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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담보대출이 뭐길래…돈 떼일까봐 떠는 동양생명

A사는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유통하는 회사다. 대량으로 물건을 취급하다 보니 종종 자금이 부족해 냉동창고에 보관된 고기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미트론(meat loan·육류담보대출)’이다. 생고기는 환금성이 좋은 담보다. 회전율이 높아 현금으로 전환하기 쉽다.

창고 증명서로 3800억 ‘미트론’
75%가 연체 중, 중복대출 가능성
손실 우려 부각돼 최근 주가 급락
2금융권 총대출은 5000억~6000억

하지만 1금융권(시중은행)에서는 쉽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냉동창고 업자가 발행한 담보확인증(이체증)만 믿고 대출을 해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복 대출 우려도 있다. 돈을 떼일 수 있기 때문에 미트론을 내주는 금융회사는 비싼 이자를 받는다. 통상 석 달 내 상환하는 조건으로 연 6~8%에 달하는 고금리가 적용된다.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회사들이 주로 미트론을 취급하는 이유다.
여신 심사를 소홀히 한 금융사를 상대로 한 미트론 사기 의심 사건이 발생했다. 동양생명과 저축은행·캐피탈 등 제2금융권 업체 20여곳이 엮였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5일 “냉동창고에 실사를 나가 담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고기는 동양생명 것이 아닌 저축은행 소유 담보’라는 얘기가 나와 조사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일부 육류업자가 같은 고기를 담보로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 대출을 받은 정황을 발견했다. 창고 측에서 준 담보확인증이 날짜와 금융사 이름만 바꿔 중복 발행된 사실도 확인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28일 손실 가능성에 대한 공시를 했다. 문제가 된 육류 유통업체와 창고업체를 검찰에 고소도 했다. 피해가 예상되는 금융사들은 정확한 실태 점검을 위해 공동 실사단도 꾸렸다.

미트론은 담보가치를 산정해 대출 금액을 결정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담보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동산(기계 등) 담보대출과 다르다. 직접 창고에 가서 고기를 눈으로 확인한다고 해도, 중복 담보 설정이 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번처럼 사고가 나도 선순위 채권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출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소송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동양생명 등은 왜 이런 위험한 대출에 손을 댄 걸까. 제대로 된 여신관리 시스템 없이 고수익을 노렸기 때문이다. 제도권 밖에 있는 미트론 거래에는 대출을 중개하는 전문 브로커 회사가 존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미트론을 중개한 P사는 고기 유통업체들의 담보가치를 평가하고 각 금융사와 접촉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역할을 했다. 중개수수료는 첫 거래의 경우 대출금의 0.3%를 받았다. 거래가 누적되면 수수료는 0.1~0.15%가 적용된다.

생명보험업계 5위권인 동양생명과 중대형 저축은행들은 깜깜이 브로커 거래만 믿고 수백~수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덜컥 빌려준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미트론 규모는 3804억원이다. 이 중 74.6% 2837억원이 연체돼 있다. 연체금액 전체를 중복 대출로 보긴 어렵지만 통상 미트론 기간이 3개월 이내인 점을 고려할 때 최종 손실 금액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캐피탈 업체들이 최소 10~20여 곳 더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까지 파악된 대출 금액만 5000억~6000억원 선”이라고 말했다.

금융사의 손실은 궁극적으로 주주 및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미 주가가 타격을 받고 있다. 5일 코스피시장에서 동양생명은 전날보다 5.51%떨어진 1만1150원으로 마감했다. 미트론 손실 가능성을 공시한 지난달 28일 이후 일주일 새 주가가 12.2%나 하락했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대손충당금 50%를 반영하면 2016년 4분기에는 962억원 적자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이체증에 날짜가 찍혀 있기 때문에 담보 우선권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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