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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손맛은 그대로 가격은 착해졌군요

| 문턱 낮춘 ‘세컨드 레스토랑’
 

셰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도 관심이 쏟아진다. 그런데 이들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은 1인당 식사비용이 10만~20만원이 넘고, 코스요리가 주라서 먹는 데만 2~3시간이 걸리는 ‘파인다이닝’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1~2년 새 셰프들이 잇따라 문턱을 낮춘 ‘세컨드 브랜드’를 열고 있다. 슬리퍼를 끌고 편안한 복장으로 찾아가 술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펍부터 단품 요리에 집중한 전문점까지 종류도 컨셉트도 다양하다.

 

셰프의 ‘세컨드 레스토랑’은 본래 고급 정찬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보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비스트로나 펍으로 문턱을 낮춘 경우를 의미한다.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R』의 이윤화 편집장은 “파인다이닝은 단기간 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때문에 수익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세컨드 레스토랑 론칭은 이미 미국·유럽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식자재와 여러 명의 서비스 인력을 써야하는 파인다이닝은 운영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적으로 가격도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반면 럭셔리 식사를 즐길 만한 고객은 많지 않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셰프들은 파인다이닝을 고집한다. 품격 있는 요리의 정석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문턱을 낮춘 세컨드 레스토랑을 론칭하면 셰프는 수익의 안정성을, 고객은 유명 셰프의 수준 높은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다.

국내서도 몇 년 새 유명 셰프의 세컨드 레스토랑 오픈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파인다이닝의 정찬 코스 요리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단품 메뉴 위주의 비스트로 형태로 오픈하는 게 대표적이다. 가로수길 프렌치 레스토랑 ‘류니끄’의 오너셰프 류태환씨는 인근에 단품 메뉴를 중심으로 한 ‘노멀 바이 류니끄’를 열었다. 한남동 프렌치 레스토랑 ‘수마린’의 이형준 셰프도 같은 건물 1층에 술과 함께 가볍게 단품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에피세리 꼴라쥬’를 운영중이다.

술과 함께 셰프의 요리를 안주로 맛볼 수 있는 펍도 있다. 2002년 서래마을에 프렌치 레스토랑 ‘라싸브어’를 연 진경수 셰프는 12년 만인 2014년 걸어서 4분 거리에 가볍게 와인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비스트로 ‘르쁘엥’을 열었다. 서울과 뉴욕에서 각각 한식당 ‘정식당’과 ‘정식’을 열고 자신만의 한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임정식 셰프는 서울 정식당 1층에 가벼운 안주와 와인을 파는 ‘정식바’를 운영중이다.

현재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전혀 다른 컨셉트의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세컨드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관심 있던 특정 메뉴 또는 식재료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백화점 또는 외부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색다른 대중을 찾아나서는 이들도 있다.

‘서울 퀴진(현대의 서울 음식)’이라는 주제로 본인만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스와니예’ 이준 셰프는 뉴욕에서 쌓은 파스타 메이커의 경험을 살려 수제 파스타 전문점 ‘도우룸’를 운영중이다.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 임기학 셰프는 샤르퀴트리(테린·콩피·파테·발로틴 등 프랑스 전통 육류) 메뉴와 와인·코냑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꺄브 뒤 꼬숑’을 열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 셰프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 이탈리아식 반찬 가게 ‘에오’를 열었다. 라자냐, 해산물 샐러드, 라구 소스(쇠고기로 만든 파스타 소스) 등 이탈리아 요리와 소스를 파는데 식품관 전체 매출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식 요리연구가 이종국씨는 논현동에 있는 호텔 카푸치노와 협업해 1만~2만원대 집밥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에서 격식을 갖춘 레스토랑으로 키워가는 셰프도 있다. 이태원 해방촌 골목에 이탈리안 선술집 컨셉트의 ‘쿠촐로’를 열어 이름을 알린 김지운 셰프는 한남동에 이탈리안 가정식 식당 ‘마렘마’, 도산공원 옆에 리스토란테(비스트로급 이상의 격식을 갖춘 레스토랑) ‘볼피노’를 잇따라 열었다. 김 셰프는 “이탈리아 요리가 워낙 다양해서 각각 다른 컨셉트의 매장에서 성격에 맞는 요리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week&이 유명 셰프들의 세컨드 레스토랑 중 특히 인기 있는 4곳을 소개한다.

