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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통합적 신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김준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전 성균관대 총장

김준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전 성균관대 총장

우리 사회가 큰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올해는 민주화 30년, 1997년 외환위기 20년이 되는 해다. 경제의 지속 발전이 위협받는 가운데 기회 균등과 사회이동을 촉진해야 할 민주사회의 공정성은 뒷걸음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단발성, 개별적 위기가 아닌 융·복합적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거시적으로는 성장과 분배,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그리고 세대 간의 선순환 구조가 후퇴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확산되고 공동체 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미시적으론 저성장, 산업 구조조정, 양극화,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 청년실업, 재정 악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문제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위기로부터 극적으로 탈출시킬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2017년 한국 경제를 리셋(reset)하는 데서 그 가능성을 찾는 것이 마땅하다. 우선 정치권과 정부의 경제관을 협치의 경제관으로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거나 정치가 무분별하게 경제에 개입하는 것은 경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오히려 증폭시킨다. 정치권과 정부는 협치를 통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더불어 복합적인 리스크와 기업투자·가계소비·소득안정·고용안정 등 미시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분담할 수 있도록 민간 부문과의 협치 리더십도 발현돼야 한다.

둘째로 한국식 울타리에 갇힌 경제·사회 시스템을 변혁해야 한다.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하지 않고서는 성장잠재력과 국가경쟁력의 새로운 변곡점을 찾기 어렵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지난 20년 동안 한국 경제를 글로벌 무대로 진출시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같은 도전적인 산업구조 재편이 보이지 않는다. 기존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 산업으로의 문명사적 도전과 산업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보강해야 한다. 또한 교육, 노동, 금융, 복지 제도를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도 같이 가야 한다.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와 4차 산업혁명은 인력, 노동시장, 인간의 삶에 엄청난 질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입시의 틀 속에 갇힌 교육의 틀을 혁신하여 재능과 기술을 계발하는 창의 교육, 이를 스타트업 창업으로 연결시키는 벤처캐피털, 불평등과 취약계층을 포용할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복지 구조 등과 같은 사회 시스템 개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미래사회의 가장 큰 풍랑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제사회 전반에 확산될 자동화 물결이다. 큰 광풍이 노동시장에 불어닥칠 게 뻔하다. 더 높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하는 고용 구조의 재구조화가 절실하게 필요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노동시장 개혁과 노동유연성은 국제적으로 뒤처진 갈라파고스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고용절벽과 실업문제로 사회불평등과 양극화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용 증대와 자동화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제도 혁신과 규제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셋째 사회통합적 신(新)성장 전략으로 경제사회의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 저성장 구조가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에 대한 보다 근원적 성찰을 해야 할 국면이다.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 이후 성장을 이끌 경제 활성화에 재정과 금융을 쏟아부었지만,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정부가 주도하여 수요나 공급을 부추겨 성장을 이끄는 배타적 성장 전략으로는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현실은 사회불평등, 임금격차로 인한 소득격차, 기회불평등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덫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성장 전략과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경제성장 전략의 스펙트럼은 양을 넘어 질적인 측면으로 확대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울타리 안에 사회적·문화적 영역을 포괄해야 한다. 사회통합과 긍정적인 사회문화를 성장 전략에 접목시켜야 한다.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계층의 인적·물적 자원이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성장 에너지로서 폭넓게 참여하도록 기회의 문을 열어 주자. 사회통합과 함께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긍정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 이런 사회적 자본을 두텁게 하는 데 성장의 과실을 적극적으로 재투자하자.

87년 아일랜드에서 이루어낸 사회적 파트너십과 82년 네덜란드에서 이끌어낸 바세나르협약, 그리고 2003년 독일의 하르츠개혁은 사회통합과 대타협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내생적 성장을 도출해낸 사례다. 기회 균등과 경제 공정성을 기둥으로 한 사회통합적 신성장은 사회적 격차와 양극화를 완화하고, 취약계층을 껴안는 효과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협치의 경제관과 경제·사회 시스템의 변혁 그리고 사회통합적 신성장으로 경제·사회에 공정한 혈맥이 선순환하도록 한국 경제를 리셋해 나가야 할 2017년이다.

김준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전 성균관대 총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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