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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이 질긴 정경유착 고리를 끊으려면

김영욱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

김영욱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

교육방송(EBS)의 ‘세상에서 나쁜 개는 없다’는 TV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강아지가 대소변을 가리도록 하려면 배변 패드에 간식거리를 둬야 한다고 가르친다. 패드와 친해져야 패드 위에 올라가 변을 본다는 이유에서다. ‘앉아’라는 훈련을 시킬 때도 놀아주다가 강아지가 앉으면 간식을 주는 식이다.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윽박지르고 혼내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정책당국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반대다. 예컨대 재벌정책을 보면 윽박지르고 혼내는 것 일색이다. 엊그제 문재인 전 대표가 발표한 재벌개혁 방안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재벌 규제안은 대부분 망라됐다. 더불어 노동자추천이사제 등 새로운 규제안이 추가됐다. 요컨대 ‘어기면 죽을 줄 알라’는 의미다. 재벌개혁론자들은 재벌개혁은 왜 늘 실패하는가라고 자문한다. 그러면서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자답한다. 난 정반대다. 규제가 너무 세서다. 규제만 있고 유인책이 없어서다. 그러니 재벌은 늘 규제를 회피하려 들고, 가급적 무효화시키려 든다.

재벌이 종종 비난받을 짓을 하는 건 사실이다. 삼성 문제만 해도 그렇다. 돈을 준 건 대가성이 아니라 강압 때문이었다는 삼성 주장이 맞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1:0.35로 정한 건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물론 삼성은 법에 정해진 대로 삼성물산 1주의 가치를 제일모직 0.35주로 계산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 정도의 기업이라면 법대로만 해선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어야 했다.

2003년 SK 최태원 회장이 구속될 때도 ㈜SK와 워커힐의 합병 비율이 문제가 됐다. 최 회장은 법대로 계산했다고 했다. 하지만 판사는 “법에 따라 평가되는 적정가격 외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 판사가 지금 삼성그룹 사장으로 있으니 법대로만 해선 안 된다는 건 진작 알고 있지 않았을까. 삼성물산 가치를 후하게 쳐줬어야 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기업지배구조원 등이 산정한 1:0.46으로 했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게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조금 줄어들지만(16.5%에서 15.2%로) 그래도 지배권 강화라는 합병 목적엔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삼성 욕심이 분명 과했다.

그렇더라도 사태의 출발점은 재벌의 승계 문제다. 최순실 같은 조폭의 행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건 이 때문이다. 재벌 입장에서 승계란 사활이 달린 문제다. 하지만 법이 너무 엄격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상속세율이 65%나 된다. 오너 지분율이 적은 터에 이만큼의 세금을 내고 나면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하다.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는 까닭이다. 승계 문제가 재벌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은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때로는 오너를 사법처리하고 때론 재단과 기금에 출연을 강요하는 조폭 행태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재벌개혁의 목적은 두 가지다. 재벌기업과 오너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거다. 승계 등 지배구조의 문제다. 둘째는 재벌과 국민경제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거다. 양극화·일자리·동반성장 등의 문제다. 지금까지의 재벌개혁론은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거였다. 유인책 하나 없이 규제 일변도가 된 까닭이다. 재벌개혁이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방향을 틀어야 한다. 우선순위를 만들었으면 한다. 국민 입장에서 중요한 건 두 번째, 양극화 개선과 일자리 창출이지 싶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된 재벌개혁은 강화하자. 반면 국민의 삶과 별 관련 없는 첫 번째, 승계 문제 등은 과감하게 풀어주자. 재벌이 두 번째 목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만들기 위해 첫 번째를 유인책으로 삼자는 의미다. 가령 상속세 인하나 차등의결권제 도입을 생각해 봄직하다. 이렇게 되면 동반성장이나 임금 격차 문제는 꽤 해소된다. 수십 년간 쌓인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어낼 수 있다. 다만 국민 정서가 걸림돌이다. 그러나 국민을 설득해 옳은 길로 이끄는 것도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이다.

김영욱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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