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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된 좀비 파이터 “피가 더 끓는다”

  
이제부터 싸움은 제 가족,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입니다.”
‘코리안 좀비’가 돌아왔다. 정찬성(30·코리안 좀비MMA)이 4년 만에 옥타곤(팔각형 링)에 선다. 다음달 5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04 메인이벤트가 무대다. 야심만만한 20대 파이터는 이제 한 팀의 수장이자 한 가족의 가장이 됐다. 그를 4일 서울 역삼동 코리안 좀비 MMA체육관에서 만났다.

2003년 당시 17세 고등학생 정찬성은 요리사와 격투기 선수를 놓고 진로를 고민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격투기였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옳았다. 그는 일본을 거쳐 미국 무대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맞고 맞으면서도 끝까지 주먹을 휘두르는 투지로 격투기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코리안 좀비’다. 죽어도 다시 일어나는 좀비처럼 끝까지 상대에게 달려드는 모습 때문이었다. 정찬성의 스타성을 알아본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마저 코리안 좀비 T셔츠를 직접 입고 홍보에 나설 정도다.
내달 복귀전을 갖는 정찬성은 “ 전엔 이길 생각만 했지만 가족이 생긴 지금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내달 복귀전을 갖는 정찬성은 “ 전엔 이길 생각만 했지만 가족이 생긴 지금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정찬성은 2011년 UFC 데뷔 후 승승장구했다. 레너드 가르시아를 상대로 관절기인 ‘트위스터’를 사용해 처음으로 승리한 선수가 됐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마크 호미닉을 시작 7초 만에 제압했다. 2012년 5월에는 어깨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더스틴 포이리에를 상대로 서브미션승을 거뒀다. 2013년 8월에는 한국선수 최초로 타이틀 획득에 나섰다.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31·브라질)에게 졌지만 정찬성은 멋진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위기가 찾아왔다. 정찬성은 알도전 이후 어깨 부상이 심해져 경기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는 병역부터 해결했다. 2014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정찬성은 지난해 10월 소집해제됐다. 그는 서초구청 소속으로 운동장 관리업무 등을 맡았고, 덕분에 매일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는 “감을 잃지 않는 정도로만 운동을 했다. 어깨는 완전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복무 중이던 2015년 11월 서울에서 UFC 대회가 열렸다. 정찬성은 “정말 출전하고 싶었다. 출전할 수 있다면 대전료도 전부 기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복무규정상 불가능했다. 그날 경기장에서 다른 선수들 모습을 지켜봤다. 그 어느 대회 때보다 환호성이 컸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열리는 메인이벤트에 꼭 서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4일 공개훈련 모습. [뉴시스]

사진은 4일 공개훈련 모습. [뉴시스]

정찬성의 이번 상대는 페더급(65.77㎏) 7위인 데니스 버뮤데스(31·미국)다. 버뮤데스는 UFC 전적 9승3패의 실력자다. 이 체급 3위까지 올랐던 그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다. 그는 “사실 BJ펜(전 페더급 챔피언)과 붙고 싶었다. 하지만 버뮤데스도 강한 선수고, 3년간 연습해 왔던 것들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의 인기비결은 화끈한 경기였지만 이번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재미와 승리 중 우선순위를 승리에 뒀다. 그는 “지난 3년은 승리를 위한 스파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있다. 2013년 그는 UFC와 4경기를 계약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UFC는 일반적으로 마지막 경기 직전 재계약 제안을 한다. 정찬성은 “현재 대전료가 2000만원(승리수당 2000만원 별도)이다. 반드시 승리해야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은 이렇게 해도 막 경기에 들어가면 피가 끓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과거 “멋진 경기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던 정찬성이 변한 건 자신이 이끌어야 할 팀이 생겼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겨서다. 결혼생활 4년간 두 딸을 얻었다. 또 별명을 내건 체육관과 팀을 꾸렸다. 그는 “군 복무기간 동안 수입이 전혀 없었다. 체육관 회원은 100명 정도(엘리트 선수는 15명) 된다. 하지만 돈벌이보다 나와 동료들이 운동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사실 이 동네(역삼동) 땅값 아시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TV에서 MMA 경기가 나오면 27개월 된 큰딸이 ‘아빠’라고 한다. 아빠가 되면서 많은 걸 배웠고,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진짜 내 사람들만 남았다. 그들을 위해 이기고 싶다. 예전엔 돈이 중요하지 않았다. 이젠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했다.
정찬성이 없는 사이 페더급 판도는 크게 흔들렸다. 5년 가까이 왕좌를 지켰던 알도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에게 13초 만에 무너졌다. 맥그리거가 한 체급 위인 라이트급(70.31㎏)으로 떠난 뒤 알도가 챔피언에 복귀했지만, 맥스 할러웨이(26·미국)와 앤서니 페티스(30·미국) 등이 호시탐탐 권좌를 노린다. ‘수퍼보이’ 최두호(26·부산팀매드)도 그 중 하나다. 정찬성은 “(최)두호와 대결할 일은 없을 거라 본다. 경쟁자는 아니지만 두호 덕분에 동기 부여가 된다. 알도와 재대결도 꿈꾼다”고 말했다.

화려한 복귀를 위한 준비는 끝났다. 소집해제 후 미국으로 건너가 ‘김치 파이터’ 벤 헨더슨(34·미국)과 한 달 가까이 함께 훈련했던 정찬성은 오는 21일 미국으로 가 또 한번 함께 훈련할 계획이다. 그는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그 출발을 멋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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