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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오른 무, 가중치 0.6 …김치가 금치 돼도 물가는 그대로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로 집계됐다는 내용의 통계청 발표를 접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이들이 적지 않다. 물가상승률 1%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수준. 그런데 소비자들은 지난 1년간 마트나 시장에서 배추·무 등을 살 때마다 깜짝 놀랐다. 가격이 너무 올라서다. 소비자들의 ‘느낌’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통계청의 물가지수 산출 과정에 오류가 있었던 걸까. 둘 다 아니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기준이 되는 460개 품목에 차별적으로 부여하는 가중치 때문에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사이에 괴리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소비 비중이 큰 460개 품목을 선정한 뒤 국민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품목별로 가중 평균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한다. 460개 품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건 거주비 항목이다. 전세의 가중치는 49.6에 달하고 월세도 43.6이다. 가중치의 총합이 100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산정 과정에서 전·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만 10%에 가깝다는 의미다. 휴대전화요금의 가중치도 38.3으로 높다. 휘발유 가격에 25.1, 전기요금에 18.9, 아파트 관리비에 18.6, 도시가스요금에 18.3의 높은 가중치가 부여된다. 반면 집앞 가게나 시장에서 살 수 있는 품목들은 가중치가 낮다. 땅콩·밀가루·식초·이유식 등은 가중치가 0.1이다. 물가에 거의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대비)이 체감물가와 큰 괴리를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가격이 많이 오른 대표적 품목인 채소류는 대부분 가중치가 낮다. 물가지수 상승률 1, 2위 품목인 배추(69.6%)와 무(48.4%)의 가중치는 각각 1.2와 0.6이다. 물가상승률 상위 10개 품목 중 가중치가 2를 넘어서는 품목은 보험서비스료(가중치 6.1)뿐이다. 반대로 가중치가 높은 항목들은 지난해 물가지수 상승폭이 적거나 오히려 내려갔다. 월세는 상승률이 0.37%에 불과했고 도시가스요금은 17.3% 하락했다. 휘발유 가격 도 전년보다 각각 7% 떨어졌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도, 통계청이 산출한 소비자물가도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차이가 큰,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통계청도 괴리를 좁히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이외의 다양한 보조지표들을 함께 발표하고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물가(근원물가지수, 지난해 1.6% 상승),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지수(1.9%)는 공식물가보다는 체감물가에 더 가깝다. 50개 어패류·채소·과실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물가지수는 지난해 상승률이 6.5%에 달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기준 품목들도 정기적으로 교체해 현실을 반영하려고 한다. 최근에도 품목 수를 481개에서 460개로 줄이면서 소비지출액이 감소하는 품목을 증가 추세 품목으로 교체했다. 꽁치 ·잡지·사전 등이 제외됐고 현미·낙지·파스타면·헬스기구·파프리카·식초·보청기 등이 새로 추가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다양한 지표를 더 많이 만들어야 공식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로 인해 경제 상황을 잘못 해석한 데 따른 정책 오판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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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만 놓고 보면 지금은 수요 부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물가 오름세가 만만찮다. 정부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을 탈출할 수요 확대 정책을 펴야 할지, 아니면 선제로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정책을 펴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 가구와 5인 가구의 소비품목은 다를 수밖에 없고 저소득층은 식료품 소비, 고소득층은 내구재 소비가 많다 ”며 “계층별·연령별 물가지수를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서민의 소득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충격이 더 크다”며 “단기로는 생필품 중심으로 물가 관리를 하고, 궁극적으로는 서민의 소득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하남현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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