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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아들의 죽음을 곡하다(哭子)

아들의 죽음을 곡하다(哭子)
- 허난설헌(1563~1589)

 지난해 귀여운 딸을 잃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 보내네.

 서러워라 서러워라 광릉 땅이여

 봉분 둘 나란히 마주하고 섰구나.

 백양나무엔 쓸쓸한 바람

 도깨비불만 무덤 둘레 희미하게 비치네.

 지전 살라 넋을 부르노라.

 맑은 물 올려 제를 지내네.

 너희 넋 동기간인 줄 부디 알아보고

 밤마다 서로 좇아 사이좋게 놀거라.

 비록 배 속에 아기 있지만

 그 아인들 잘 자라기 어찌 바라랴.

 부질없이 황대사 읊조리며

 피눈물로 울음소리 삼키노라.




어린 자식의 무덤 앞에 선 어미의 기구한 정경이 생생하여 이 시는 두고두고 사람을 울린다. 선조 연간의 여성문사 난설헌 허초희의 생애는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유아 사망이 많던 옛날이라고 하나 어린 남매와 태중의 아기까지 연이어 놓치고 무슨 힘으로 견디겠는가. 젊은 어미도 뒤이어 별세하니 난설헌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황대사(黃坮詞)’는 당 고종의 둘째 아들이 지었다고 전하는 비통한 고사의 노래. 자식을 앞세우고 길에서 울고 있는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께 다시 한번 깊이 절한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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