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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부커상 받은 급진적 인본주의자 존 버거 잠들다

이민노동자 문제를 다룬 『제7의 인간』을 공동 작업한 장 모르가 2006년 찍은 존 버거. [사진 열화당]

이민노동자 문제를 다룬 『제7의 인간』을 공동 작업한 장 모르가 2006년 찍은 존 버거. [사진 열화당]

신자본주의의 빈곤을 인상적인 문장으로 고발해온 미술·사회비평가 겸 소설가 존 버거(John Berger)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앙토니의 집에서 타계했다. 90세. 버거의 아들인 이브 버거는 1년여 병석에 있던 아버지가 평온하게 잠들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 태생인 존 버거는 몇 안 남은 우리 시대의 행동하는 지성으로 꼽힌다. 1958년 발표한 첫 소설 『우리 시대의 화가』를 시작으로 3부작 『그들의 노동과 함께하였느니라』, 시각 이미지의 새 독법을 제시한 『본다는 것의 의미』 『말하기의 다른 방법』 『다른 방식으로 보기』(사진) 등으로 ‘급진적 인본주의자’란 별명을 얻었다. 72년 소설 『G』로 영국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을 때는 상금 절반을 흑인민권운동을 위해 기부하며 식민주의 착취로 조성된 부커상을 에둘러 비판해 화제가 됐다.

미술·사회비평가, 소설가로 우뚝
『다른 방식으로 보기』 등 숱한 역작
부커상 상금 절반 민권운동 기부도
3월 서울서‘존 버거 초상’전 열려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해 온 버거는 알프스 산록에서 농사일을 병행해 농부와 작가, 은둔과 참여를 아우른 독창적 삶의 태도를 보여줬다. 자신의 글쓰기를 ‘포토카피’라 이름붙이고 글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한국 문화계에 끼친 영향이 큰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20세기 미술의 신화로 추앙받던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이면을 뒤집어 보인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는 서구 화단의 주류에 경도돼 있던 미술학도들의 시각을 교정해줬다.

존 버거의 책을 10여 권 펴낸 열화당은 오는 3월 서울 자하문로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존 버거의 스케치북 그리고 그의 초상’ 전을 열면서 고인의 마지막 저서인 『담소』와 50여 년 우정으로 그의 모습을 찍어온 스위스 사진가 장 모르의 사진집 『존 버거의 초상』을 출간한다.

2008년 편집자로서 존 버거를 만난 이수정 열화당 기획실장은 “김기덕 감독의 ‘빈 집’을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너무나 적확하게 표현한 영화라고 극찬하던 고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버거는 당시 한국 독자들과 긴급한 국제적 사안들을 격의 없이 나누고 싶다면서 “모든 억압받는 이들의 일상에서 나는 패배를 모르는 절망, 체념하지 않는 절망을 체험하고 그걸 써왔다. 오직 이윤만을 경배하고 탐욕만을 부추기는 지구적 전제주의에 저항하는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자”는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버거는 “아직까지 마르크스주의자냐?”고 묻는 이에게 답했다. “자본주의가 보여준 이윤의 추구에 의해 광범위하고 극심한 파괴가 자행된 이 행성의 재난을 예고하고 분석했던 마르크스에게 어찌 주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그를 일러 미국 평론가 수전 손택은 “양심이 이르는 바에 따라 세속 세계를 이토록 주의 깊게 써낸 작가는 없었다”고 기렸다. 고인이 남긴 연대의 메시지는 그가 쓴 글의 한 대목에서 울려 퍼진다.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다시 한 번 죽으려 한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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