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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롤드컵’ 챔피언 이상혁 연봉 30억…최형우도 안 부러워

e스포츠 급성장, 몸값 뛰는 프로게이머
#직장인 김종서(34)씨는 요즘 PC 온라인게임 ‘오버워치’에 푹 빠졌다. 퇴근 후 친구들과 같은 시간대에 접속해 게임을 하며 채팅을 하는 낙으로 지낸다. 친구들이 바빠 함께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날에는 유튜브로 게임 방송을 시청한다. 개인방송운영자가 중계하는 프로게임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2016’ 결승전. 입장권은 판매 45분 만에 1만5000석 전석이 매진됐다. [사진 라이엇게임스]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2016’ 결승전. 입장권은 판매 45분 만에 1만5000석 전석이 매진됐다. [사진 라이엇게임스]

e스포츠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0년 전 PC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이후 주춤했던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시발점은 2011년 출시된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다. 롤은 월간 플레이어 수 1억 명 이상을 기록하며 전 세계 게이머에게 사랑받는 인기 게임이다. 최근에는 오버워치까지 가세했다.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로 유명한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지난 5월 선보인 오버워치는 전 세계 1500만 명의 플레이어를 확보하고 있다.

프로팀 게이머 평균 연봉 6772만원
1억원 이상 받는 선수도 10명 넘어
롤드컵 우승상금 24억, K리그의 4배

e스포츠 산업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롤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의 경우 총상금 60억원, 생중계 누적 시청자 4억 명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한 달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2011년 시작된 롤드컵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롤드컵에서 우승한 SK텔레콤 T1 선수단과 이상혁 선수(맨 오른쪽). [사진 라이엇게임스]

올 롤드컵에서 우승한 SK텔레콤 T1 선수단과 이상혁 선수(맨 오른쪽). [사진 라이엇게임스]

올해 롤드컵 결승전에서는 SK텔레콤의 프로게임단 T1이 삼성 갤럭시를 누르고 우승했다. T1은 2013·2015년에 이어 사상 첫 롤드컵 3회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국내 프로게임단은 비시즌 기간을 맞아 최근 소속 선수들과 연봉 협상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이상혁(20·활동명 ‘페이커’) 선수는 e스포츠 사상 최고 대우를 받으며 소속 팀인 T1과 재계약을 끝내기도 했다. 현재 활동 중인 롤 선수 가운데 최고의 실력자로 꼽히는 이상혁은 중국·유럽 등 해외 게임단도 탐내는 유명 선수다. 정확한 계약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e스포츠 업계에서는 이 선수가 최소 3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최고 수준의 프로야구 선수와 비견될 정도의 연봉을 제시했다”며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현재 한국에는 SK텔레콤 T1, 삼성 갤럭시, KT 롤스터, 진에어 그린윙스, 아프리카 프릭스 등 10여 개의 프로게임단이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는 150여 명, 아마추어 게이머도 4000여 명이나 된다. 프로게임단 소속 프로게이머 40명의 평균 연봉은 6772만원으로, 1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도 10명이 넘는다.
롤을 만든 미국의 게임 개발업체 ‘라이엇게임스’는 프로게이머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최저연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각 프로게임단에서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 선수 5명은 최소 2000만원의 연봉을 보장받는다. 최저연봉 기준으로는 프로축구(2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선수들은 연봉과 별도로 우승상금과 인센티브도 받는다. 올해 롤드컵 우승팀인 T1은 상금으로 204만 달러(약 24억원)를 손에 쥐었다. 프로축구 K리그(우승상금 5억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우승상금 20억7000만원)보다 많다.
억대 연봉을 받는 유명 프로게이머도 일상생활은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팀워크가 중요한 경기인 만큼 시즌 기간인 1~10월까지는 대부분 게임단에서 운영하는 합숙소에서 생활한다. 합숙생활은 단조롭다. 오전 10시에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나면 정오부터 오후 8~10시까지 연습을 한다. 경기가 임박했을 때는 오전 3~4시까지 15시간 이상 연습에 매달리며 강행군을 하기도 한다.

