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세계 속으로] 28년간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세상에 하나뿐인 꽃 ‘SMAP’

일본 국민그룹 굿바이 무대
‘꽃집 앞에 놓인 여러 종류의 꽃을 보고 있었어. 사람마다 좋아하는 꽃이 있겠지만 모두 예쁘네. 이 중에서 누가 1등인지 다투지도 않아. 그런데 우리 인간은 왜 이렇게도 비교할까? 한 사람 한 사람 다른데 그중에서 1등이 되고 싶을까?’

10대 초반 6명으로 결성 후 1명 탈퇴
‘밤하늘의 저편’ 중학 교과서에 실려
2010년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 돌파

한국 아이돌 연습생 문화에 큰 영향
예능·영화서 활약 멀티 엔터테이너
소녀시대·빅뱅 등 벤치마킹해 성공

팬 37만 명 팀 존속 서명 ‘스맙 앓이’
마지막 무대 TV 시청률 23% 넘어
평론가 “스맙은 90년대 대형 아이돌”

지난 26일 밤 검은 정장에 나비 넥타이를 맨 중년 남성 5명이 노래를 열창했다. 그들의 최대 히트곡인 ‘세상에 하나뿐인 꽃(世界に一つだけの花)’이다.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주위를 감쌌다. 나카이 마사히로(中居正廣·44),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44), 이나가키 고로(稻垣吾郞·43), 구사나기 쓰요시(草剛·42·한국명 초난강), 가토리 신고(香取愼吾·39). 25년간 일본을 대표해 온 국민그룹 ‘스맙(SMAP)’ 멤버들이 31일 해산을 앞두고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무대는 후지TV 예능 프로그램 ‘스마스마(SMAPxSMAP)’를 통해 일본 전국에 방송됐다. 이날 오후 6시30분 시작돼 4시간48분 동안 특집으로 꾸며졌다. 23.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해 일본 방송 시청률 20위 안에 든다.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 울려 퍼진 오후 11시7분 순간 최고 시청률은 27.4%를 찍었다. 매년 12월 31일 방송되는 인기 프로그램 ‘NHK홍백가합전’ 제작진이 거듭 출연을 요청했지만 멤버들은 사양했다. “20년간 자신들을 정규 출연시켜 준 프로그램에서 고별 무대를 갖고 싶다”며 후지TV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이날 최종 920회 ‘스마스마’ 방송은 스맙의 지난날을 총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추억의 영상들이 펼쳐졌다. 1996년 4월 15일 1회에 등장한 멤버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이었다. 방송 한 달 만에 그룹을 탈퇴해 현재 오토바이 레이서로 활약 중인 모리 가쓰유키(森且行·42)의 당시 모습도 공개됐다. 마이클 잭슨의 깜짝 등장에 놀라는 멤버들의 표정은 미소를 짓게 했다.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마돈나 등 해외 유명 스타와 최지우·장근석 등 한류스타의 출연 영상도 소개됐다.

방송 내내 후지TV에 1만 건이 넘는 메시지가 쇄도했다. 팩스 20대가 풀가동됐다. “어려서부터 TV를 통해 즐겨 봤던 멤버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슬프다”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팬들은 생방송 출연을 기대했지만 스맙은 사전 녹화 영상만을 내보냈다. 해산 이유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일본 국민들은 올해 ‘스맙 열병’을 앓았다. 1월 13일 갑작스러운 해체 소식이 열도를 뒤흔들었다. 해체 반대 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졌다. 자민당의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당시 지방창생담당상은 “스맙의 해체가 일본 공연산업과 미디어 업계에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며 “존속을 바란다”고 말했다.

수석 매니저의 퇴사와 동반 탈퇴 문제를 놓고 불거진 내부 갈등은 닷새 만에 봉합됐다. 하지만 소속사인 쟈니즈는 지난 8월 14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스맙 멤버들과의 협의를 거듭한 끝에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국민그룹을 넘어 아시아 아이돌의 롤 모델로 성장했지만 31일 결국 뿔뿔이 흩어진다. 91년 싱글앨범 ‘캔트 스톱!!-러빙-(Can’t Stop!!-Loving-)’을 발표하며 공식 데뷔한 지 25년, 팀 결성으로 따지면 28년 만의 해체다. 세대를 초월해 독보적 인기를 누려 온 멤버 5명은 아이돌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남게 된다.
스맙의 역사는 8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성그룹 히카리겐지(光GENJI)의 백댄서 팀 ‘스케이트 보이즈’로 출발해 새 그룹을 결성했다. 쟈니즈는 멤버들을 3년가량 맹훈련시킨 뒤 첫 CD를 제작·발매했다.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콩트와 연기·요리 등을 선보이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98년 ‘밤하늘의 저편’, 2000년 ‘라이언 하트’ 등의 노래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밤하늘의 저편’은 2002년 일본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렸다. 2003년 3월에 발표한 35번째 싱글앨범 ‘세상에 하나뿐인 꽃’은 300만 장 이상 팔렸다. ‘NHK홍백가합전’에 23회 출연했다. 데뷔 10주년이던 2001년 일본인 아티스트 사상 최초로 ‘5대 돔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도쿄·나고야·후쿠오카·오사카·삿포로의 모든 돔 공연 티켓이 매진됐다. 2010년 라이브 공연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 돌파의 위업도 이뤘다.

