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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엔 돌려줘라…사드배치는 지지” 여야 오간 반기문

반기문(얼굴)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정치교체’를 화두로 대선가도에 뛰어들었다. 12일 인천공항에서 반 전 총장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10년 만의 귀국 일성으로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아시아나항공편에 동승한 중앙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교체를 위한 전략과 구상의 일부를 드러냈다. 먼저 그는 자신을 “진보적인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부산 소녀상 철거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 및 재벌 개혁 문제에 있어 여야를 넘나드는 입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만약 (일본이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라 거출한) 10억 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돈을 돌려줘야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소녀상과 10억 엔을 연계한 이면합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10억 엔 반환을 요구하는 야권 인사들의 주장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었다.

반 전 총장은 “재벌이 모든 걸 통제하니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다”며 “재벌 개혁은 불가피하다”고도 말했다. “재벌의 영향이 너무 커 계층 간의 갈등이 생긴다. 하청업체에서 (대기업과) 같은 일을 하는데 60%의 임금만 받으면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사회”라면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 임기를 마치고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공항에는 400여 명의 환영 인파가 몰렸다. [영종도=김상선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 임기를 마치고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공항에는 400여 명의 환영 인파가 몰렸다. [영종도=김상선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선 “지지한다. 한·미 동맹은 가장 중요한 방위축”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철회 압박과 관련해선 “한·중 관계는 한국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도 중요하다.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어느 한쪽 진영에 쏠리지 않고 사안별로 다른 답을 내놓은 반 전 총장은 결국 제3지대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만나서 실질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나를 지탱해 줄 정당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국민 통합과 사회·경제적 대타협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와도 같이 일할 용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바른정당 후보로 나설 생각은 안 해 봤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은 기존 정당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46년 외교관 생활을 끝내고 정치 신인으로 새 출발 하는 그의 앞길은 민주당의 검증공세 등으로 인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반 전 총장이 국민 경청 행보를 마치는 설 연휴(1월 30일)까지 앞으로 2주 동안 집권 비전을 제대로 제시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정반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2월 위기설’도 여의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당장 반 전 총장의 소녀상 발언과 관련,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 같다”며 “ 중요한 것은 12·28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상황 악화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불과 3~4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반 전 총장에겐 시간이 가장 큰 변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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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울=이상렬 특파원, 정효식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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