 

라싸브어 & 르쁘엥
흰 테이블보가 깔린 룸에서 요리를 즐기는 ‘라싸브어’.

흰 테이블보가 깔린 룸에서 요리를 즐기는 ‘라싸브어’.


진경수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라싸브어’는 2002년 문을 연 서래마을의 터줏대감이다. 상호명 라싸브어(프랑스어로 ‘미식’)가 알려주듯 달팽이·양갈비·푸아그라 등 고급 식재료로 만든 프렌치 정찬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비스트로 펍 ‘르쁘엥’은 커다란 바 테이블에 앉아 술과 요리를 즐긴다.

비스트로 펍 ‘르쁘엥’은 커다란 바 테이블에 앉아 술과 요리를 즐긴다.


반면 ‘르쁘엥’은 이보다는 메뉴가 캐주얼하다. 진 셰프의 수식어 ‘르꼬르동블루 출신의 프렌치 오너셰프 1세대’라는 것만 떠올리면 스테이크 정도의 프랑스 단품 요리는 있겠지 하겠지만 의외의 메뉴가 많다. 해물을 넣은 라면, 고소한 오징어 튀김 같은 포장마차 메뉴부터 피시앤칩스, 라자냐 같은 서양 가정식 요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물론 흔하고 간단해 보이는 이 요리들도 진 셰프만의 레서피로 만들어 맛도 생김도 새롭다. 예를 들어 오징어 튀김은 껍질째 썬 오징어를 먹물을 넣은 반죽에 넣고 튀겨 더 고소하고 바삭하다.
 
라싸브어의 코스 요리. 영동 사과쥬스, 가리비 관자, 한우 1++ 안심 스테이크.

라싸브어의 코스 요리. 영동 사과쥬스, 가리비 관자, 한우 1++ 안심 스테이크.


라쓰브어와 르쁘엥, 다른 컨셉트의 두 매장을 함께 운영하며 얻는 시너지 효과가 의외로 크다고 한다. 메뉴가 겹치지 않아 라싸브어에서 식사를 하고, 르쁘엥으로 옮겨 간단하게 술과 음식을 즐기는 단골 고객이 많다. 1++등급 한우 등 최고급 식재료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우 라구소스 펜네 파스타

한우 라구소스 펜네 파스타


두 식당의 메뉴 90%를 라싸브어 주방에서 만들고, 르쁘엥에선 간단한 조리만 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격은 1만~2만원대. 10만원 안팎(저녁 기준)의 코스만 있는 라싸브어의 3분의1 수준이다. 술은 100여종의 와인에 맥주·위스키를 추가했다. 편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로 룸을 없애고 바와 테이블만 있다.
 
르쁘엥
서초구 사평대로 18길 38 3층, 02-537-3339, 오후 5시30분~새벽 1시, 먹물오징어튀김 1만4000원, 노르웨이 연어 샐러드 1만4000원, 한우 라구소스 펜네 파스타 2만9000원, 해물라면 9000원, 발렛 주차(3000원).


 
류니끄 & 노멀 바이 류니끄
우아한 분위기의 ‘류니끄’

우아한 분위기의 ‘류니끄’


류태환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가로수길 프렌치 레스토랑 ‘류니끄’는 『미쉐린가이드 2017 서울』편과 ‘2015 아시아 베스트50’에 선정될 만큼 이미 국내외에서 유명하다. 한국 제철 식재료를 일본·프랑스식 조리법으로 요리하는데 모양만 봐서는 전혀 맛과 재료를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분자요리를 선보인다. 점심엔 18가지, 저녁엔 25가지 코스로 차려내는데 평균 식사시간만 3시간이 걸린다.

