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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방파제’가 막아줬던 북극 한파, 한반도 몰려오나

요즘 유럽과 미국은 기록적인 한파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5㎝가 넘는 강설량에 강추위까지 겹쳐 초·중·고가 일제히 휴교에 들어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것은 113년 동안 다섯 차례밖에 없었다는 게 미국 기상청 발표다. 또 뉴욕주에선 폭설로 앨라배마주로 이어지는 도로 대부분이 마비되기도 했다.
대서양 건너 유럽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코스트로마주에선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일 새벽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떨어지는 등 120년 만의 혹한이 닥쳤다. 독일 작센주도 영하 31도 넘게 떨어졌다. 또 곳곳에 폭설까지 겹쳐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큰 차질을 빚었다. 겨울철에도 따뜻한 그리스·이탈리아 등 남유럽도 한파의 습격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유럽 각지에서는 30여 명이 추위로 사망했다.

유럽과 북미에 이례적인 한파가 닥친 것은 북극에서 쏟아져 내린 찬 공기 때문이다. 북극 한파는 북극진동 때문에 나타난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가 시소처럼 벌어졌다가 줄어들었다 하는 게 북극진동이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중위도 지방과의 기압 차이가 줄어들고,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이 제트기류는 지구 자전에 따라 중위도의 7~12㎞ 상공에서 서에서 동으로 부는 편서풍이다. 평소 시속 100㎞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돌면서(극와류·polar vortex)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 두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기류가 약해지면 마치 뱀처럼 꼬불꼬불 사행(蛇行)을 하게 되고 북반구 중위도 이곳저곳으로 북극 한기가 쏟아져 내려오게 된다.
이번 한파는 지난해 내내 북극 기온이 높았던 탓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무려 20도 이상 높게 유지됐고 북극해에서 바다얼음으로 덮인 면적은 10월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제트기류 북쪽이 따뜻해지거나 제트기류 남쪽에서 엘니뇨 같은 변수가 생기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며 “이번 겨울엔 북미와 유럽 쪽으로 북극 한파가 내려오는 통로가 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에 강한 한파가 닥칠 때도 대부분 이런 북극 진동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올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덜 추운 양상이다. 11일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지만 유럽 등에 비하면 추위는 훨씬 덜하다. 바로 북극 한파를 막아 주는 든든한 ‘방파제’가 있기 때문이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기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북극 상황을 감안하면 한반도 역시 혹한을 겪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티베트 지역에 중심을 둔 따뜻한 고기압이 지난가을 이후 중국과 한반도를 계속 덮고 있으면서 마치 방파제처럼 찬 공기를 막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박사는 “지난해 티베트에서 눈으로 덮인 면적이 적어 고기압의 세력이 강하게 발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시베리아에는 유례없는 혹한이 닥쳤지만 한반도엔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고기압의 보호망에서 살짝 벗어난 일본은 지난달 한파와 폭설에 시달려야 했다.

기상청도 이번에 찾아온 추위는 고기압이 약해진 것보다는 북쪽의 찬 공기가 방파제를 돌아 내려온 때문으로 분석한다. 김성묵 기상청 전문예보분석관은 “9일 낮부터 시작돼 다음주 초까지 이어질 추위는 티베트 고기압의 동쪽 끝에서 찬 대륙 고기압이 밀려 내려온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티베트 고기압이 계속 방파제 역할을 유지할지, 아니면 약해져 한반도가 북극진동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에 의해 극지방 추운 공기의 소용돌이(극와류)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반복하는 현상. 극와류가 약해지면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온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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