2013년 17세의 나이에 T1 롤팀 창단 멤버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상혁 선수는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좋은 성적이 나오다 보니 욕심이 생겨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 등 사회적 편견은 여전
전직 게이머 “가족 반대로 몰래 출전”
“유망 문화산업으로 재평가” 의견도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선수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전직 프로게이머이자 유일한 프로게임단 여성 감독이었던 김가을(38) 삼성 갤럭시 게임단 사무국장은 “게임을 시작할 당시 가족의 반대가 두려워 학업을 핑계로 몰래 대회에 출전했고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깔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며 국내에서는 여전히 e스포츠도 유해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최근에는 게임을 유망한 문화 산업의 하나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롤드컵 결승전은 전 세계에서 약 440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25년 만에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던 ‘2016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7차전(4000만 명)의 기록을 앞서는 것이다. SK텔레콤은 T1 우승을 통해 올해 최소 250억원 이상의 브랜드 광고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롤드컵 3회 우승팀 T1 가치 700억
프로야구 구단 NC다이노스와 비슷
구단주 SK텔레콤, 250억 광고 효과
지난 10월 ‘롤드컵’ 4강전에서 유럽 H2K와 맞붙은 삼성 갤럭시 선수들. [사진 라이엇게임스]

지난 10월 ‘롤드컵’ 4강전에서 유럽 H2K와 맞붙은 삼성 갤럭시 선수들. [사진 라이엇게임스]

국내 스포츠 마케팅 전문기업 ‘스포츠인텔리전스’에 따르면 T1의 구단 가치는 지난해 9월 기준 509억원 수준이며 우승 효과와 e스포츠 산업의 성장세 등을 반영할 경우 700억~800억원대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구단 가치가 약 75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프로게임단의 가치가 프로야구 구단의 가치와 맞먹는 것이다. 스포츠 구단 가치를 측정할 때 경기장과 연고지가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설 가치를 제외한 순수 구단의 가치는 오히려 프로게임단이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에는 미디어 플랫폼의 게임방송이 아닌 정식 방송 채널을 통해 e스포츠 중계가 진행되는 경우도 늘었다. 게임 중계 플랫폼인 ‘트위치’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청자들의 e스포츠 시청시간이 8억3709만 시간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TV 등 미디어 플랫폼 업체들은 인기 게임리그의 판권을 확보하거나 직접 게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ESPN 등 전통적인 스포츠 채널도 젊은 시청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정규 방송시간대를 할애해 롤, 스타크래프트2 등 주요 e스포츠대회를 중계하고 있다.

e스포츠 연평균 30% 성장 전망
축구 구단 맨유·발렌시아도 팀 창단
중국·일본은 한국 선수 영입 경쟁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뉴주는 올해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4억9300만 달러(약 5900억원)로 집계한다. 2019년에는 시장 규모 11억 달러까지 성장하는 등 연평균 30%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를 눈여겨본 전통 스포츠 구단은 직접 e스포츠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의 명문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 시티(영국), 발렌시아(스페인),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샬케04(독일) 등은 프로게임단을 인수 또는 창단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구단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농구선수 샤킬 오닐, 전 메이저리거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도 프로게임팀을 인수하거나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e스포츠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장경환·이지훈·임재현 등 한국의 주요 프로게임 선수들을 영입했다. 중국 게임 업계에서는 자국의 e스포츠 팬을 약 1억70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e프로스포츠연맹(JPeF)을 설립한 일본도 롤 프로리그를 만들고 한국 선수와 코치를 영입하는 등 e스포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S BOX] 롤 게임, 팀원 5명 포지션별 상대와 격돌…협업이 승부 좌우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는 각각 5명으로 이뤄진 ‘레드’와 ‘블루’ 두 팀이 대결하는 PC 온라인게임이다.

각 게이머는 자신의 아바타(분신)를 정한 후 숲속 괴물을 사냥하고, 적의 방어진을 부수고, 상대 아바타를 제압하면 된다. 팀원 5명의 협업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아바타로는 110여 개의 캐릭터가 있어 게임 참가자들 각각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축구에 포지션별로 포워드·미드필더·수비수·골키퍼 등이 있듯 롤에서도 팀원들은 ‘톱’ ‘미드’ ‘정글’ ‘원거리 딜러’ ‘서포트’ 같은 포지션에 따라 움직인다. 톱은 가장 윗선에서 상대방과 대결을 벌이는 포지션이며, 미드는 게임 맵 정중앙에서 상대방과 허리 싸움을 벌인다. 정글은 게릴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대방이 모르는 사이 기습을 하며, 원거리 딜러와 서포트는 후방에서 앞에 나가 있는 같은 팀원들을 지원한다.

롤을 개발한 제작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본사를 둔 ‘라이엇게임스’다. 국내에서는 2011년 12월 롤 서비스를 시작했다. 롤은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끌어 3개월 만에 국내 전체 온라인게임 가운데 최고 점유율(PC방 이용시간 기준)을 차지했으며 현재까지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라이엇게임스는 2011년 중국의 인터넷 회사 ‘텐센트’가 약 4억 달러(약 4800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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