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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32.9% vs 1.1%…AI 참사 부른 밀집사육

4일 오전 세종시 전동면의 한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 닭 울음소리는커녕 사람의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AI(조류인플루엔자) 예방 방역실시·외부인 출입금지’란 플래카드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붙인 통제선만 있었다. 지난해 11월 말 세종시에서 최초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닭이 감염된 농장이다. 병아리 30만 마리를 포함해 70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했다. 이곳은 닭 한 마리당 사육 공간이 A4 용지 한 장에도 못 미칠 정도로 빽빽한 공장형 축산 농가였다. 이곳에서 AI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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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춘양면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 ‘쉴만한 농원’. 이 농원 이상근 대표는 2개 동에 총 1만2000마리의 닭을 기르고 있다. 닭은 넓은 사육 공간에서 종종걸음을 하거나 날갯짓을 하며 지냈다. 알은 연간 200~250개 정도 낳았다. 이곳에서 10여㎞ 떨어진 나주시 남평읍에서 AI에 감염된 닭이 발견됐지만 이 농장의 닭은 모두 건강했다. 이 대표는 “열악한 사육 환경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일반 양계 농가의 닭에 비해 친환경 농장의 닭은 외부 바이러스 등에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까지 AI로 살처분된 닭과 오리, 메추리는 3036만 마리에 이른다. 피해는 산란계(2245만 마리)에 집중됐다. 전국에서 사육 중이던 산란계 가운데 32.9%가 살처분됐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친환경적 사육 환경으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다. 89개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기르는 103만3000마리 산란계 가운데 살처분된 닭은 1개 농장 1만3000마리(1.1%)에 불과하다.

32.9% 대 1.1%. 어떤 방식으로 키웠느냐에 따라 AI에 대한 저항력은 달랐다. 기존의 살처분 방식과 방역체계로는 해마다 독해지는 AI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올해 AI 확산이 그 방증이다. 가축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공장식 밀집 사육과 원가 낮추기 경쟁을 반복하면 AI 대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친환경 땐 닭값 급등…“비싼 국내산, 값싼 수입산 이원화를”
장형관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방역을 제대로 못한 게 1차 원인이지만 대량 밀집 사육 환경 때문에 AI가 빠른 속도로 퍼졌다”며 “친환경 사육을 한다고 AI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AI 발생 이후 3일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2300억원(닭·계란·오리 등 가금류 합산)을 지급했다. 2003년 첫 AI 발생 이후 지금까지 닭 살처분 보상금 등으로 들어간 돈은 총 85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매몰 비용, 방역 비용 등을 더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이 들어갔다. 국민 1인당 2만원 정도 부담한 셈이다.

사실상 매년 수백억~수천억원의 예산을 살처분 등에 투입하기보다는 친환경 동물복지형 농장 지원에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동물학대 금지가 아니라 국내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는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양계산업을 친환경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걸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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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격이다. 친환경 사육으로 산업 체계를 바꾸면 닭과 달걀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최농훈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비싼 국내산과 값싼 수입산으로 가격을 자연스럽게 이원화해야 한다”며 “점점 친환경 사육 비중을 높이는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세종=이승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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