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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국무장관 같은 매티스, 국방장관 같은 틸러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를 책임질 두 수장의 스타일이 뒤바뀌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전세계 모든 현안을 군사력으로 해결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외교전의 사령관 격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군사적 위협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는 비효율적”이라고 단언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과 12일 각각 상원 외교위·군사위 청문회에서 드러난 두 사람의 철학이다. ‘미친개(Mad Dog)’로 불리던 매티스는 소프트파워도 함께 구사하는 전략적 대응을 강조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가로 치켜세웠던 틸러슨은 힘을 전면에 내세우는 강골 외교전을 예고했다. 청문위원들이 각각 9시간에 걸쳐 파헤친 결과로 보면 매티스는 국무장관 같은 국방장관이고, 틸러슨은 국방장관 같은 국무장관이다.
틸러슨과 매티스는 미국이 나서야 세계가 평화로워진다는 전통적인 개입주의 전략에선 같다. 틸러슨은 “쉽게 말해 미국이 전세계에서 유일한 수퍼 파워”라고 답했다. 매티스는 “미국은 국제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떻게 미국의 책임을 구현할지를 놓곤 답변 내용에서 차이가 컸다.

틸러슨은 ‘힘’을 바탕에 깔았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 “나라면 다르게 했을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비군사적 대응을 비판했다. 틸러슨은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에) 상응하는 군사력을 보여줘 여기서 멈추라고 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미군과 나토의 감시 전력과 공군 전력을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지대에 투입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에 군사 무기를 제공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중부군사령관을 지낸 매티스는 ‘최강 미군’을 강조하는데선 분명했다. 그는 “우리 군은 최고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최고의 지휘를 받으며 최상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촌이 미국을 스스로 따라오게 하는 설득력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근본적인 힘은 위협(intimidation)과 감화(inspiration) 두 가지라고 믿는다”며 “나는 위협의 분야에 있어 왔고, (이를 통해)우리의 이상인 민주주의를 지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후자는 지난 20여년간 거의 구사하지 않았다”며 “감화의 힘은 때론 (위협의 힘 만큼)강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위 청문회에서 샘 넌 전 상원의원(민주당)은 “매티스는 학자이자 전략가”라며 “우리 군의 엄청난 힘과 책임을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군이 모든 도전에 대응하는 주된 수단이 될 수 없음도 알고 있다”고 호평했다.

남중국해를 놓고서도 매티스와 틸러슨의 강도가 달랐다. 둘 다 중국을 비판했다. 그런데 틸러슨은 11일 답변에서 “중국의 인공 섬 접근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 상대로 구사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전면 거부하고 거꾸로 중국을 상대로 반접근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남중국해에서 해·공군력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중국 해군을 막는 방법밖에 없다. 중국과 일전불사다. 하지만 12일 매티스는 군사위 청문위원들이 틸러슨 답변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국무부·재무부·국방부의 정책을 통합하게 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핵심은 공해는 공해라는 점”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번영을 이끌 규범을 고안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매티스에 비해 틸러스가 너무 많이 나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가 기권한 유엔 안보리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 결의를 놓고도 틸러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을 비판했던 존 케리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은 문제가 많다”고 공개 비판했다. 반면 매티스는 “나는 안보리 결의에 대해 권위가 있는 (공식)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매티스는 “이스라엘의 수도는 텔 아비브”라고도 답했다. 이스라엘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공식 인정하면 텔 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야 하는데 팔레스타인은 이를 강경 반대해 왔다.

두 사람의 청문회장 분위기도 전혀 달랐다. 틸러슨은 민주당 팀 케인 의원의 속사포 질의에 “아는 바 없다”는 단어를 네차례나 반복했다가 화가 난 케인으로부터 “답할 내용이 없는거냐 아니면 답변을 거부하는거냐”는 추궁을 당했다. 반면 매티스는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의원이 “장군, 내가 장관으로 부를까요?”라며 청문회 통과를 기정사실화할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앵거스 킹(무소속) 의원은 “매티스 장군, 당신이 돌아와 이 나라에 봉사할 수 있게 돼 참으로 기쁘다”고도 환영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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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