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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유럽의 지성, 지그문트 바우만 잠들다

지그문트 바우만

지그문트 바우만

‘현대성(modernity) 연구의 거장’인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9일(현지시간) 영국 리즈에서 타계했다. 91세.

바우만의 연인이자 폴란드 사회학자인 알렉산드라 카니아는 이날 폴란드 최대 일간인 가제타 비보르차(Gazeta Wyborcza)를 통해 “그가 가족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25년 폴란드 서부 도시 포즈난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바우만은 64세에 이르러 뒤늦게 떠오른 유럽 지성계의 스타다. 1989년 펴내 그의 대표작이 된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를 통해서다. 유대인 집단학살 문제를 분석하면서 근대적 관료제와 함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이른바 ‘도구적 이성’이 학살의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나치의 폭력성은 물론 비판 받아야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의 다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유대인 출신이기에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을 오래된 숙제를 그는 ‘현대성의 그늘’을 지적하며 새롭게 풀어냈다.

현대문명에 대한 그의 독창적 분석은 90년대 이후 『액체 근대』를 비롯한 일련의 ‘액체(liquid) 시리즈’를 펴내며 계속됐다. 액체란 모든 것이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현대문명을 상징한다. 절대적이라고 여겨졌던 제도도, 진리도 모두 유동적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탈근대주의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의 저서 대부분이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과 서구문명과의 거리와 격차가 좁혀지면서 그의 현대성 분석은 먼 유럽의 얘기로만 치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국가기억협회(IPN) 자료에 따르면 바우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산주의자였고, 45년부터 53년까지 폴란드 공산주의 군사정권 정보기구에 협력했다. 54년 바르샤바대 교수에 부임해 철학과 사회학을 가르치며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68년 폴란드 공산당의 반유대정책에 의해 교수직과 국적을 박탈당했다. 이후 이스라엘로 건너갔지만 시온주의의 공격성과 팔레스타인의 참상에 절망을 느꼈다고 한다. 71년 리즈대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영국에 정착했다.

92년 아말피상, 98년 아도르노상을 수상했다. 2010년 프랑스 사회학자 알랭 투렌과 함께 “지금 유럽의 사상을 대표하는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아스투리아스상을 받았다. 작가 자니아 바우만과 결혼해 세 딸을 뒀으며, 세상을 뜨기 전까지 연인 카니아와 함께 지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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