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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박 대통령, 삼성 합병 관여 시인한 셈” 간담회 반격

“대통령 발언은 결국 자신이 ‘삼성 합병’ 과정에 관여했다고 시인한 것에 불과합니다.”

“최씨 모녀 특혜되는 승마협 얘기
삼성 만날 때 얘기한 건 비정상적”
청와대선 적극적인 여론전 예고
“앞으로 억울한 대목 진상 가릴 것”
수사 대상자에게 가이드라인 우려
특검, 해명 계속 땐 직접 반박 검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고위 관계자가 2일 이렇게 말했다. 탄핵소추안 가결(지난해 12월 9일)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뇌물죄 의혹은)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특검팀은 2일 공식 브리핑에선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이규철 특검보)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간담회 발언을 종합해 보면 핵심은 ‘관여를 안 했다’ 또는 ‘신경을 아예 안 썼다’가 아니라 ‘정책 결정’이란 말을 빌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의견을 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또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삼성 측을 따로 만나 최순실 모녀에게 특혜가 되는 승마협회 지원 문제 얘기까지 꺼낸 건 아무리 봐도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공모라든가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대통령이 왜 대기업 측에 승마 관련 지원을 언급했는지를 비롯해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다 소상히 설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 등의 구체적인 부분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법 등을 발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에 따르면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변론성 발언이 계속될 경우 브리핑 등을 통해 직접적인 반박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련 피의자들이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맞춰 진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의 말이 수사 대상자들에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사법 방해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추가 간담회 등을 열어 탄핵 기각을 위한 여론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박 대통령이 자꾸 언론에 나서면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봐 입장 표명을 자제했는데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의 해명이 언론에 전혀 반영이 안 돼 여론만 악화됐다”며 “이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가 본격화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방어권’ 확보 차원에서 앞으로 억울한 대목은 정확히 진상을 가리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기류가 이처럼 흐르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여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현재 야당은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속전속결로 탄핵심판을 끝내라고 압력을 넣는 형국”이라며 “헌재 심리가 일방적인 여론재판으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실제로 잘못한 것 이상으로 과도하게 공격당했다’는 여론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는 이번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탄핵안을 기각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15%대 안팎으로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비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리면 헌법재판소도 심리를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선 탄핵안 반대 비율이 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청와대는 지지층 재결집의 징조로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 전체적으론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어서 청와대가 기대하는 만큼의 여론 반전이 생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초등학생·중학생만도 못한 규범 인식과 자세를 보였다”며 “언론을 상대로 어설픈 여론전을 할 게 아니라 특검팀의 대면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김정하·문현경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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