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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매년 열던 신년음악회 못 여는 예술의전당, 무슨 일이…

작년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 태극기가 무대에 등장하는 등 정부 행사 성격이 강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작년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 태극기가 무대에 등장하는 등 정부 행사 성격이 강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사실 공연장이 신년음악회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해서 큰 사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서울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1988년 2월 문을 열었다. 이후 89년 1월 20일부터 매년 1월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음악당 리노베이션 공사를 한 2005년엔 1월 1일 서둘러 신년음악회를 연 후 곧바로 문을 닫고 공사에 들어갔을 정도다.

최순실 사태로 문체부 뒤숭숭한 탓
2014년부터 문화융성 행사로 변질
이참에 정부 손떼고 원상복귀해야

하지만 올 1월엔 신년음악회가 없다. 개관 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예술의전당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즘 상황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한 직원은 “원래 11월쯤 되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혹은 문체부에서 신년음악회 기획 회의를 열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상 열 수 없을 것 같다는 통보가 있었고 당연히 회의도 소집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물론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신년음악회는 각 공연장이 축제 분위기로 한 해를 시작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매년 1월 중에 서울 예술의전당뿐 아니라 세종문화회관, 금호아트홀을 비롯해 전국의 많은 공연장에서 열린다. 각자 정체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여주기도 한다. 또는 그저 좋은 음악을 뽑아서 들으며 기분 좋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무대다.

그런데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는 몇 년 전부터 조금 달랐다. 대통령이 참석하고, ‘열정, 나는 대한민국이 좋다’ ‘아리랑 민족, 문화로 통일을 꿈꾸다’ 같은 구호가 무대에 등장했다. 특히 2015년 신년음악회에서 애국가 제창과 함께 대통령을 비롯한 전원이 기립했을 때는 관제(管制) 행사의 정점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 해의 주제는 ‘창의와 융합으로 다져가는 문화융성’으로 국립국악원 정악단, 피아니스트, ‘슈퍼스타K’ 출신 가수 등이 한꺼번에 무대에 올랐다. 2014년 음악회의 주제도 ‘희망의 새 시대, 문화융성으로 여는 새해’였다.

문체부가 산하기관인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에 공동 주최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90년부터니 특별한 변화라 보긴 힘들다. 하지만 그때는 같은 음악회를 한 번 더 열어서 문체부가 초대권을 사용하는 식이었지 내용까지 관여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신년음악회의 기획까지 주도하기 시작한 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다.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청와대와 문체부가 아예 예술의전당을 빼놓고 모든 것을 결정해 완전한 국가 행사로 만들었다. 티켓도 일반인에게는 판매하지 않고 전석 초대로 바꿨다.

이같은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의 파행을 놓고 한 직원은 “사실 최근 몇 년 같은 신년음악회라면 꼭 열려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고 털어놨다. 청와대와 문체부는 음악회의 성격을 음악회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정부정책 홍보 행사로 만들어놓고, 이제는 그마저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용 예산은 2억원이 잡혀있다. 때문에 2월에 여는 방안,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관해 상반기 안에 개최하는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예술의전당이 정부 입김을 뺀, 정책 홍보와도 상관이 없는 음악회를 다시 만들어보는 해법이 바람직하다. 전세계에서 관광객을 끌어오는 빈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울도 해마다 질 좋은 신년음악회를 열 자격은 있으니 말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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