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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탑건, 5~7㎞ 상공서 반경 4m 내 지상 목표물 ‘백발백중’

육·해·공군 명사수들
“Revving up your engine. Listen to her howling roar(엔진을 작동시키고, 전투기의 굉음을 들어보라).”

‘탑건’ 김학선 소령
야간전투 등 1000점 만점에 995점
비행 전날 금주, 부부 생활 삼가

‘탑헬리건’ 정상근 준위
토우미사일 등 7종목 중 5개 1위
시속 120㎞로 날아가는 표적 맞혀

‘최우수전투함’ 양만춘함
시속 40㎞로 고속기동을 하면서
함포로 시속 300㎞ 대공표적 명중

1987년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탑건(Top Gun)’의 배경음악 가사 중 일부다. 미국 가수 케니 로긴스의 ‘데인저 존(Danger zone)’이 흐를 때 F-14 톰캣 전투기가 항공모함을 박차고 이륙한다. 이 영화는 까칠한 F-14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의 조종학교 시절 훈련과 사랑 등을 소재로 했다. 톰 크루즈는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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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공군 탑건 김학선 소령이 조종하는 F-15K 전투기는 최신 항법 및 조준장비(타이거아이) 등을 갖춰 주·야간 정밀 폭격이 가능하다. F-15K가 MK-82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사진 공군]

2016년 공군 탑건 김학선 소령이 조종하는 F-15K 전투기는 최신 항법 및 조준장비(타이거아이) 등을 갖춰 주·야간 정밀 폭격이 가능하다. F-15K가 MK-82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사진 공군]

영화 탑건을 보고 실제 전투기 조종사의 꿈을 키운 이도 여럿이다. 올해 한국 공군의 최우수 사격 조종사(탑건)에 선발된 김학선(36·공사 51기) 소령도 그중 한 명이다. 김 소령은 지난 10월 4일부터 19일까지 열린 ‘2016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탑건으로 선발됐다. 60년 공군사격대회란 이름으로 시작된 보라매 공중사격대회(94년부터 현재 명칭 사용)는 매년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기량을 겨뤄 최우수 사격 조종사를 선발하는 행사다. 김성덕 공군 공보팀장(중령)은 “영화 속 탑건은 미국 조종학교에서 졸업 성적이 가장 우수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칭호다. 반면 한국 공군은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최고득점을 한 전투기 부문의 최우수 조종사를 탑건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공군은 당초 ‘최우수 조종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영화 탑건이 인기를 얻은 직후인 88년부터 최고 명사수에 대한 호칭을 탑건으로 바꿨다.
공군 탑건 김학선 소령

공군 탑건 김학선 소령

올해엔 150여 명의 조종사가 한국 공군의 주력인 F-15K와 KF-16을 비롯해 KF-16PBU, FA-50, F-4, F-5 전투기 등을 몰고 자웅을 겨뤘다. 영화와의 차이점은 활주로가 항공모함이 아닌 지상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공군만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 관계자는 “전투기를 몰면서 적을 타격하는 고난도의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것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공군은 올해 탑건을 뽑는 전투기 부문 경연에서 크게 3가지 분야를 평가했다. ▶5~7㎞ 상공에서의 지상 목표물 타격 ▶적기와의 공대공 교전 ▶야간 긴급 출격 등이다. 김성덕 팀장은 “사전에 지정해 놓은 지상의 공격 목표물뿐만 아니라 공중전, 야간 출격 등 종합 전투기량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김 소령은 6㎞ 상공에서 반경 4m 안의 지상 목표물에 폭탄을 정확히 떨어뜨리는 등 1000점 만점에 995점을 받았다.

2003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김 소령은 2007년부터 F-15K 전투기만 1300여 시간을 몰았다. 탑건인 그도 여느 조종사들과 마찬가지로 병아리 조종사(공군에선 ‘메추리’라고 호칭) 시절이 있었다. T-41B, KT-1, T-38 훈련기를 몰며 초등·중등·고등훈련 조종사를 거친 뒤에야 전투기 조종사의 꿈을 이뤘다.

상공에서 고속으로 기동하는 조종사들은 수시로 인간의 한계와 싸워야 한다. 음속의 2배 이상으로 기동하며 체감하는 최고 압력은 중력의 9배(9G)에 이른다. 여객기가 이륙할 때가 1.2G, 롤러코스터가 2.5~3G인 점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이다. 머리의 피가 아래로 쏠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으면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조종사들은 복부와 다리를 공기로 감싸 혈액의 하강을 막도록 고안된 G-수트를 입는다.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평균 몸값은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사관학교 시절부터 주력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소령 때까지의 양성비용이 그렇다. 물론 항공기 기름값과 감가상각비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몸무게 67㎏인 김 소령의 경우 1g에 14만9253.73원인 셈이다. 지난 29일 금 1g의 가격이 4만4489.4원(매매 기준율)인 점을 감안하면 김 소령의 몸값은 금의 3배를 훌쩍 넘는다. 금값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셈이다.

