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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충청·외교관 틀에 안 갇히겠다…반기문의 3불

①친박계 핵심들을 멀리할 것 ②외교관들에게 둘러싸이지 말 것 ③충청도를 앞세우지 말 것.

12일 귀국을 앞둔 반기문(사진) 전 유엔 사무총장과 참모들 사이에서 소위 ‘3불(不)’로 통하는 금기사항이다. 참모들뿐 아니라 반 전 총장 스스로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에 이런 각오를 밝히고 있다고 최근 그를 면담한 인사들이 10일 전했다.

반 전 총장이 지난해 말 국제회의 기간 중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눈 지인에게는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정말 난 모욕감까지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지인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자신을 겨냥해 “처음엔 박근혜 대통령의 덕으로 친박계의 가마에 올라타 대권을 잡아 보려 하더니 최순실 사건이 번진 뒤엔 친박계와 박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린다”고 비판하는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울분을 이렇게 토로했다.

반 전 총장은 “애초부터 난 친박계의 도움을 받아 무엇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국가의 정상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이 지인에게 설명했다. 자신을 배신자나 기회주의자로 보는 친박계 핵심들에 대한 반 전 총장의 반감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표현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소위 ‘외교관 득세론’에 대한 해명도 했다. 그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외교관들만 주변에 둘까 봐 가장 걱정하더라”며 “내가 그 우려를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실제 반 전 총장의 귀국 준비를 주도하고 있는 김숙·오준 전 유엔대사나 김봉현 전 호주대사 외에도 그의 선배·동료 외교관이 주도하는 지원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런데 정작 반 전 총장 본인은 “외교관 출신은 뒤로 물리고 선거를 치러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앞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김숙 전 대사처럼 캠프를 총괄할 측근 몇 사람을 뺀 나머지 외교관 출신들은 캠프 핵심에선 결국 배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충청이라는 지역적 배경이 부각돼선 안 된다”는 데엔 반 전 총장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충청 지역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뉴욕을 방문해 반 전 총장을 만났던 새누리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충청도 후보로 비치면 안 된다고 반 전 총장에게 건의를 했고, 반 전 총장도 이미 같은 생각이더라”고 말했다. 역시 반 전 총장을 만나고 돌아온 충청 출신의 정진석 의원도 최근엔 “우리는 뒤로 물러나 있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에도 3불 원칙에 충실한 기조를 이어갈 경우 외교관 숫자를 최소화하고 전문가들 중심의 캠프를 꾸린 뒤 친박계 핵심이나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두면서 충청의 보스가 아닌 중도·보수 세력의 리더임을 부각하는 행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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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귀국, 거제 조선소 등 방문 추진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 날인 13일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귀국인사를 할 계획이다. 14일 충남 아산의 현충사를 시작으로 부산 유엔묘지와 김해 봉하마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와 진도 팽목항 등도 방문한다. 특히 민생을 강조하기 위해 조선소가 밀집돼 있는 경남 거제도를 찾고,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또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국가위상 제고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도 받을 예정이다.

서승욱·박유미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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