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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합 내세운 반기문 “난 진보적인 보수주의자”

 
이상렬 특파원, 귀국길 동승 인터뷰
10년 만의 귀국행 비행기에서 만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일성은 “두렵다”였다. 반 전 총장은 “많은 사람이 변화를 희망한다. 내가 그 변화와 희망을 잘 대변할 수 있을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도 ‘세계 각국 정상들이 인정한 지도자’를 다른 대권 주자가 갖지 못한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는 “기회가 돼 내가 국민의 신임을 받으면 떨어진 국가 신인도를 바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서울까지 14시간의 장거리 비행, 그는 3시간만 눈을 붙였다. 비행 도중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쓴 『제4차 산업혁명』을 숙독했다. 반 전 총장과의 기내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 임기를 마치고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공항에는 400여 명의 환영 인파가 몰렸다. [영종도=김상선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 임기를 마치고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공항에는 400여 명의 환영 인파가 몰렸다. [영종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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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장으로서 업적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억울하고 야속하다. 그렇게 사람의 진심을 폄훼할 수 있나. 복합적인 국제 정치 상황에서 나오는 좌절을 내게 쏟아낸다. 금융위기 이후 내가 당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자고 한 것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유엔 직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뿌리 뽑기 위한 개혁도 열심히 했다. 유엔본부에 윤리국장직을 신설했고 재산공개제도1년에 걸쳐 해냈다. 철밥통을 깨기 위해 직원들의 보직 이동제도 관철시켰다. 그렇게 했더니 직원들이 (나를) 불신임 결의하더라. 자신들을 못살게 군다고. 그리고 내가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퍼뜨렸다. 나에 대한 비판은 주로 영미 계통 언론들이다.”
유엔 사무총장과 대통령은 다르다.
“사무총장은 협상과 중재, 조정을 하지만 대통령은 통치를 한다. 저는 사무총장 10년을 하면서 각국의 실패와 성공을 봤고 수천 명의 지도자를 만나 보고 느꼈다. (대통령을 잘할) 자질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 도움을 받으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기대치가 요즘 자꾸 떨어져 나간다. 국가신인도가 떨어지면 투자가 안 들어오고 경제가 안 된다. G20 등 국제 무대에서 세계 지도자들과 어울려 한국 대통령이 어느 정도 위상을 갖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5년 내 안 될 수도 있고 마이너리그에 속할 수도 있다. 많은 정상이 제게 덕담을 꽤 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 관계가 참 좋겠다고. (내가 되면)한국과 믿고 거래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느낄 거다.”
반 전 총장과 인터뷰하는 이상렬 특파원(오른쪽).

반 전 총장과 인터뷰하는 이상렬 특파원(오른쪽).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나.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못 산다.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 그러자면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 지금 특권계층이 너무 많다. 심지어 노동계도 특권층이 있다. 5년 내 힘들지 모르지만 기틀은 마련해야 한다. 아니면 선진국 문턱 넘어가기 힘들다. 나는 모든 걸 버릴 각오가 돼 있다. 지도층에서 희생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
“사람들은 저를 보수주의자로 본다. 하지만 대한민국 지도자 중에 저처럼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이도 별로 없다.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빼놓고. 저는 진보적인 보수주의자다. 유엔에서 성소수자(LGBT)와 장애인·여성의 권리를 적극 옹호했다. 각국에 사형을 유예하도록 권장하는 유엔의 결정도 내 임기 때 이뤄졌다. 저는 진보와 보수를 다 아우를 수 있다.”
바른정당에 들어가 후보가 되는 시나리오는.
“지금 당장은 어떤 정당에 바로 소속한다는 생각을 않고 있다. 언젠가는 저를 지탱할 정당과 조직이 있어야 하겠지만. 국가 통합과 대타협을 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과는 누구와도 같이 일할 용의가 있다.”
김종인·손학규·안철수 등을 만날 것인가.
“만날 용의가 있다. 만나야죠. 시간이 없으니까 실질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는.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재벌이 모든 걸 통제하니까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다. 재벌의 영향이 너무 크다. 거기서 계층 간 갈등이 생긴다. 하청업체에서 (대기업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60%의 임금을 받으면 그게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사회다. 거기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합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위안부 문제로 제가 상당히 비판을 받았는데 억울한 면이 있다. 한·일 양국이 오랫동안 현안이었던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뤄낸 것 자체를 평가하고 환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뭐가 잘됐는지 얘기한 것이 아니다. 만약 (일본 정부의) 10억 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건 잘못된 거다. 그러면 차라리 돈을 돌려줘야지. 그건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런 건 단호해야 한다.”
사드 문제는.
“사드는 북핵 문제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보는 ‘두 번 다시’가 없다. 경제정책은 수정도 할 수 있지만 안보는 한 번 당하면 두 번째가 없다. 그런 면에서 사드 배치를 지지한다. 한·미 동맹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방위 축이다. 한·미 간에 합의된 것을 문제가 있다고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 전 총장에게 무엇이 두렵냐고 한 번 더 물었다. 그는 이번엔 “사회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한국이 왜 이렇게 됐냐”고 반문하며 “내가 이제 뭘 더 바라고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는가. 나는 명예를 남기는 거지”라고 했다. 그는 “나는 원래부터 허심탄회하게 한다. 두고 보라. 남이 욕을 하더라도 나는 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을 맞이하러 온 인파는 공항에만 400명, 서울역과 사당동 자택에도 각 300명 이 몰렸다. 지지자들은 “반기문! 반기문!” “나라를 구해주십쇼!” 등을 외쳤다. 환영 인파와 취재진에 밀리면서 반 전 총장의 양복 상의 단추가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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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렬·박유미·김상선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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