스맙은 90년대 이후 한국 아이돌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쟈니즈 육성 시스템이 한국 가요계의 연습생 문화로 자리 잡았다. ‘소녀시대’와 ‘빅뱅’ 등 한국 2세대 아이돌이 성공을 거둔 것은 스맙을 벤치마킹한 덕분이란 분석도 있다. 예쁘고 잘생긴 아이돌 가수의 틀에서 벗어나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멀티 엔터테이너’의 모범을 보여줬다.

멤버들은 배우로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나카이는 2002년 영화 ‘모방범’에서 첫 주연을 맡으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 ‘아스나로 백서’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기무라는 ‘히어로(HERO)’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높은 시청률을 이끌었다. 2004년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엔 음성 출연했다. 이나가키는 ‘도쿄대학 이야기’, 가토리는 NHK 대하드라마 ‘신선조!’ 등에서 연기력을 과시했다.

한국에서도 활동했던 구사나기는 ‘초난강’이란 이름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일본에서 상영된 영화 ‘쉬리’를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2001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해 2004년 재일 한국인 바이올린 제작자의 일생을 그린 일본 드라마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의 주연을 맡았다. 노무현(2003)·이명박(2008) 전 대통령 방일 때는 TBS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일 문화 교류에 대한 의견을 한국어로 주고받았다.

일본 팬들의 ‘스맙 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팬클럽 ‘5☆SMILE’은 팀 존속을 요구하는 37만3515명의 서명부를 쟈니즈에 전달했다. 팬클럽 대표 기무라 교코(木村恭子·46)는 “스맙은 멤버들만의 것도, 소속 회사의 것도, 팬들의 것도 아니다. 서명 활동을 통해 큰 존재임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팬들의 CD 재구매 운동이 이어지면서 ‘세상에 하나뿐인 꽃’은 올해 오리콘 연간 싱글 랭킹 12위(44만 장)에 올랐다. 팬들이 고른 대표 노래 50곡을 수록한 베스트 음반 ‘SMAP 25 YEARS’는 지난 21일 첫 발매 이후 일주일 만에 66만8000장이 팔렸고 총 판매량은 102만 장을 돌파했다. 주간 앨범 랭킹 1위다. 전국 일간지에 팬들의 메시지 광고를 싣는 ‘스맙 대응원 프로젝트’에도 일본 크라우드 펀딩 사상 최대인 1만2838명이 몰렸다.

경제평론가인 오기와라 히로코(荻原博子)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90년대 초반 거품 경제가 붕괴됐지만 지금 40~60대가 된 당시 팬들은 스맙의 긍정적인 가사를 순수하게 받아들였고 ‘뭔가 잘될 것’이란 밝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스맙은 그 시대 최후의 대형 아이돌”이라고 평가했다.

고별 무대에서 다 함께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한 멤버들의 마지막 노래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래. 우리도 세상에 하나뿐인 꽃.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씨를 가졌죠. 그 꽃을 피우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면 돼. ‘넘버 원’이 되지 않아도 좋아. 원래 특별한 ‘온리 원’이니까.”
 
[S BOX] 멤버 17명이 가면 쓰고, 3D 가상 아이돌까지
 
가멘죠시

가멘죠시


‘아이돌 전국시대’란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아이돌이 활동하는 일본에선 기존에 없던 참신한 형태의 아이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멤버 17명 전원이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주목받은 여성 아이돌 그룹 ‘가멘죠시’는 지난해 1월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헤비메탈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뛰어든 3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베이비메탈’은 북미 최대의 헤비메탈 축제 ‘헤비 몬트리올’에서 공연하고 영국 록음악 전문지 록사운드로부터 “최근 메탈 그룹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찬사를 받는 등 서구 헤비메탈 음악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컴퓨터로 제작된 가상 아이돌 하쓰네 미쿠(初音ミク)는 모습을 구현해 주는 3D 영상 기술을 통해 2014년 미국에서 가수 레이디 가가와 함께 투어를 갖고 미국 토크쇼 ‘레이트 쇼’에도 출연하며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활약상을 보였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방 아이돌’의 성장도 눈에 띈다. 일본 지방 아이돌 그룹의 수는 2014년 400개에서 2016년 12월 기준 약 850개로 급증했다. 지역 주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지방 아이돌은 해당 지역에서만큼은 일반 아이돌 못지않은 사랑을 받는다. 지방 아이돌이 지방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상파TV에 데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의 인기 아이돌 하시모토 간나(橋本環奈)는 2013년 후쿠오카(福岡) 지방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공연 중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전국적인 스타로 떠오른 사례다.

이기준 기자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