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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뒤 10~12시간은 쉬어라…일본의 실험

근로 간 인터벌제 도입 확산
‘일벌레’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 중심 사회였던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2015년 덴쓰(電通) 신입 직원이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장시간 과잉근로에 대한 인식이 비판적으로 바뀐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근로제도의 확산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생용품 제조사인 유니팜이 5일부터 15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8시간의 휴식을 의무화하는 등 기업 전반에 ‘근로 간 인터벌(interval)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근로 간 인터벌 제도는 기업이 직원들의 퇴근 후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해 줘 야근한 직원이 출근시간을 늦출 수 있는 근무 형태다. 예컨대 12시간의 최소 휴식시간이 보장됐다면 오후 11시에 퇴근한 직원의 출근시간은 12시간 뒤인 다음 날 오전 11시가 되는 식이다. 1993년부터 이 제도를 의무화한 유럽연합(EU)의 경우 24시간마다 최소 11시간의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회사의 정해진 출근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며 급여도 줄지 않는다.
신문은 또 인력이 많이 필요한 유통·서비스 업종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로 간 인터벌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이나게야의 경우 파트타임 근로자를 포함해 약 1만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10~12시간의 휴식을 보장하기로 했다. 근무 간 인터벌을 지키지 않으면 출퇴근 기록부를 작성할 수 없도록 업무시스템도 교체한다.

지난해 12월부터 9시간의 근로 간 인터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현재 해외 업무 등 일부 부서에서만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앞으로는 촉탁 직원을 포함해 약 1만4000명의 직원 전체에 적용할 예정이다.

초과 근무시간을 근태 관리에 반영해 오던 KDDI는 2015년 7월 근로 간 인터벌 제도를 부분 도입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미쓰비시중공업은 2011년 이 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일본 기업들은 직원들의 신체·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설명한다. 일본에도 주간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노동기준법 36조에 의해 별칙으로 노동시간 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일본정보산업노동조합연합회 등 노동 연구기관은 근로 간 인터벌 제도 등 보완조치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에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도 지난해 5월 노무관리용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과 생산성 향상 설비 구입비용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근로 간 인터벌 제도 확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에 최대 100만 엔의 보조금을 올해부터 지급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당장은 중소기업이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대기업으로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획일적인 업무 방식이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 제도가 초과근무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신문은 제도가 효과를 내려면 ‘초과근무 없는 날’ 등 다양한 제도와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근로시간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당정은 2013년 10월 현행 주당 최장 68시간인 근로시간을 토·일요일 근로를 포함해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이 합의를 근거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권이 ‘노동개혁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근로기준법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다시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선 휴가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근로자가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점이 세계 최장 근로시간 국가라는 오명에 한몫하고 있다. 2014년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근로자당 평균 14.7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돼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날짜는 8.5일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일수록 심해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선 평균 17.9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되지만 사용일수는 48.3%(8.6일)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5년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2위다.

김유경 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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