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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열두 달 정겨운 풍경 슥슥, 달력 만든 농부 화가

‘농부 화가’ 김순복씨가 3일 자신이 그린 농촌의 모습이 담긴 정유년(丁酉年) 달력을 들어보이고 있다. 1월 달력 속 장작불 쬐는 강아지의 모습은 김씨가 가장 아끼는 그림이다. [해남=프리랜서 장정필]

‘농부 화가’ 김순복씨가 3일 자신이 그린 농촌의 모습이 담긴 정유년(丁酉年) 달력을 들어보이고 있다. 1월 달력 속 장작불 쬐는 강아지의 모습은 김씨가 가장 아끼는 그림이다. [해남=프리랜서 장정필]

평범한 농부가 농촌의 일상을 담은 달력을 만들었다. 주인공은 전남 해남군 현산면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김순복(59·여)씨다. 이웃들 사이에서는 이미 ‘농부 화가’로 소문나 있다. 김씨는 철에 따라 봄동·대파·호박 등 각종 작물을 키운다.

전남 해남서 유기농 농사 김순복씨
1월 시래기 삶고 8월엔 호박 따고
“고향 떠올리는 그림책 만들고파”

김씨는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 유기농 생산자 단체인 ‘한살림’과 함께 새해를 맞아 탁상용 달력을 제작했다. 달력의 왼쪽 면에는 날짜가, 오른쪽에는 김씨가 직접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 들어갔다. 모두 12장이다.

달력 속 그림들은 주로 김씨가 1년 열두 달 마을에서 직접 관찰한 주민들이나 농촌의 정겨운 풍경이다. 1월에는 장작불을 때 시래기를 삶는 모습, 3월에는 밭에 쪼그려 앉아 고추 모종을 심는 여성들, 8월에는 호박을 따는 주민들, 11월에는 김장을 하는 가족 등 모습이 담겼다.

각 그림 아래에는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짤막한 설명이 달렸다. ‘나이 먹어도 농사지을 수 있다는 것이 젤로(제일) 고맙지요’ ‘성님! 우리 사는 데가 꽃동산인디 어디로 구경가자 하시(나)요’ ‘요것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단호박을 달면 을매나(얼마나) 재밌다고’ 등 문구다. 김씨가 만든 달력은 전문가의 그림이나 사진 못지 않은 감동으로 주민과 유기농 농산물 구매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단 며칠 만에 800부가 모두 팔려나갔다. 가격은 한 부당 8000원.

그림을 배운 적 없는 김씨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14년 12월이다. 출가한 딸들이 고향집으로 보내온 색연필로 혼자서 스케치북에 이것저것 그려보며 실력을 쌓았다.

어린 시절 화가가 되려고 했지만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김씨의 실력은 하루하루 늘어갔다.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마을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김씨의 꿈은 삶에 지친 도시민들을 위해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수채화에 간단한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다.

김씨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농사일로 쌓인 피로가 모두 풀린다”며 “엄마로, 아내로, 농부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올해는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저마다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남=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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