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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포스트잇 추모, 탄핵 촛불…참지 않는 ‘마이크 세대’ 등장

스마트 유권자 시대
“ 정신적·물질적으로 모두 풍족했던 세대.” 이제는 50대인 82학번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960년대 초반~70년대 초반 출생한 ‘386(아날로그)세대’를 이렇게 지칭한다. 서 교수는 “두 자릿수로 상승하는 경제성장 덕분에 취업문은 늘 열려 있었고, 20대에 직업·생계에 대한 고민보다 형이상학적 목표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모바일·SNS로 연결, 사회문제 참여
탄핵 정국선 광장집회 적극 주도
SNS서 이재명 돌풍 만든 것도 그들
“미숙한 경험, 파괴로 그칠 우려도”

“이제 나는 세상이 아주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너무 완벽해서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그런 세상에서 큰 틀의 획기적인 진보는 더 이상 없어.”(장강명 『표백』 중) 2011년 나온 소설 『표백』은 기성의 산업화·민주화 세대가 장악한 사회구조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X세대(PC통신 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70년대 중반~80년대 중반에 출생한 이들은 PC통신 ‘천리안 세대’라고도 불린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맛보며 10대를 보냈지만 20대에 외환위기(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이해 생계·취업 등의 고민에 부딪혔다. 지금의 30대가 20대 시절 들었던 다른 표현은 ‘88만원 세대’. 98학번 전용운(37·의사)씨는 “선배들은 20대에 배낭여행을 즐기러 해외로 갔지만 우리가 나가는 목적은 어학연수였다”고 회고했다.
이제 이들과 다른 20대가 출현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보고 자발적으로 나가서 촛불을 들고 어울려 목소리를 냈다.”

김준서(26·회사원)씨는 지난해 12월 3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경험을 담담하게 말했다. 김씨는 80년대 후반~90년대 후반 출생한 마이크(Mobile, Impeachment, Connection) 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교감하며, 탄핵 정국에서 촛불집회에 능동적으로 참여·주도했다.

천리안 세대는 정치·경제·문화 세력화에 실패한 탓에 386세대에 이끌려왔다. 장덕진 서울대(사회학) 교수는 “지금 30대는 87년 민주화항쟁 같은 공통된 기억이 없다 보니 세대 간 연대감이 약하고, 자신들이 만든 담론이 없다 보니 386세대가 만든 틀에 얹혀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이한 마이크(MIC) 세대가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

새해를 맞이한 마이크(MIC) 세대가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

하지만 마이크 세대는 다르다. 촛불집회에 5~6회 참석했다는 이동근(29·대학원생)씨는 “기성세대들은 우리에겐 불통의 이미지로 비쳐질 뿐”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사회학) 교수는 “20대는 과거 386세대와 같이 소수의 운동권 지도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다수가 자신들의 판단대로 움직이면서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타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 상승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 사례다. 지난해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이 시장은 모든 세대에 걸쳐 주목받지 못하는 ‘변방’의 후보였다. 하지만 대선후보군 중 가장 먼저 촛불시위에 참석한 이 시장은 20대에서부터 지지율이 치솟았고, 3040세대로 확산됐다. 리얼미터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9월 둘째 주 5.1%에 불과했던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둘째 주 16.2%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8.2%)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탄핵도 마찬가지였다. JTBC의 태블릿PC 보도 후 10월 넷째 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은 20대(58.6%)가 가장 높았다. 40대 이상 기성세대에서는 절반 이하를 밑돌았지만 결국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20대의 의견이 다른 세대로 퍼져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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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살인사건 때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피해 공감을 호소하는 20대 여성들이 붙인 포스트잇이 ‘여혐’ 문화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촉발시켰다. 지난해 5월 28일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수리공 사망 사건 때도 같은 연령대인 20대를 중심으로 추모 물결이 일면서 서울메트로 산하 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과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이란 변화를 이끌어냈다.

다만 엄태석 서원대(행정학) 교수는 “20대가 거대한 동력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동력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이전 세대보다 경험이 적다”며 “명확한 목표 설정이 없으면 창조적 파괴가 아니라 파괴로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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