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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러브콜' 보내는 미국 국방부

실리콘밸리의 주요 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 참석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사진 테크크런치]

실리콘밸리의 주요 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 참석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사진 테크크런치]

지난 9월 미 국방방관 애슈턴 카터가 정보기술(IT) 전문지 테크크런치가 주최하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 참석했다. 미국의 주요 스타트업이 대거 참여하는 실리콘밸리 최대 행사 중의 하나다. 카터 장관은 이 행사에서 “실리콘밸리와 미 국방부 간 신뢰를 구축하고, 최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를 희망한다”며 “실리콘밸리의 유능한 인재들을 국가안보 프로젝트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밖에도 에릭 슈미트 구글 알파벳 회장 등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를 만나며 국방부와 실리콘밸리 기업가들 간 다리를 잇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31일 테크크런치ㆍ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외신과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등에 따르면 카터 장관 이전의 미 국방장관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카터 장관의 실리콘밸리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인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 그간 소원해진 실리콘밸리와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제스처다. 지난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과 감청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이후 실리콘밸리와 국방부 간 관계는 급격히 멀어졌다.

좀 더 들여다보면 이 같은 관계 복원 외에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기술을 군사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숨어있다. 현대전(戰)에서는 무인 드론이 하늘에서 폭격을 가하고, 사이버 테러로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며, 가상현실 기술을 군사 훈련에 활용하는 등 IT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각종 센서를 부착한 로봇과 군사용 차량, 감시ㆍ정찰 장비를 장착한 항공기ㆍ선박 등 현대전에 쓰이는 모든 장비에 IT기술이 녹아 있다. 앞으로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실리콘밸리의 IT기술이 절실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미 국방부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10여 곳을 찾아 무기화가 가능한 기술쇼핑을 한 사실이 뒤늦게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방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군사 R&D예산은 1980년대 중반만 해도 전세계 R&D 자금의 절반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그 비중이 1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실리콘밸리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의 각종 프로젝트ㆍR&D 자금을 끌어다 쓸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벤처캐피탈ㆍ엑셀러레이터의 자금 ‘실탄’을 기반으로 자생력을 갖춘 실리콘밸리로 최첨단 군사장비 및 기술 개발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미 국방부와 실리콘밸리는 오랜 동반자 관계였다. 스탠퍼드대 스티브 블랭크 교수는 ‘실리콘밸리 비사’에서 “미 국방부의 후원을 받은 마이크로파(극초단파) 개발업체들이 모여 지금의 실리콘밸리의 원조가 됐다”며 “1950~60년대엔 실리콘밸리가 마이크로웨이브밸리로 불렸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체제에서 국방부는 실리콘밸리와 손을 잡고 구 소련과 군사력 경쟁을 벌였다. 록히드 마틴ㆍ제너럴 다이나믹스 등 세계적인 방위산업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후에는 우주항공ㆍ전자장비 분야에서 머리를 맞댔다. 휴렛패커드 창업자인 데이비드 패커드는 닉슨 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바 있다. 9ㆍ11테러 이후에는 서로 경험 있는 전문 인력을 주고받으며 사이버보안 분야를 큰 산업으로 성장시켰다. 페이스북의 최고보안책임자(CSO)였던 막스 켈리는 2010년 미 국가안보국으로 자리를 옮겼고, 반대로 국가안보국에서 일하던 제이 카플란과 마크 커는 2012년 시낵이란 사이버보안 업체를 창업했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정부의 사생활 감시에 협력한다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정부와의 선 긋기에 나서며 둘의 사이는 소원해졌다.

최근 미 국방부의 잇단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반응은 여전히 무덤덤하다. 빠른 속도에 익숙한 실리콘밸리의 젊은 혁신가들이 구태를 답습하는 정부의 관료주의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서한승 팀장은 “자유롭고 진보적인 실리콘밸리의 문화, 반전ㆍ평화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합쳐진 결과”라며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미온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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