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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인플레이]외국인 투수 선택, 강속구냐 제구력이냐




 KBO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앞 두 자리는 대개 외국인 선수 몫이다.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당연하다. 화려한 경력, 좋은 기록을 가진 투수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몸값도 비싸다. 게다가 '스펙'이 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믿었던 투수가 실패하면 '안국 야구 적응'이라는 문제가 거론된다.

'적응'이란 여러가지를 포함한다.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리그의 기술적·전략적 특성에 따른 차이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큰 키와 높은 릴리스포인트는 미국 야구에서 흔하고 평범하지만, KBO리그에서는 희소하고 까다로운 특징이 될 수 있다. 이런 상성 차이로 실력이 비슷한 경우라도 KBO리그 타자에게 더 강하거나 약할 수 있다.     

투수의 유형은 결국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에 따라 갈린다. 피칭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삼진을 더 많이 잡는 것, 볼넷을 더 적게 주는 것, 안타를 더 적게 맞는 것. 그런데 배트에 맞아 페어그라운드로 날아간 공이 안타가 될지 안될지 여부를 투수가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비와 운도 크게 작용한다. 이렇게 보면 삼진과 볼넷에 관한 것으로 좁혀 볼 수 있다. 즉 투수의 유형은 탈삼진 능력과 볼넷억제 능력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엘리트 투수는 물론 두 부문 모두에서 뛰어나다. 하지만 흔하지 않다. 둘 다 모자란 투수는 수준 이하이니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3가지  유형이 남는다.  

첫째는 힘으로 누르는 투수다. 삼진을 많이 잡는 능력이 핵심이다. 대신 볼넷 허용도 많다. 일명 '와일드씽'이다. 둘째는 '기교파' 투수다. 삼진을 많이 잡지는 않지만 볼넷을 적게 내 주며 준수한 성적을 낸다. '컨트롤 피처'라고 할 수도 있다. 셋째는 탈삼진과 볼넷허용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는 투수다.   
 
<그림1> 2014~2016시즌 50이닝 이상 투구 외국인 투수

<그림1>은 최근 KBO리그  3시즌 동안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을 4분면에 표시한 결과다. 좌상이 '기교파', 우하가 와일드씽이다.  좌하는 평균 이하의 투수, 우상은 '엘리트'다. 한 가운데 근처에 있는 투수는 탈삼진과 볼넷억제 능력을 균형있게 갖췄다.

외국인 투수의 유형은 좌상에서 우하에 걸친 영역에 주로 분포한다. 자연스럽다. '평균 이하'인 좌하는 영입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엘리트'인 우상은 영입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기교파와 와일드씽 중에는 전자가 좀더 많았다. 어느 한쪽의 능력이 극단적으로 높은 유형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 유형을 비교한다면 후자가 더 많았다. 제구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KBO리그 성향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었다.  2014년 삼성에서 영입한 마틴은 트리플A 542이닝에서 평균자책점(ERA) 3.84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신인 시절엔 그렉 매덕스에 비교되던 선수였다. 9이닝당 볼넷(BB9)이 1.4개에 그쳤다. 9이닝당 탈삼진(SO9)도 6.2개로 무난했다. 하지만 KBO리그 성적은 128이닝 ERA 4.78로 좋지 못했다.  

2015년 kt 저마노도 비슷했다. 트리플A에서 3점대 후반의 ERA, 2개 미만의 BB9을 기록한 전형적인 컨트롤 피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외국인 투수들 중 트리플A에서 BB9 2개 미만을 기록했던 최상급 컨트롤 투수 3명 중 2명이 실패한 것이다.           
 
 
<그림2> 2014~2016시즌 통산 ERA 4.00 이하 외국인 투수
 
<그림 2>에서는 지난 3시즌 통산 ERA 4.00 이하 뛰어난 성적을 보인 투수들을 따로 추렸다. 좌상보다는 우하 쪽에서 보이는 이름이 더 많다. 즉 볼넷을 적게 주며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보다는 삼진을 많이 잡는 파워피처, 또는 제구와 파워가 적당히 규형을 이루는 유형이 한국에서 성공한 경우가 더 많았다.

두산 니퍼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KBO리그 사상 가장 성공한 외국인 투수다.  트리플A 통산 ERA는 4.51. 9이닝당 볼넷 3.4개를 주고, 삼진 8.4개를 잡은 투수였다. 니퍼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6시즌 뛰었으니 트리플A 성적이 그의 전부를 설명한다 보긴 어렵다. 다만 미국 시절 제구력을 앞세운 기교파보다는 구위를 앞세워 삼진을 많이 잡는 파워피처 유형에 속했다.  
 
