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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세요’ 없는 증권사 보고서 손본다는데…

#5년간 약 14만 건의 증권사 보고서 중 매도 의견은 3000여건, 그나마 국내 증권사가 낸 경우는 144건.

금감원 리서치 관행 개선 방안
목표가 뻥튀기에 ‘매수’ 의견 홍수
실제 주가와 비교, 사후 관리 방침
해당 기업 반발에 실효성은 의문

#한미약품에 대한 17개 증권사 목표주가는 약 57만6500원, 그러나 실제 주가(2일 종가)는 28만4500원.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의 현실이다.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매도 의견과 ‘뻥튀기’ 목표주가. 이런 증권사의 고질적인 관행에 금융당국이 손을 댔다. 보고서의 목표주가와 실제주가가 얼마나 다른지를 명확한 숫자로 표시하고, 애널리스트 연봉을 영업 기여도가 아닌 보고서 품질로 결정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2일 내놓은 ‘국내 증권사 리서치 관행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의 골자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관행은 매도 보고서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5년간 증권사 40여 곳에서 작성한 보고서 13만9826건 가운데 매도 보고서는 2.2%에 그쳤다.
국내 증권사로 한정하면 비중은 0.1%로 준다. 국내 증권사 17곳은 지난 5년간 매도 보고서를 단 한 차례도 내지 않았다.

목표주가 부풀리기도 심각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현재 증권사 3곳 이상이 투자의견을 낸 기업 중 목표주가와 실제주가가 60% 이상 차이 나는 종목이 26개에 달했다. 증권사 16곳이 목표주가를 내놓은 BGF리테일(편의점 ‘CU’ 운영)은 실제 주가(지난달 29일 종가)는 8만1800원인데 목표주가는 17만7000원이다.

목표주가가 이렇게 높다 보니 매도 보고서가 나오기 어렵다. 매도 보고서는 통상 실제 주가보다 목표주가가 낮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목표주가를 반토막 낸다고 해도 실제 주가보다는 높으니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다.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30일 8500억 원대의 기술 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냈다. 전날에는 1조 원대의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했다. 전날 호재성 공시만 보고 보고서를 낸 현대증권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122만원으로 올렸다가, 악재성 공시에 10월 4일엔 목표주가를 51만원 깎은 71만원으로 고쳤다. 하지만 그날 실제 주가(47만1000원)보다는 목표주가가 50% 넘게 높다 보니 투자의견은 ‘BUY(매수)’를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4일 이후 한미약품에 대한 보고서를 낸 17개 증권사 가운데 매수 의견을 낸 곳은 16곳. 단 한 곳(동부증권)만 ‘HOLD(보유)’ 의견을 내놨다.
금감원이 내놓은 개선 방안은 일단, 목표주가와 실제주가가 얼마나 다른지를 숫자로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도 과거 2년간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를 그래프로 표기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래프의 세로 가격 축의 단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별로 나지 않게 만드는 등 왜곡이 심하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 제시 시점 이후 6개월~1년의 주가를 실제 주가로 정의하고,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를 수치화해 보고서에 명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또, 애널리스트가 자신의 연봉 때문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애널리스트 보수 산정 기준을 개선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보고서 자체의 품질보다는 법인영업 실적에 얼마나 도움을 줬느냐가 연봉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장준경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증권사 내부 규정으로 보고서의 품질 등을 애널리스트 연봉 결정 기준으로 마련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지난해 8월 설립된 갈등조정위원회의 역할도 확대했다. 갈등조정위원회는 금감원, 금융투자협회,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4자간 협의체’로 구성된다.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보고서로 갈등을 빚은 애널리스트와 해당 기업 등 당사자 양자의 신청이 있어야만 갈등조정절차가 개시됐다. 한계 탓인지 그간 단 한 건의 조정신청 사례도 없었다. 앞으로는 4자간 협의체가 직권으로 조정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또, 증권사 내부에 리서치 보고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투자의견이 바뀌거나 목표주가가 10% 이상 달라질 경우 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계보다 국내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가 없다고 하는데 외국계 리포트는 돈 내고 사 보는 고객에게만 제공된다”며 “아무나 볼 수 있는 국내 보고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한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가 현대차 매도 보고서를 냈다가 출입금지를 당해 아예 업종 애널리스트를 그만둔 적이 있었다”며 “기업이 부정적 보고서에 대해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 기업들이 부정적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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