류 셰프는 “단골손님들 중에 때론 긴 코스가 부담스럽다며 3~4가지 요리만 콕 집어 배불리 먹고 싶다고 제안한 분들이 많았다”며 단품 메뉴로 구성된 레스토랑을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노멀 바이 류니끄’는 알록달록 네온사인으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렸다.

‘노멀 바이 류니끄’는 알록달록 네온사인으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렸다.


비스트로급 식당인 ‘노멀 바이 류니끄’에선 파스타·샐러드·스테이크 같은 친숙한 단품 요리 위주로 메뉴를 구성했다. 5~6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코스메뉴도 판다. 물론 국내산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류 셰프만의 원칙은 동일하다. 단품 메뉴의 가격은 1만~3만원대. 점심에는 크림치즈와 호두로 속을 채운 치즈 라비올리와 토마토 버블 샐러드 등 단품 메뉴에 와인을 곁들여 먹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와인은 잔이나 병으로 각각 주문할 수 있고 코스를 시키면 요리와 어울리는 3잔의 와인을 페어링(5만원)할 수도 있다.
 
치즈 라비올리

치즈 라비올리


두 매장의 거리가 90m로 가까워 류 셰프가 수시로 양쪽을 오간다. 홀에서 주방이 보이지 않는 류니끄와 달리 노멀 바이 류니끄는 오픈 키친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방에 숯불 그릴 섹션이 있어 모든 육류는 참숯으로 굽는다. 고기를 구울 때마다 진동하는 고기 굽는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흰색 벽과 네온사인 장식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든다.

 
노멀 바이 류니끄
강남구 압구정로10길 42, 02-6405-9279, 낮 12시~오후 10시30분(주말은 오전 11시부터), 토마토 버블 샐러드 1만8000원, 치즈 라비올리 1만5000원, 드라이에이징 오리와 오렌지 퓨레 3만2000원, 발렛 주차(3000원).



 
스와니예 & 도우룸
블랙으로 실내를 세련되게 꾸민 ‘스와니예’.

블랙으로 실내를 세련되게 꾸민 ‘스와니예’.


『미쉐린가이드 2017 서울』편에서 별 1개를 받은 서래마을 ‘스와니예’는 ‘서울 퀴진(현대 서울 음식)’이라는 컨셉트로 한국 식재료를 프랑스·이탈리아·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방식으로 요리하는 컨템퍼러리 레스토랑이다. 이준 총괄셰프는 2013년 12월 오픈한 이래 3개월마다 새로운 코스 메뉴를 보여줬다. 미국의 세계적인 요리학교 CIA 출신인 이 셰프는 뉴욕에서 일하는 동안 미쉐린 3스타 셰프인 토머스 캘러가 운영하는 ‘퍼세’와 그곳 헤드 셰프가 독립한 후 오픈한 레스토랑 ‘링컨’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링컨에선 1년간 파스타를 전문으로 만들었다.
 
주방·도우룸(반죽하는 공간)을 모두 오픈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강조한 수제 파스타 전문점 ‘도우룸’.

주방·도우룸(반죽하는 공간)을 모두 오픈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강조한 수제 파스타 전문점 ‘도우룸’.


이 셰프가 그때의 노하우를 살려 오픈한 ‘도우룸’은 수제 파스타 전문점이다. 그는 파스타의 매력으로 “입에선 친숙하지만 면의 모양 등 창작 범위가 넓어 만드는 재미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이곳의 파스타는 우리가 아는 파스타와는 모양이 다르다. 정사각형의 시트를 막대기로 말은 원통형 파스타 ‘가르가넬리’, 말발굽 모양으로 구부러진 파스타 ‘카바텔리’ 등 다양한데 모두 매장에서 직접 반죽·성형한다.
 
