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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벤츠, 11년 만에 BMW 잡았다

2013년 방한한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S클래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체 회장은 ‘젊은 벤츠’로의 변신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2013년 방한한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S클래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체 회장은 ‘젊은 벤츠’로의 변신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독일제 고급차를 대표하는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별명은 ‘카이저(황제)’다. 벤츠가 카이저답게 고급차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지난해 208만3900대를 판매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같은 기간 200만3400대를 판매한 BMW, 187만1400대를 판매한 아우디를 제쳤다. 벤츠가 ‘숙적’ BMW를 제친 건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고급차 정의’는 별도로 없지만 업계에선 동급이라도 가격이 비싼 차를 생산하는 벤츠·BMW·아우디·렉서스(도요타)·인피니티(닛산)·제네시스(현대차) 등을 같은 카테고리로 본다.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벤츠는 연간 최다 판매 대수를 6년 연속 경신해왔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판매가 11.3% 늘었다. 최고 인기 차종인 ‘C클래스’가 판매 성장을 이끌었고, 소형차인 ‘A·B클래스’도 판매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 증가로 GLA·GLC 같은 SUV 모델 판매가 34% 늘어난 점도 1위 달성에 힘을 보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4년 이후 꾸준히 투자한 덕분에 차종을 다양화했고 특히 중국 시장에서 선전했다”고 분석했다.
벤츠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BMW도 선전했다. 글로벌 판매가 전년 대비 5.2% 늘었다. 6년 연속 최고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특히 올 상반기 신형 ‘5시리즈’ 출시를 계기로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아우디도 전년 대비 판매가 3.8%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급차 시장은 독일 3사가 시장을 견인하는 구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제의 화려한 부활을 이끈 주역은 디터 제체(64) 다임러 회장이다. 그는 2006년 회장에 오른 뒤 벤츠의 혁신을 진두지휘해왔다. 그는 취임 당시 “노쇠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벤츠에 메스를 들이댔다. 계열사였던 크라이슬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을 정리하고 직원 2만6000명을 해고했다. 그리곤 2007년 크라이슬러를 매각한 뒤 벤츠 경쟁력 강화에 매달렸다.

‘회장님 차’로 여겨졌던 벤츠 이미지를 젊게 바꾸기 위해 그가 택한 카드는 디자인 혁신이었다. 그는 2008년 당시 40세였던 고든 바그너(49)를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했다. 바그너는 이후 5년 동안 A클래스부터 S클래스까지 전 차종에 새 옷을 갈아입혔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우고 LED 램프를 곳곳에 적용하는 등 ‘점잖은’ 벤츠 디자인을 역동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동적 성능을 강조한 모델은 ‘삼각 별’ 엠블럼을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넣는 식으로 차별화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안 되는’ 브랜드는 과감히 접었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명차(名車) 마이바흐 생산을 중단한 대신 2013년부터 S클래스에 집중한 게 대표적이다. S클래스 경쟁력을 키워 BMW 7시리즈는 물론 롤스로이스·벤틀리 같은 명차까지 폭넓게 대응하자는 전략이었다. 제체 회장은 S클래스를 기존 3종에서 6종으로 다양화하고 생산을 크게 늘리는 식으로 마이바흐의 빈 자리를 메웠다. 고급 세단의 강자에 머물지 않고 SUV로 영역을 넓힌 점도 벤츠의 경쟁력을 키웠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선 소비자 욕구를 반영해 철저히 현지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하는 벤츠 3대 중 2대는 현지에서 생산한다. 한국 시장에서 E클래스를 출시할 땐 내비게이션을 많이 다루는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3D 지도를 적용하기도 했다.

김기환·김유경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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