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매거진M] 해직 언론인 사태, 그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꺼내야 할 이야기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1월 12일 개봉, 이하 ‘7년’)에서 7년은, 낙하산 사장(구본홍 전 YTN 사장)에 반대한 YTN 기자들이 해직된 2008년부터 이 다큐가 완성될 즈음인 2015년까지를 말한다. 그 사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공영 방송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 김진혁 감독

‘7년’은 정권과 유착한 공영 방송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로 인해 해직된 기자들이 어떤 시간을 겪었는지 차분하게 되짚는다. 그들은 자신의 소명을 다하려 애쓴 언론인이었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며,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이 다큐가 고발성 콘텐트 이상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김진혁(43) 감독의 힘이 컸다. 그는 ‘감성 지식’이란 말을 탄생시킨 TV 프로그램 ‘지식채널ⓔ’(2005~)를 만든 EBS의 스타 PD 출신. 2013년부터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7년’을 보고 나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은, 해직 언론인들의 얼굴 때문이었다. 베테랑 기자의 결기 어린 얼굴, “좋은 뉴스 만들어 보자고 한 게 결국 이것이었느냐”고 탄식하는 얼굴, 투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지쳐 가는 얼굴…. 김 감독은 전국언론노동조합, 각 방송사 노조 등에서 촬영한 영상을 제공받아 이 다큐를 만들었다.

‘7년’을 완성하기까지는 햇수로 2년이 소요됐다. 총 제작비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스토리펀딩, 인터넷 독립 언론 매체 ‘뉴스타파’,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받은 지원금 등 1억원가량 들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예종 캠퍼스에서 만난 김 감독은 “2014년 연출 제의를 받은 후 길게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자료로 사용할 영상이 많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이 컸을 것 같다.
“다큐 구성은 두 축으로 구상했다. 하나는 2008년부터 일어난 해직 언론인 사태를 연대순으로 보여 주는 것. 또 하나는 그 사이사이에 해직 기자들의 개인사를 녹이는 것. 이 사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전반적인 상황을 전해 관객이 이해하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해직 기자들의 사연을 들어 보면 ‘공정한 언론 보도’라는 대의보다 직업적 소명이 부각돼 있더라.
“맞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그들은 투사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저 비상식적 관행에 맞서 ‘언론인’이란 직업적 소명을 지키려는 분들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거창한 대의를 좇기에 앞서, 자신의 직업적 소명에 충실한 그 모습이 더 위대해 보일 것이라 봤다. 그 부분에서 관객과 교감할 만한 지점도 있는 듯하다. 그들을 보며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해직 언론인들이 7년 동안 겪은 변화가 눈에 띄더라. 시간이 흐르며 그들의 표정은 담담하고 초연하게 바뀐다.
“편집하다 보니 그런 표정들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는 상황을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포기했으며, 누군가는 분노하고 슬퍼했다. 그렇게 바뀌어 가는 얼굴들이 이 시대를 압축해 보여 주는 것 같더라. 해직 기자들과 함께 파업 투쟁에 참여했던 당시 YTN 신입 기자의 변화하는 얼굴도 담고 싶었는데 분량이 넘쳐 덜어 냈다.”

-그토록 노련한 기자들이 복직되지 못한다. 그러한 상황이 ‘공영 방송사 인사 체계는 왜 저토록 폐쇄적인가’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은 없나’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키더라.
“일단 공영 방송사 시스템이 의외로 허술하다. 언론인도 결국 회사 직원이기 때문에 사측이 징계를 내리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사측에서 뜻대로 인사 발령이나 징계를 내리면 노조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게 되고, 그러면서 3심까지 시간을 끄는 거다. 이렇게 7~8년이 지나가지 않았나.”

-해직 언론인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낙하산 사장’이었다.
“맞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사의 사장 선임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KBS의 경우, 사장 선출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총 9명의 이사회를 구성한다. 국회의장이 국회 교섭 단체와 협의한 3인,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추천한 3인, 대통령이 임명한 3인이다. 이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기자들이 정권에 ‘알아서 기는’ 보도를 하게 되는 구조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현재 ‘언론장악방지법’이 발의됐지만,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쳐 5개월 넘게 계류 중이다. 이 법은 공영 방송과 정권의 유착을 제지하는, 그다지 공격적인 법안도 아닌데 말이다.”

-이 다큐에서는 ‘해직 언론인 사건이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 문제로 이어졌다’고 말하는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내용은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언론의 오보였다. 이게 세월호 참사의 핵심 원인은 아니지만, 이 보도 때문에 많은 혼선이 일어났다.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말이 나온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언론이 왜 그런 식으로 불리게 됐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단순히 유가족이 언론에 분풀이한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 나간 기자들은 ‘전원 구조가 아니다’라고 수차례 보고했지만, 데스크가 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여기에는 정부 보도 지침을 따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경험 많고 ‘일 잘하는’ 데스크가 있었다면, 이렇게 큰 오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7년’ 연출에 착수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대규모 촛불집회가 일어나는 등 시국에 큰 변화가 있었다.
“다큐 완성 직전까지도 결말에 촛불집회 장면을 넣으라는 얘기를 들었다(웃음).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시절에 이 작품을 기획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사회 전반에 숨통이 트인 것 같아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제야 들려주게 된 해직 언론인 이야기가 관객에게 와 닿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들이 겪은 7~8년이 그저 지워져도 되는 시간은 아니지 않나.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그 존재를 되새겨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위로가 되지 않을까.”

-공영 방송이 신뢰를 잃으면서 JTBC, SBS 등 민영 방송사의 위상이 높아졌다.
“JTBC 보도국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1992~)팀 모두 사회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청자 입장으로 봐도 아주 잘 만든 콘텐트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공영 방송이 필요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공영 방송은 공적 영역에서 언론계의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언론 산업이 발달한 미국조차 공영 방송을 유지하는 이유다.”

-개인적 이야기를 해 보자. 2013년 EBS 퇴사 후 한예종 교수로 부임했는데.
“2008년 ‘지식채널ⓔ’에서 광우병 사태를 다룬 후, 징계의 의미로 다큐팀을 떠났다가 2012년 복귀했다. 1년간 반민특위(反民特委·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관련 애니메이션 다큐를 준비 중이었는데, 2013년 수학교육팀으로 발령이 났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파견’ 형태로 다큐팀에 돌아갔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수학교육팀으로 보내더라.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예종은 영상 제작이 곧 연구 실적이기 때문에 솔깃하기도 했고(웃음).”

-그동안 딱딱하지 않은 다큐,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짧은 다큐 등을 만들어 왔다. 그 속에는 언제나 ‘상식’이란 기준이 자리하고 있었고. 바로 그게 김진혁 감독의 스타일 아닐까.
“다큐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상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각각의 결을 파악해 그 본질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만한 ‘상식적 논리’라는 틀은, 내게 늘 중요했다. 그것을 나만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정치·사회·과학·역사 등 수많은 주제를 다큐에서 다뤄 왔다. 어떤 주제에 어떻게 꽂히나.
“40대가 되어 변한 것이 있다. 예전엔 하나의 주제를 취재·연구해서 분명한 구성에 녹이는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명료한 주제와 형식이 우선이었달까. 요즘은 ‘해결되지 않은 것’ ‘어그러져 버린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말을 해야 하는 주제 말이다. 지금 시대의 절망감, 무너져 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 작품의 주제가 될 것 같다.”

글=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이소정(STUDIO 706)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