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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CES서 돋보인 IoT 제품들, 그 속엔 이 회사 기술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세가스 CEO
세가스 CEO

세가스 CEO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개막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사우스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부스에는 전시 공간이 아예 없다.

각각 문이 달린 비공개 회의 공간이 네댓 개 마련됐을 뿐이다. 부스 전체 크기가 100㎡(33평) 정도나 될까. 최대 규모를 자랑한 삼성전자 전시관(2600㎡)은 물론이고, 웬만한 중견기업의 부스보다도 작았다.

과연 이 회사가 지난해 소프트뱅크에 320억 달러(약 38조원)에 인수되며 정보기술(IT)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회사인가. 하지만 사이먼 세가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자신만만했다. “우리 전시장은 없지만 거의 모든 회사가 우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CES에 올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는 이유다.”
 
실제로 ARM은 전시장 없이도 인공지능(AI) 시스템 ‘알렉사’로 CES를 호령한 아마존처럼 세계 유명 IT 기업이 내놓은 사물인터넷(IoT) 제품 곳곳에 자사의 기술을 심어놨다. 집으로 치면 설계도면을, 옷으로 치면 옷본을 만들어 제공하는 게 ARM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공장 하나 짓지 않고 2015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52.8%나 되는 이유다.

세가스는 “IoT 시장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우리 기술은 개별 기기를 넘어 온 세계 기반시설에 뻗어나갈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ARM의 사업 모델이 아직 낯설다.
“우리는 반도체 지식재산권(IP) 회사로 불린다. 반도체 업체에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판다고 생각하면 된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우리 설계를 바탕으로 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장착된다.”
소프트뱅크의 인수로 유명해졌다.
“우리로선 재밌는 현상이다. 지난해에만 160억 개의 반도체 칩에 우리 기술이 쓰였다. 누적으론 100억 개다. 우리 기술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IoT로 연결된 기기들은 대부분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를 쓴다.”
손정의 회장 관심사가 IoT인가.
“그는 선구자다. 인수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7월 초부터 수십 차례 만나서 회의와 토론을 했다. IoT와 AI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것인지가 주요 주제다.”
비즈니스 모델을 감안하면 매출이 너무 적은 것 같다.
“글쎄, 나는 우리 회사 매출에 만족한다. 물론 더 많으면 더 좋겠지만(웃음). 우리 직원은 겨우 4000명이다. 그리고 우리는 영업이익률이 50%나 된다.”
IoT 시장은 의외로 느리게 성장한다.
“초기 단계라 그렇게 보일 뿐이다. 지금은 TV·냉장고 같은 개별 기기에 IoT 기술이 장착되는 단계다. 사람들이 진짜 IoT의 이점을 누리는 건 개별 기기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사회 기반시설과 연결되는 때다. 예를 들면 개별 자동차에서 얻은 데이터로 교통 시스템이 움직이고 헬스케어 기기에서 얻은 데이터로 의료 기술이 진화하는 단계다. 그리 먼 얘기가 아닐 거라 본다.”
ARM의 성장 비결은.
“첫째는 기술력, 둘째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우리가 없었을 땐 개별 반도체 기업이 일일이 CPU를 설계했고 엄청난 R&D 비용을 썼다. 우리 덕분에 반도체 업계는 매우 효율적으로 변했다. 셋째는 영국에 반도체 회사가 없어서다. 우리 기술을 팔 회사가 국내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늘 해외를 내다보며 개발하고 영업했다. 자연히 글로벌한 시각을 갖게 됐다.”
한국의 반도체 업계,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반도체 산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다. 메모리 반도체만 강하다 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시스템 반도체가 쓰이는 모든 곳에 메모리 반도체도 쓰인다. 다만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질 거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엄청난 투자 규모와 수직 계열화된 사업 구조다. 삼성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규모의 투자로 업계를 이끄는 데다 스마트폰·백색가전 사업부와 긴밀히 협력하기 때문에 늘 한발 빠른 반도체를 내놓는다.”
엔지니어가 가장 큰 재산일 텐데, 세계 IT 업계가 엔지니어 기근이다.
“우리도 엔지니어를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렵다. 전체 직원 중 75%가 엔지니어고 그중 40% 정도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미국과 인도·중국·이스라엘에 사무실을 두고 엔지니어들을 채용한다. 특히 인도에서의 성과가 좋다.”

라스베이거스=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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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