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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트럼프의 탐색전

김정은 신년사는 노골적인 핵미사일 공갈
 
2017년 연초부터 북한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김정은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이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김정은은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지난해 “첫 수소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에 대한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핵무기를 중심으로 하는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고 하면서 핵개발을 숨기려고 했던 김정일의 위장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핵 선제공격”까지 거론하면서 우리와 미국을 위협했다.

북한은 매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전년도 노동당의 정책과 정세를 평가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추진할 새로운 정책과 구호를 대내외에 공표한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매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전년도 노동당의 정책과 정세를 평가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추진할 새로운 정책과 구호를 대내외에 공표한다. [사진 노동신문]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김정은의 대미 강경자세에 트럼프 당선인도 대북 강경모드로 대응한 것이다. 협상의 달인답게 상대방이 제시한 방안을 퇴짜 놓으면서 먼저 양보하면서 대화를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화와 강력한 압박 모두 언급
미중 패권경쟁으로 대북압박의 효용성은 한계

 
1993년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은 도발 → 평화공세 → 협상 → 보상 → 긴장고조 → 도발이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핵개발을 지속해 왔다. 김정은은 트럼프 정부가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 6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 “벼량끝 전술”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를 지속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핵을 가지고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과 극단적 수단 선택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한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 대만총통과 전화통화한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를 겨냥한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 인공도서의 군사기지화를 지속 추진하는 등 태평양에서 미중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을 이행하는 시늉만 보여줄 뿐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미동맹 이간계(離間計)
강력한 한미공조만이 우리 안보를 보장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안보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푸틴은 강력한 러시아 재건을 시도하면서 아태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고, 시진핑은 중화제국의 부활을 꿈꾸면서(中國夢)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는 강력한 미일동맹의 기반 위에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면서 제국의 부활을 부르짖고 있다.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이 모두 국익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핵과 미사일 협박뿐만 아니라 사이버 해킹과 NLL 도발 등 날로 진화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 더하여 중국은 경제보복으로 한미동맹을 이간질 하고 있다. 중국이 대미관계에서 우위에 있기 위해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은 묵인하고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가능한 멀리 떼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 것은 트럼프 정부에 대화를 강요한 것이다. 김정은은 북핵을 인정한 기반 위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미북관계를 개선하려는 계산이고 트럼프는 북핵과 미사일 능력의 진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어야 미국의 대북 지렛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북정책을 두고 한미간 엇박자가 발생할 경우 어떤 좋은 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음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통하여 이미 보아왔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는 날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LA, 뉴욕 또는 워싱턴을 희생할 것인가의 선택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선택은 자명하고 우리에겐 악몽이 될 것이다. 강력한 한미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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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