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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일본 총리의 하루, 한국 대통령의 7시간

서승욱 정치부 차장

서승욱
정치부 차장

‘9시31분 자민당 본부 도착, 9시32분 당직자회의, 10시1분 총리관저(집무실 건물) 도착, 10시4분 각의(국무회의) 주재, 10시20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주부산 총영사,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사무차관 면담, 10시50분 나가미네 대사 일행 퇴장…11시40분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 등 일본어를 말할 수 있는 대사들과의 오찬…오후 2시24분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 면담…오후 3시39분 교도통신 인터뷰…오후 6시43분 뉴오타니 호텔 일식당 센바즈루(千羽鶴)에서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우리의 전경련에 해당) 회장 일행과 식사, 오후 9시6분 귀가.’

위안부 소녀상 갈등으로 주한 일본대사와 주부산 총영사가 일본으로 돌아간 이튿날인 10일 아베 신조 총리의 주요 일정이다.

11일자 일본 신문들의 ‘수상(총리) 동정’란엔 출근부터 퇴근까지 20개가 넘는 일정이 분 단위로 빼곡하게 기록돼 있다. 특별한 날이라서가 아니다. 총리의 일정은 매일매일 다음날 신문에 공개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수상 동정’ 보도에 대해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은 “ 언제 누구와 몇 분간 대화했는지를 통해 주변 인물과 총리가 얼마나 친밀한지,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이 얼마나 임박했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일본만큼 총리의 일정이 자세히 공개되는 나라는 별로 없다”고 설명한다.

일본 언론들의 취재 스타일은 극성스럽다. ‘총리의 하루’ 역시 총리관저 출입기자들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수집한 정보를 기초로 작성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총리 측의 협조 없이 이처럼 구체적인 일정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극비 일정 몇 개를 빼고는 국민들에게 24시간 감시당하는 걸 감수하겠다는 총리의 공직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일본 기자들은 총리 관저 1층 로비에서 아베 총리가 출입할 때마다 질문공세를 편다. 하지만 2002년 현재의 총리 관저 건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1층 로비뿐 아니라 집무실 바로 앞 복도까지 기자들이 진을 쳤다. 그래서 과거의 ‘수상 동정’엔 단순 일정뿐 아니라 총리와 기자들의 대화까지 담겼다. 우리로 치면 청와대 본관 2층의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에서 이뤄지는 대통령과 기자들의 대화다.

만약 우리에게도 이런 보도가 있었다면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집무실에 안 나올 수 있었을까. ‘대통령 동정’란에 ‘계속 관저, 오후 3시22분 미용담당 정송주·정매주 자매 입실, 오후 4시37분 두 사람 퇴실,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이후 관저’(청와대 주장 기준)로 보도되는 걸 감수할 수 있었을까. ‘세월호 참사 당일 출근도 안 했다’는 비판에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근무체제”라고 항변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황당하다 못해 이제 딱하기까지 하다.

서승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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