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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탈당…정우택 “다른 의원도 고해성사를” 친박 압박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작은 집착과 이해를 초월해 국가와 당을 위해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대혁신의 장정에 나서면 우리가 살고 정권 재창출의 기회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정현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자진 탈당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작은 집착과 이해를 초월해 국가와 당을 위해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대혁신의 장정에 나서면 우리가 살고 정권 재창출의 기회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정현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자진 탈당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자진 탈당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사람을 청산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바뀌지 않는다. 당 대표 등이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탈당을 요구한 지 사흘 만이다.

인명진 “6일까지” 시한 준 뒤 탈당 1호
이정현 “나를 디딤돌로 당 화합을”
야당 “친박 실세 보호하려 탈당 쇼”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 핵심 10명
“쫓겨나듯 나갈 수 없다” 탈당 거부
인명진 오늘 친박 정갑윤 등과 회동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당에 탈당계를 냈다. 그는 12월 16일 정우택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경북 울릉도 등지에서 칩거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를 했던 사람으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눈물을 머금고 탈당한다”며 “직전 당 대표로서 백척간두의 상태로 당을 물려주고 걸림돌이 된다면 도리가 아니다. 정 원내대표는 저를 디딤돌 삼아 당이 화합하고 화평하도록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정현, 서청원, 최경환.

왼쪽부터 이정현, 서청원, 최경환.

옛 민주자유당 최말단 당직자 간사 병(丙)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지난해 8월 당 대표로 당선될 때만 해도 이 전 대표는 ‘무수저 대표’로 불렸다. 집안 배경이나 학맥·인맥 없이 철저히 자수성가형으로 대표가 됐다는 의미였다. 특히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 당 대표란 점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터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급류에 휘말려 그는 이렇다 할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대표직 사퇴는 물론 32년간 몸담았던 당까지 떠나게 됐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 직전까지도 당내 의원들에게 “탄핵안은 부결돼야 한다”고 호소하며 끝까지 박 대통령 곁을 지켰다.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이렇게 한 사람의 책임으로 모는데, (난) 김영삼 정권이든 이회창 체제든 이명박·박근혜 정부든 보수에 대한 신념으로 정성을 다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인명진 위원장이 1월 6일 시한으로 탈당을 요구한 대상 중 이 전 대표가 처음으로 탈당을 택하면서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들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이런 아픔을 겪지 않고서는 다시 신뢰받을 수 없다”며 “다른 의원들도 자신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 양심에 손을 얹고 국민 눈높이에서 ‘나는 얼마 정도 책임 있나’라는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청원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국회의원들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의 길’은 아니며 정치혁신이 또 다른 독선과 독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앞서 서 의원과 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 10여 명은 1일 밤 회동을 하고 “쫓겨나듯 나갈 순 없다”며 탈당 거부 입장을 정했다. 참석자인 홍문종 의원은 “인민재판 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집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맞지 않다”며 “인 위원장이 너무 한 것이란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경환 의원은 이날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몸이 불편해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인 위원장은 3일 오전 당무에 복귀해 친박계 중진인 정갑윤 의원과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이 회동은 ‘친박계 출당’ 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정병국 개혁보수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은 “모든 일엔 때가 있는데 배가 떠난 뒤에 사공을 찾는다면 무슨 소용이냐”며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비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친박 실세를 보호하기 위한 ‘탈당 쇼’”라며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까지 요구했다.

글=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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