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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의 블랙코드] 보수 논객은 왜 이 모양일까

최민우 문화부 차장

최민우
문화부 차장

진보는 말만 잘 한다고 하고, 보수는 말도 못 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애매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가부장적 질서에 젖은 우파가 ‘침묵은 금이다’를 금과옥조처럼 섬겨 온 탓일지 모르겠다. 반면 좌파는 비주류였으니, 생존하기 위해 치열한 사상투쟁을 하다 ‘말발’이 세진 게 아닐까 싶다. 여하튼 ‘보수 논객’이란 말은 곧잘 쓰지만 ‘진보 논객’이란 표현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진보라면 누구든 어지간히 말할 줄 알기에 ‘논객’ 운운할 필요가 없다. 반면 보수는 툭 하면 윽박지르고 우기기만 한다. ‘보수 논객’이란 의외로 논리 정연한 보수 인사에게 붙여 준 훈장처럼 이해됐다.

몇 안 되는 보수 논객 중 전원책 변호사는 스타로 꼽힌다. 다방면에 아는 것도 많고 논거도 설득력이 있었다. 예전엔 그도 특유의 ‘버럭’이 적지 않았다. 보수 진영에서만 “속 시원하다”며 지지받던 그가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데엔 JTBC ‘썰전’이 결정적이었다. 가끔씩 엉뚱한 예능감을 과시했고 “단두대!”를 통쾌하게 외치더니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당선까지 예측하자 젊은 층마저 ‘전스트라다무스’라며 열광했다. 그간 우파에게 씌워진 ‘꼴보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2일 ‘JTBC 신년토론’은 그가 쌓아 온 호감에 적지 않은 상처를 안겼다. 그건 이재명 성남시장과 벌인 법인세 실효세율 논쟁에서 누가 맞고 그르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 태도였다. 전 변호사는 얼굴이 벌게져 호통쳤고, 상대의 말을 가로챘으며, 사회자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진보의 ‘싸가지 없음’을 능가하는 보수의 ‘막무가내’로 비쳤다. 토론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편집’ 덕에 가려졌던 전원책의 본색이 드러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썰전’에서 하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때마침 ‘썰전’ 200회 특집 녹화가 이튿날인 3일 있었다. 제작진은 “전 변호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걸 안주 삼아 놀리며 녹화는 화기애애했다”며 “하차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보수 진영에선 ‘가짜 보수’ 논쟁이 뜨겁다. 반공과 지역주의에 기댄 가짜 보수가 설친 탓에 진짜 보수가 등장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정체성 논쟁도 나름 유의미하지만 내편 네편 갈라 싸우는 것만큼 시급한 건 보수의 자체 경쟁력 강화 아닐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논리를 다듬고, 그걸 어떤 스타일로 전달하느냐도 중요한 때다. 호통 보수는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최민우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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