술잔을 나누지 않는 손님이 없다. 멜(멸치)조림·자리젓 등 모든 반찬을 직접 만든다. 브레이크 타임(오후 3시~5시 30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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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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