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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도 반한 한국 AI로봇, 6년 만에 왜 과학관 유물 됐나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도넛 모양을 한 영국의 가정용 데스크톱 로봇 ‘올리’, 일본 파나소닉의 달걀을 닮은 로봇 ‘컴패니언’, 프랑스 스타트업의 발달장애아를 위한 로봇 ‘레카’ 등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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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6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0년 1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를 빛낸 50대 발명품’ 중 하나로 한국산 로봇을 선정했다. 목 위 얼굴만 있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눈썹과 눈꺼풀, 눈동자, 입술이 상황에 따라 움직이며 감정을 표현했다. 또 단어와 문장을 인식해 대화도 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개발사업단이 개발한 영어교사 로봇 ‘잉키’. 타임은 교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어린이들에게 영어 발음을 들려주는 이 로봇을 ‘직업 파괴자’라 소개하며 ‘훗날 외국인 영어교사를 전부 철수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잉키는 이번 CES의 로봇 향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경기도 과천의 국립과천과학관 등 전국 5개 과학관의 전시품으로 ‘모셔져’ 있다. 세계가 주목했던 인공지능 로봇 잉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잉키는 2003년 10월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고, KIST 지능로봇사업단이 2013년 3월까지 10년간 수행한 총 1000억원 규모 기술개발사업의 중간 결산물이었다. 2014년 6월 KIST 프런티어 지능로봇사업단은 “지난 10년간 개발된 지능로봇 핵심 원천기술들을 공개하고 KIST 신기술창업회사 ‘로보케어’를 통해 로봇 ‘실벗3’ ‘메로S’ 등을 제품화했다”고 밝혔다. 사업단은 실벗3와 메로 시리즈에는 사용자의 얼굴과 음성 대화는 물론, 물체까지 인식 가능한 감지 기술과 그래픽 로봇 아바타 기술, 자율 대화 기술 등 총 30종 이상의 검증된 소프트웨어 기술이 탑재됐다고 자랑했다.
거기까지였다. 연구 프로젝트가 끝나 정부가 손을 놓자 실벗과 메로는 진화를 멈췄다. 2013년 3월 사업 종료 후 2년여간 실벗 4대를 덴마크에 수출한 게 고작이었다. 2015년 12월 로보케어의 지분은 국내 중소기업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에 매각됐다. 직원 30명의 민간 벤처기업이 된 로보케어는 지난해 한 대의 로봇도 팔지 못했다.

로보케어 관계자는 “CES에 나가고도 싶었지만 아직은 기술 완성도를 자신할 수 없어 참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의 잘못된 연구개발(R&D) 정책도 로보케어의 운명에 한몫했다. 기초기술 R&D를 담당하는 과학기술부에서 시작한 지능로봇사업단은 정권이 바뀌면서 응용연구개발을 주로 지원하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됐다. 지경부는 사업단에 손에 잡히는 성과를 요구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로봇은 산업부, 인공지능은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뉘어 융합 연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사업단의 로봇을 외면했다. “3~5년 안에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이라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20여 년간 로봇 기술을 축적해 온 일본 혼다 등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는 국내 대기업 자본의 외면과 철학도 일관성도 없는 국가 R&D 정책이 혈세(血稅)가 들어간 연구들을 망쳐놓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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