비스큐 소스를 곁들인 블랙페퍼 카바텔리

비스큐 소스를 곁들인 블랙페퍼 카바텔리


현재 12종류의 파스타를 판매중인데 각각의 파스타 모양에 맞는 소스와 부재료 또한 다르다. 가격은 1만~3만원대. 이 셰프는 “앞으로는 가짓수는 줄이고 그날그날 새로운 모양의 파스타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와인은 잔과 반 병, 한 병 단위로 주문이 가능하고 맥주 종류도 다양하다.

스와니예처럼 주방과 도우룸(생면 반죽 공간)이 모두 오픈돼 있다. 고객 입장에선 식사하며 공연 구경하듯 요리 과정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리석 테이블과 포인트 벽지, 조명으로 밝고 경쾌하다.

 
도우룸
서초구 동광로99 2층, 02-535-9386, 낮 12시~오후 10시(오후 3시~6시 휴식 시간), 오징어먹물 카펠리니 1만90000원, 비스큐 소스를 곁들인 블랙페퍼 카바텔리 2만20000원, 발렛 주차(3000원).


 
수마린 & 에피세리 꼴라주
별실에서 최대 8명이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수마린’.

별실에서 최대 8명이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수마린’.


한적한 한남동 뒷골목을 핫한 거리로 이끈 ‘수마린’은 이형준 셰프가 운영하는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즐겨먹는 닭모래집, 푸아그라, 대구·가리비 같은 각종 해산물로 만든 정찬 요리를 선보인다.
 
탁 트인 홀 좌석만 있어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브라세리 펍 ‘에피세리 꼴라주’.

탁 트인 홀 좌석만 있어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브라세리 펍 ‘에피세리 꼴라주’.


지하 1층에 아지트처럼 비밀스럽게 숨은 수마린 위에 캐주얼한 퓨전 요리를 만날 수 있는 브라세리 펍(간단한 단품 식사 메뉴와 맥주·와인을 파는 식당) ‘에피세리 꼴라주’가 있다. 이 셰프는 “손님들에게 좀 더 다양한 프랑스 요리를 소개하기 위해 다른 컨셉트의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며 “에피세리 꼴라주는 수마린의 캐주얼한 버전으로 프랑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요리를 낸다”고 설명했다.

 
컬리플라워 로티

컬리플라워 로티


덕분에 에피세리 꼴라주에선 국내서 쉽게 보지 못했던 메뉴들이 많다. 컬리플라워 로티는 모로코식 요리다. 이 메뉴는 요거트와 파프리카 파우더, 올리브 오일에 하루 동안 절인 컬리플라워를 통으로 구워낸다. 똑같은 메뉴를 수마린 코스와 에피세리 꼴라주에서 내는데 각각 맛이 다르다. 예를 들어 학꽁치 요리의 경우, 수마린의 것은 소금과 향신료를 덜 사용해 간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다. 반면 에피세리꼴라주의 것은 간을 세게 해서 맥주 안주로 먹기 좋다.

모든 메뉴 가격은 1만~4만원대. 브런치 메뉴가 다양해 주말 오전엔 가족 단위 고객도 많다. 와인은 반 병, 한 병 단위로 주문할 수 있고 맥주 종류도 다양하다. 지하에 있는 데다 짙은 회색 벽과 어두운 조명으로 비밀스런 공간 같은 수마린과 달리 에피세리 꼴라주는 빈티지 포스터와 드라이플라워로 장식해 오래된 카페 같은 느낌이다. 테라스가 있어 개방적인 분위기다.
 
에피세리 꼴라주
용산구 한남대로20길 47-24 1층, 070-4104-7278, 오전 11시~오후 11시(오후 3시30분~5사30분 휴식 시간), 컬리플라워 로티 1만8000원, 학꽁치요리 1만6000원, 꼬꼬뱅 3만원, 발렛 주차(3000원).


글=송정·홍지연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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