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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NIE] 한 마리만 감염돼도 삽시간에 퍼져 … 밀집사육이 부른 집단 살처분

AI에 감염된 닭·오리 왜 죽이나요
국내 양계장은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A4용지보다도 작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를 기르다보니 전염병 예방과 대처에 불리하다. [중앙포토]

국내 양계장은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A4용지보다도 작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를 기르다보니 전염병 예방과 대처에 불리하다. [중앙포토]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국이 비상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군에서 고병원성 AI 감염 신고가 처음 접수된 이후 두 달이 채 안 된 지난 3일까지 닭·오리·메추리 3036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살처분은 전염성이 높은 질병에 감염된 동물, 그리고 이와 접촉했거나 같은 축사에 있는 동물 등을 모두 죽여 전염병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는 조치다. 국내에서 키우는 닭은 1억6500만 마리 정도다. 현재 추세로 AI가 확산되면 이중 5000만 마리를 살처분하게 될 것이란는 전망까지 나온다. AI의 정체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주로 10~11월 철새 배설물·침 통해 옮겨
알 못 낳고 호흡기증상 … 수일 내 죽어
바이러스 변종 워낙 많아 예방 힘들어


◆조류인플루엔자는=닭이나 오리·꿩·칠면조 같은 가금류(家禽類,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 종류)와 야생 조류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급성 전염병이다. 닭은 AI에 걸리면 벼슬 등 머리나 다리에 출혈에 의한 청색증이 나타나고 재치기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 알도 잘 낳지 못하고 설사를 하다 이틀 안에 죽는다. 오리 역시 호흡기 증상을 보이고 알을 낳지 못하다 4~5일 만에 죽게 된다. 대다수 국가에서 AI를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은 주로 철새다. 철새의 이동에 따라 세계적으로 AI가 무차별적으로 출몰한다. AI에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과 침 등을 통해 가금류에게도 전염되는 게 AI의 일반적 전파 경로다. 국내에도 겨울 철새가 날아드는 매년 10~11월부터 AI 비상에 걸리게 된다.

일단 가금류가 AI에 걸리면 속수무책이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일반 양계장에서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사육면적은 A4 용지 크기보다도 작은 0.04㎡(20×20㎝) 정도다.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m 정도의 좁은 공간에 닭 25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지내는 셈이다.

AI는 감염된 닭이나 오리의 호흡만으로도 주변 조류에게 바이러스가 퍼질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비좁은 닭장 안에서 한 마리만 AI에 감염돼도 삽시간에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같은 밀집사육 방식 때문에 전염 속도가 더 빨라지니 같은 양계장은 물론이며 인근 양계장에 있는 가금류까지 즉각 살처분해야 AI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예방법은 없나=AI가 공포의 대상인 이유는 끊임없이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한번 AI에 감염돼 체내에 항체가 생기더라도 변종 AI가 나타나면 이미 만들어진 항체 등 방어 면역체계가 전혀 쓸모없게 된다. AI라는 이름은 같지만 매해 전혀 다른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는 얘기다. 백신 개발도 마찬가지다. AI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을 개발했으나 이후에 유입되는 바이러스가 변종이라면 기존 백신은 무용지물이 된다.

AI 바이러스는 1930년대 이후 발견되지 않다가 83년 벨기에·프랑스 등 유럽에서 발생했다. 96년 중국 광둥에서 H5N1 바이러스가 나타나더니 97년엔 이 바이러스의 변종이 홍콩에 나타났다. 이때 가금류 말고도 사람이 18명 감염돼 이중 6명이 숨졌다. 근래에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고병원성 AI의 근원이 이 사건이다.

2005년엔 또다른 변종 H5N1이 등장했다. 이전까진 AI에 감염된 조류가 죽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때 등장한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는 집단 감염과 집단 폐사가 이어졌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H5N1형 바이러스만 해도 족보를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많다. 2014년에 등장한 H5N8, 올해 나타난 H5N6 바이러스도 서로 전혀 다른 아종(亞種)”이라고 설명했다.

교묘하게 진화하는 AI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근절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발생 초기에 강력하게 살처분 정책을 펴서 조기 근절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사람도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리나=97년 홍콩에서18명이 H5N1 유전자형을 가진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중 3분의 1인 6명이 사망해 세계가 경악했다. 2014년엔 중국·베트남·라오스에 H5N6형 AI가 유행했다. 중국에서만 17명이 감염됐고 이중 10명이 숨졌다.

국내에선 아직 사람이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이 가운데 지난달 30일 고양이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고양이 같은 포유류가 AI에 감염된 첫 사례였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선 ‘우리 고양이가 AI에 걸리지 않을까, 우리 가족이 이로부터 AI에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보건 당국이 AI에 감염된 고양이의 주인, 이웃 주민 10명을 검사했는데 AI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을 고위험군이라고 판단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이중 6명은 독감 예방 접종도 했다. 보건 당국은 “국내에선 AI에 걸린 고양이로부터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람이 고양이로부터 AI에 감염된 사례가 미국에서 있었다. 당시의 AI 유전자형은 H7N2로 국내에서 발견된 AI와 전혀 다른 형태였다. AI에 감염된 사람은 증상이 가벼워 입원도 하지 않고 치료만으로 건강이 회복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사람이 AI에 감염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여겨선 곤란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AI가 발생한 지역에선 반려동물을 집밖으로 내보내질 말라”고 조언한다. 또 “발생 지역이 아니더라도 반려 동물이 죽은 조류를 접촉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기사 목록
2017년 1월 5일자 8면 A4 용지보다 좁은 ‘닭 감방’ 다닥다닥 … AI 순식간 전염
2017년 1월 2일자 12면 AI 발생 지역에선 반려동물 데리고 외출 말아야
2016년 12월 23일자 30면 “AI로 한국 닭이 다 죽는다 … 지휘탑도 없는 이게 나라냐”
2016년 12월 15일자 10면 한국 ‘철새 주의’ 문자, 일본 전면 방역 … AI 초기 대응 달랐다
2016년 12월 2일자 29면 예방이 불가능한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협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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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