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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구역 침범 군용기, 알고보니 핵탑재 가능 ‘중국판 B-52’

  중국, 핵탑재 가능한 H-6 폭격기로 KADIZ 침범했다
지난 9일 중국 군용기 10여 대가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한·중·일 군용기 50여 대가 대한해협 상공에서 대치했다. 중국은 이례적으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훙(轟·H)-6 폭격기(사진) 6대를 동원했다.

지난 9일 오전 10시, 공군에 비상이 걸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항공기 2대가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들어온 것이 레이더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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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K·KF-16 등 공군 주력 전투기 10여 대가 긴급 발진해 대응에 들어갔다. 확인 결과 이 항공기들은 중국 해군항공대 소속이었다. 중국 군용기는 오후 3시까지 1~2대씩 KADIZ에 진입했다. 이렇게 KADIZ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모두 10대가 넘었다. 이 중 훙(轟·H)-6 폭격기 6대, 윈(運·Y)-8J 조기경보기 1대, 윈-9JB 전자정보 정찰기 1대 등 8대는 대한해협 쪽으로 이동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도 들어갔다. 이들은 쓰시마(對馬島) 인근을 지나 동해까지 비행한 뒤 U턴 해서 동중국해로 되돌아갔다. 일본은 전투기 26대를 출동시켰다. 한때 대한해협 상공에서 50대 안팎의 한·중·일 군용기들이 근접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후 8시30분 중국 군용기의 JADIZ 진입 사실을 발표했으나 그때까지 군은 관련 사실을 감추고 있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에 접근하는 항공기를 미리 식별하기 위해 그은 가상의 선이다. 이어도 부근 상공은 한·중·일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쳐져 있다. 중국 군용기가 일본 쪽으로 가기 위한 길목이기도 하다. 국방부 당국자는 10일 “과거 KADIZ로 진입하는 중국 폭격기는 소수였다”며 “이번에 6대의 폭격기가 진입한 것은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중국 측은 KADIZ 진입 목적을 묻는 우리 측에 “자체 훈련”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장광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H-6는 ‘중국판 B-52(미국의 대표적 전략폭격기)’라고 불린다”며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미국이 B-52를 한반도에 배치하듯 중국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무력시위를 하기 위해 H-6를 대규모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입 규모나 시간으로 봐서 단순 훈련이나 정찰이 아니라 경고장”이라며 “중국에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6는 1950년대 개발된 소련의 Tu-16 폭격기를 중국에서 면허생산한 폭격기다.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 전까지 중국에서 유일한 핵 투사 수단이었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H-6의 탑재 무기 중 사정거리가 1500㎞ 이상으로 추정되는 창젠(長劍·CJ)-10 순항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H-6의 최신형인 H-6K의 경우 공중급유를 받으면 중국에서 4800㎞ 떨어진 괌의 미군 기지도 타격할 수 있다.

중국이 냉전시대 소련의 전략폭격기 무력시위 전략을 따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련은 전략폭격기를 미국 동맹국 방공 영역에 진입시키는 무력시위를 자주 했다. 냉전이 종식된 뒤 한동안 잠잠해졌다가 2007년 8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재개했다. 특히 2008년 2월 9일 사건은 유명하다. 당시 러시아의 Tu-95 전략폭격기 2대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동북쪽 JADIZ에 진입했다.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이 폭격기들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650㎞쯤 떨어진 이즈(伊豆) 제도 인근까지 접근했다. 일본이 영공이라고 주장하는 곳이었다. 단 2대의 러시아 전략폭격기를 쫓아내려고 일본은 F-15J 전투기 22대와 공중경보통제기 2대를 동원했다. 두 달 후인 그해 4월 러·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북방 4개 섬의 반환을 요구하려던 일본 측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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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함 3척도 대한해협 통과
일본 방위성은 10일 오전 중국 해군 소속 보급함 1척과 이를 호위하는 프리깃함 2척이 동해를 따라 남쪽으로 항해해 대한해협 동수도(일본명 ‘쓰시마해협’)를 통과한 뒤 동중국해로 향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언론들은 “대한해협 동수도 통과가 국제법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방위성이 중국 함정들의 항로를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공식별구역(ADIZ)
영공 방위를 위해 영공 바깥 상공에 설정한 구역. 국제법상 영공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어느 나라든 외국 군용기가 무단으로 진입할 경우 퇴각을 요청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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