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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4대 재벌 개혁에 집중…대신 준조세 없앨 것”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4대 재벌’로 타깃을 좁힌 공약을 10일 발표했다. 4대 재벌은 삼성·현대차·SK·LG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역대 정부가 재벌 개혁을 공약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실현 가능한 약속만 하겠다”며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4대 재벌 가운데서도 삼성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는 간담회에서 “30대 재벌 중 삼성의 비중이 5분의 1, 범삼성으로 넓히면 4분의 1에 달한다”며 다른 기업은 거론하지 않고 ‘삼성’만 꼬집어 여러 차례 언급했다.

문 전 대표는 “재벌총수 일가는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세금 탈루, 사익 편취 등 수많은 기업 범죄의 몸통이었다”며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인 1표가 아니라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사 3명을 뽑으면 3표를 행사한다. 소액주주들이 한 사람에게 몰표를 행사할 수 있어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로 꼽힌다.

문 전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한 ‘경제민주화법안’(상법 개정안)의 내용도 상당 부분 공약에 포함시켰다.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에 대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 부문에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한 뒤 이를 4대 재벌과 10대 재벌의 순으로 확대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고도 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기 위해 “검찰과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문 전 대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공단·자산운용사·보험사 등 국내 상장사 주식을 보유·운용하는 모든 기관투자가가 자신의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기관투자가는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지침 및 의결권 행사 내역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이런 장치들을 발표한 뒤 문 전 대표는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며 “재벌총수에 대한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문 전 대표는 대기업에 준조세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기업이 2016년 한 해 납부한 준조세가 16조4000억원(한국금융ICT융합학회 조사 결과)으로 법인세의 36%에 해당한다”며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정경 유착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공약은 조윤제 싱크탱크 소장과 모임의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은 건국대 최정표 경제학과 교수가 초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조 소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최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공동대표를 지낸 재벌 개혁론자다. 조대엽(고려대 노동대학원장) 국민성장 부소장은 “우선적으로 촛불민심에 따른 국민적 요구를 담는 개혁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며 “‘재벌 해체’ 같은 불가능한 방법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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