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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첫사랑, 인어 로맨스…드라마 분위기 좀 잡아줬죠

6인조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 멤버들은 평소와 달리 악기 없는 빈 손이 어색한 듯 웃었다. 왼쪽부터 백선열(드럼·퍼커션), 김현보(기타·만돌린), 이영훈(기타), 조윤정(바이올린), 최진경(키보드), 박진우(베이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6인조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 멤버들은 평소와 달리 악기 없는 빈 손이 어색한 듯 웃었다. 왼쪽부터 백선열(드럼·퍼커션), 김현보(기타·만돌린), 이영훈(기타), 조윤정(바이올린), 최진경(키보드), 박진우(베이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드라마 속 배경음악의 힘은 무섭다.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조선시대 궁궐의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 속 어딘가에서 헤엄치고 있는 기분을 자아내니 말이다. 아마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푸른 바다의 전설’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2004년 국내 최초로 에스닉 퓨전 밴드란 타이틀을 들고 나온 ‘두번째달’의 궤적은 이처럼 드라마 OST쪽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김현보(기타·만돌린), 박진우(베이스), 최진경(키보드·아코디언), 백선열(드럼·퍼커션), 조윤정(바이올린), 이영훈(기타) 등 여섯 멤버의 연주를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새로운 악기를 더하는 식으로 완성된다. 덕분에 아일랜드풍의 바이올린 선율이 낯설게 깔리는 드라마 ‘아일랜드’ 속 삽입곡 ‘서쪽 하늘에’부터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바이올린과 만돌라가 쓸쓸함을 더하는 ‘궁’의 ‘얼음연못’처럼 밴드 이름과 노래 제목은 몰라도 들으면 귀가 먼저 반응하는 곡이 한둘이 아니다.

‘궁’부터 ‘푸른 바다의 전설’까지 이어지며 퓨전 사극 전매 특허 밴드로 거듭난 두번째달을 서울 서소문에서 만났다. 그들은 어떻게 유럽의 민속 악기로 한국적인 사운드를 빚어내는 걸까.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음악감독을 맡은 두번째달. [사진 유어썸머]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음악감독을 맡은 두번째달. [사진 유어썸머]

“아무래도 영상이랑 같이 보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게 인식하는 것 같아요. 아이리시 휘슬이 사극에 나오면 대금이나 소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고, 바이올린도 해금이겠거니 하는 거죠. 사실 저희가 국악기를 직접 다루거나 사용하진 않거든요.”(조윤정)

“민속음악끼리는 서로 통하는 것 같기도 해요. 국악에서 주로 사용하는 5음계(궁상각치우)를 서양에서는 펜타토닉 스케일(도레미솔라)이라 부르는데 그런 식으로 멜로디를 짜면 동양적으로 들리거든요.”(박진우)
전지현.이민호 주연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사진 SBS]

전지현.이민호 주연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사진 SBS]

방송 중인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느낌에 중점을 뒀다. 팝페라 가수 한아름이 부른 ‘숨겨진 이야기’는 하프와 어우러져 밤바다의 풍경을 연상시키고, 전지현의 테마곡인 ‘너를 찾아가는 길’은 중동 악기 다부카로 시작해 그리스 부주키와 만돌린으로 이어지면서 전세계의 바다를 떠도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드라마 음악감독이라고 하면 그럴 듯 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극한직업이다. 여전히 시간에 쫓기는 방송 제작환경 때문에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음악을 만들거나 단순히 ‘신비로운 여정’ 같은 주제어만 듣고 빠른 시간 안에 곡을 완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리더 김현보는 “다행히 광고 음악 프로덕션에서 처음 만난 멤버들이라 회사원 정신이 있다”며 “분업이 잘 돼 있어 급할 때는 각자 맡은 부분만 연주해 온라인에 올리면 이를 합쳐서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포카리스웨트 CM송 등으로 갈고 닦은 감각이 순발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소리들이 있구나 하는 호기심 반, 평생 배워온 클래식과는 또 다른 매력과 재미 반으로 동호회처럼 처음 시작한 밴드는 2007년 음악적 성향 차이로 아일랜드 음악을 좀더 파고 드는 ‘바드’와 재즈·탱고 등 보다 넓은 장르를 아우르는 ‘앨리스 인 네버랜드’로 나뉘어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소리’에 대한 열망은 이들을 다시 모이게 했고, 세션으로 활동하던 이영훈이 합류하면서 두번째달은 다시금 차올랐다. 2012년 싱글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시작으로 2015년엔 10년 만에 13곡을 채워 넣은 2집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발표했다. 또 그간 우리 소리에 대해 막연히 품어온 관심이 여물어 2014년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고래야’와 합동공연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소리꾼 김준수·고영열과 함께 ‘판소리 춘향가’ 앨범을 내는 등 품는 음악의 세계도 넓어졌다.

“사실 판소리만 들으면 이게 사랑하는 이야기인지, 싸우는 이야기인지 잘 모를 수 있어요. 저희는 연주하는 밴드니까 소리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사랑가’는 더 사랑스럽게, 거들먹거리는 소리는 더 거들먹거리게 이야기가 더 입체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김현보가 말하자 최진경이 “사랑스럽게, 3박자 메이저로, 떼창을 더해”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새해 계획을 묻자 “민요 음반을 만들고 싶다” “시대극 영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동안 발매된 OST를 모아 콘서트를 하고 싶다” 등 각기 다른 소망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진우는 “두번째달만 하면서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신인’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등 3관왕을 받은 이들이지만 연주밴드의 좁은 입지 탓에 여전히 세션이나 강의 등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보는 “일본 카시오페아처럼 매년 새 앨범을 내진 못하더라도 오랫동안 즐겁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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