SK 켈리 역시 니퍼트와 거의 비슷한 유형이었다. 제구가 아주 좋진 않았지만 탈삼진이 많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성공했다. 물론 파워피처 유형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삼성에서 뛴 웹스터의 경우다. 그는 니퍼트와 거의 흡사한 유형이며 미국에서의 경력과 성적도 비슷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실패했다. 주무기인 싱커는 미국에서처럼 제구가 되지 않았다.
 
<그림3> 2014-2016시즌 50이닝 이하 또는 ERA 5.00 이상 외국인 투수
 
이제 <그림3>에서 KBO리그 적응에 실패한 투수를 살펴보자. 통산 50이닝에 미달했거나 ERA 5.00을 넘긴 투수들 중 기교파가 더 많다. 트리플A에서  BB9 2.5개 이하의 괜찮은 제구력에 4점대 초중반의 ERA, 그리고 SO9이 6개 미만인 투수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실패를 겪은 뒤 KBO리그를 떠났다. 밴 헤켄과 피어밴드 정도가 예외다.
 
2017시즌 새로 리그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는 션 오설리반(넥센), 팻 딘(KIA), 스캇 다이아몬드(SK), 파커 마켈(롯데), 앤서니 레나도(삼성), 돈 로치(kt) 등이다.
 
<그림4>새 외국인 투수 트리플A 통산 성적
 

 
이름
구단 IP ERA BB9 SO9

오설리반
넥센 796
4.25
 
2.7
 
6.2
 

KIA 306
3.50
 
1.8
 
5.0
 
스캇
다이아몬드
SK 694
4.57
 
2.0
 
5.5
 
파커
마켈
롯데 68 2.78
 
3.8
 
7.1
 
앤서니
레나도
삼성 396
3.38
 
2.8
 
6.9
 

로치
kt 357
3.95
 
2.3
 
4.5
 
 
 
마켈은 이제 26살이고 트리플A 경력도 68이닝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다. 그는 볼넷이 많고 삼진도 많은 '와일드씽' 유형이다. 마켈 다음으로 SO9이 높은 투수는 레나도다.  SO9 6.9개에 BB9은 2.8개다. 396⅓이닝 동안 EAR 3.38로 역시 좋다. 밸런스가 좋은 유형이고 메이저리그 3시즌 86이닝 경력도 있다. 20번의 등판 중 14번은 선발등판이었다. 다만 ERA 7.01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7시즌 71경기(56선발) 323⅔이닝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션 오설리번 역시 비슷한 유형이다. 탈삼진과 볼넷억제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은 균형잡힌 피칭 스타일이다. 딘, 다이아본드, 로치는 탈삼진보다 볼넷억제에 강점을 가진 기교파 투수다. 각각 BB9이 1.8개, 2.0개, 2.3개로 뛰어나다. 대신 탈삼진 능력은 좀 쳐진다.

지난 시즌과는 다소 다른 트렌드다. 2016년엔 특히 대체 선수 중에 카스티요(한화), 라라(SK) 등 시속 150km 이상 파이어볼러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새 외국인 투수 중에는 기교파 유형이 더 많다.

본래 전략적 선택이란 '더 좋은 것'과 '더 나쁜 것'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다. 비슷한 것들 중 더 적합한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외국인투수 선택도 그렇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춘 투수는 흔치 않다. 있다고 해도 몸값이 아주 비싸고, 한국에 데려오기도 어렵다.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 투수는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따라서 비슷비슷한 수준의 투수 중에 ‘최고’라기 보다 ‘최적’을 고르는 문제다. 그렇다면 유형에 다른 KBO리그 상성이 고려할 만한 변수가 된다.    

경력과 몸값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듯이, 지난 몇 시즌 동안의 결과로 상성을 단정하는 것 역시 무리다. 하지만 관전 포인트로는 흥미가 있다. 선수층이 얇고 수급 채널이 한정된 KBO리그 특성 상, 외국인 선수 영입은 전략보강의 결정적 옵션이다. 또 구단 프런트의 분석능력과 운영전략이 경쟁하는 흔치 않은 분야다. 올 시즌의 승자는 누가 될까.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봤는데?" 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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