그렇다 보니 조종사들은 귀하신 몸이다. 간밤에 악몽을 꾸거나 컨디션이 나쁠 경우 보고를 하면 비행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비행 전날에 금주는 물론이고 부부간 접촉도 삼간다고 한다. 비행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매버릭이 절친 동료 구즈(앤서니 에드워즈)의 사망으로 방황하다가 탑건을 놓친 것처럼 김 소령 역시 훈련 중 순직한 선배를 보며 조종간을 놓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작전 중 2개의 엔진 중 하나가 꺼지는(Engine Flame Out) 위기 상황을 겪기도 했다.
육군 최우수 공격헬기 조종사에 선발된 정상근 준위는 특전사 출신이다. 그가 조종하는 기종인 AH-1S(코브라) 헬기가 미사일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교란탄(플레어)을 쏘고 있다. [사진 육군]

육군 최우수 공격헬기 조종사에 선발된 정상근 준위는 특전사 출신이다. 그가 조종하는 기종인 AH-1S(코브라) 헬기가 미사일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교란탄(플레어)을 쏘고 있다. [사진 육군]

명칭은 다르지만 육군과 해군 역시 해마다 최고의 명사수를 가린다. 육군은 지난 20일 경기도 이천시 항공작전사령부에서 올해 최고의 공격헬기 조종사 시상식을 했다. 탑(top)·헬리콥터(helicopter)·사격수(gunner)를 합쳐 ‘탑 헬리건(Top-Heligun)’이라고 부른다. 89년 시작된 탑 헬리건 선발은 공격헬기 조종사들의 사격 실력을 겨루는 장이다. 2.75인치 로켓 제자리 사격, 2.75인치 로켓 전진 사격, 20㎜건(gun) 공대지 사격, 20㎜건 공대공 사격, 토우미사일 주간 및 야간 사격, 전술운용 사격 등 7과목이 대상이다. 지상 목표물은 물론이고 시속 120㎞로 날아가는 폭 45㎝, 길이 4m의 공중 이동 표적도 맞혀야 한다.
정상근 준위

정상근 준위

올해는 10월 10일부터 2주간 진행된 평가에서 7종목 중 5개에서 1위를 차지한 정상근 준위가 탑 헬리건이 됐다. 정 준위는 코브라 헬기로 불리는 AH-1S의 교관 조종사다. 코브라 헬기는 아파치 헬기와 마찬가지로 2명의 조종사가 앞뒤로 앉는다. 전방석은 사격을, 후방은 조종을 담당한다. 3700시간 동안 헬기 조종간을 잡은 베테랑인 정 준위는 대회 참가를 위해 이번에 전방석에 앉았다. 정 준위는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꿨지만 집안 사정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특전사 부사관이 됐다”며 “특전사 시절 낙하를 위해 탑승했던 헬기의 조종석을 보고 공격헬기 조종사에 지원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해군은 지난 9~10월 함포로 적의 항공기와 함정을 공격하는 사격대회를 열었다. 포술 최우수 전투함(바다의 탑건)으로 선정된 양만춘함이 해상 기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해군은 지난 9~10월 함포로 적의 항공기와 함정을 공격하는 사격대회를 열었다. 포술 최우수 전투함(바다의 탑건)으로 선정된 양만춘함이 해상 기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올해 바다의 탑건은 해군 1함대 소속 한국형 구축함(DDH-1·3200t)인 양만춘함이 뽑혔다. 이 대회는 초계함 이상의 전투함정을 대상으로 열린다. 함포를 이용해 대공·대함 평가사격을 실시한다. 바다의 탑건은 다른 말로 ‘포술 최우수 전투함’이라고 부른다. 장욱 해군 공보팀장은 “각 함대 및 전단 사격대회에서 부대 대표로 선발된 함정들이 9월 말~10월 말 사격대회에 참가했다”며 “시속 40㎞로 고속기동을 하면서 시속 300㎞로 날아가는 대공 표적을 함포로 공격하는 대공 사격과 5인치 또는 76㎜ 함포로 최대사거리 사격 후 표적에 근접해 2차 사격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함포 사격 장면. [사진 해군]

함포 사격 장면. [사진 해군]

그러면서 “88년 처음 시행된 이래 해군의 함포 사격술 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군은 30일 바다의 탑건 양만춘함을 비롯해 포술 우수 전투함인 안동함(초계함·1000t급), 포술 우수 고속함인 황도현함(PKG·400t급), 포술 우수 고속정 편대인 1함대 137고속정 편대(PKM·130t급)에 대해 시상을 했다.

 
[S BOX] 최근 10년 ‘탑건’에 뽑힌 조종사 10명 중 8명은 소령
최근 10년 동안 공군 최고의 명사수인 탑건에 뽑힌 조종사의 계급은 대부분 소령이다. 2007년(이우범 대위)과 2008년(박문범 대위)을 제외하고 10명 중 8명이 소령이었다. 공군 관계자는 “대회 참가자가 대부분 소령과 대위인 데다 이들이 한창 조종사로서 물이 오른 시기”라며 “중령부터는 관리자의 길을 걷다 보니 소령들의 활약이 크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한 여러 기종의 전투기 중 한국 공군의 주력인 F-15K와 KF-16이 각각 6차례, 4차례 탑건에 올랐다. F-15K는 아시아 최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성능을 갖춘 전투기다. 2대의 엔진을 탑재해 음속의 2.5배에 달하는 속도를 낼 뿐만 아니라 10t 가까운 무기를 장착할 수도 있다. 레이더와 사격통제장치 등 항공전자장비 역시 최신형이다. 이로 인해 대회에서 줄곧 우수한 성적을 내왔다.

하지만 도입한 지 30년 안팎이 된 KF-16의 선전은 눈여겨볼 만하다. 최신예 전투기와 어깨를 겨룰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덕 공군 공보팀장은 “F-15K와 KF-16이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은 현대전에서는 무기의 성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과 유능한 조종사의 경우 장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2018년부터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스텔스 전투기 F-35A 4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F-35A가 전력화를 마치면 탑건 자리를 놓고 KF-16, F-15K 등과 함께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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