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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노숙인…인문학 특강 듣고 세차 일하며 새 삶

노숙 생활에서 벗어난 신굉섭씨는 “세차 일을 하지만 이런 게 행복”이라고 말한다. [사진 경기도]

노숙 생활에서 벗어난 신굉섭씨는 “세차 일을 하지만 이런 게 행복”이라고 말한다. [사진 경기도]

“왜 그렇게 술만 마시며 살아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1년 전 만 해도 노숙인으로 전철 1호선 수원역 대합실에서 새우잠을 자던 신굉섭(62)씨. 하지만 그는 지금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제2의 새 삶을 살고 있다.

10일 오후 경기대 수원캠퍼스 야외주차장에서 만난 신씨의 표정은 밝았다. 손이 얼 정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그는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열심히 세차를 하고 있었다.

그가 노숙인이 된 이유는 이랬다. 경기도 안산에 살면서 건설현장 페인트 칠을 하며 아내와 아들 세 가족이 넉넉하지 않아도 단란하게 지냈다. 하지만 2000년 초 막내 동생에게 보증을 서준 게 화근이었다. 부도를 낸 동생은 외국으로 도주하고 동생의 빚 3억원을 신씨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후 아내와도 이혼했다. 2006년에는 엄마와 같이 살던 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불행도 겪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억장이 무너졌다. ‘보증만 안 섰더라면’ ‘이혼만 안 했더라면’하는 후회가 몰려왔다”고 말했다.

괴로워서 못 마시던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노숙인이 됐다. 신씨는 “어찌하다 보니 수원역까지 오게 됐고, 그냥 며칠 대합실에 누워 있었더니 어느덧 노숙인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3년간의 노숙인 생활을 접을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가 추진한 인문학 특강 덕분이었다. 2015년 7월 강의를 듣기 시작해 ‘고전’ ‘철학’ 수업을 받았다. 철학 시간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나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자신감도 생겼다.“나에 대한 얘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을 써서 남들 앞에서 발표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적극 발표했다. 6개월 강의가 끝날 무렵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자세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신씨는 “나는 더 이상 노숙인이 아니다.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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