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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충격과 분노 유발, 대한민국 출산지도

사진=행정자치부 홈페이지

사진=행정자치부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29일 목요일 밤, 마감 도중 트위터를 열었다가 망연자실했다. 타임라인에는 분노로 가득 찬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었다. 발단은 행정자치부가 저출산 극복 대안으로 내놓은 ‘대한민국 출산지도’(사진)였다. 그 지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15~49세 사이 가임기 여성 수가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가임기 여성이 가장 많은 도시는 경기도로 그 수가 232만164명이라는 식이다. 이 지도가 발표되자 “여성이 걸어다니는 자궁이냐” “여성을 국가의 가축으로 취급하는 건가”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 포털 사이트에는 차마 끝까지 읽기 어려운 성폭력적 댓글도 줄줄이 달렸다. 그 순간, 지금 벌어진 모든 일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새벽에 마감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서도.

문득 SF영화 ‘아일랜드’(2005, 마이클 베이 감독)가 떠올랐다. 가까운 미래, 인류는 생명 연장을 위해 복제 인간을 만들어 ‘키워 낸다’.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가던 복제 인간이 세상에 호기심을 갖게 되며 본격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상에, 복제 인간의 인권을 다룬 영화 속 여자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는 날이 올 줄이야. 공포영화 같기도 하고, 블랙 코미디 장르 같기도 한 현실이었다. ‘대한민국 출산 지도’와 ‘아일랜드’가 제기하는 의문은 한 가지 지점에서 맞닿는다. ‘인간을 진정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성격·직업·가치관·종교 등 한 인간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 중 오직 생태학적 통계로만 바라보는 사람들, 여성을 번식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 혹시 한국의 일부 행정 기관은 진짜 인간마저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내 삶의 근본까지 다시 생각해 볼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저성장 시대, 20~30대는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미래를 계획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저출산 대책은 이 사회 젊은이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이를 낳을 여성이 이렇게나 많은데 다들 뭐하고 있느냐’는 식의 대처는 인간 존엄을 무시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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