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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고래 싸움, 기업 투자 길 터줘야 산다

글로벌 전망과 한국 경제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하지만 2017년 한국 경제 앞에는 확실한 것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나라 안팎의 돌출 변수에 한국 경제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나라 경제가 힘들고 우리네 삶이 고단해도 내일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른다. 30일 수출 최전선인 부산항 감만부두 컨테이너 위로 아침 햇살이 빛난다. [사진 송봉근 기자]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하지만 2017년 한국 경제 앞에는 확실한 것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나라 안팎의 돌출 변수에 한국 경제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나라 경제가 힘들고 우리네 삶이 고단해도 내일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른다. 30일 수출 최전선인 부산항 감만부두 컨테이너 위로 아침 햇살이 빛난다. [사진 송봉근 기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트럼프 리스크’ 연초 가시화
미국·중국 경제전쟁 불가피
한국은 경상흑자 위협 받아
신흥국 경제 소폭 상승 예상
유럽은 정치 불확실성 우려

2017년 정유년, 한국 경제가 처할 형세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속담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달러의 미국 환류,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 가능성, 전 세계적인 포퓰리즘 득세 등 나라 밖 움직임이 우선 심상치 않다. 불안정한 탄핵 정국과 이로 인한 한국 정치의 리더십 부재는 글로벌 변수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
달러는 기조적으로 강세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2017년에도 2~3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미국이 기준금리를 1.5%까지 올리겠지만 그 이상으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위안화는 2016년 달러 대비 6% 이상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부동산 거품과 금융권 부실채권 등 중국 경제 내부 문제가 겹친 탓이다. 특히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컸다. FT는 그러나 2017년 위안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의 안정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6년(3.1%)에 비해 소폭 상승한 3.4%로 예상했다. 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수 있는 배경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자원 수출로 먹고사는 신흥국 경제는 소폭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의 약진이 예상된다. 트럼프의 1조 달러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인프라 투자는 제도 정비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행되기는 어렵겠지만 환경규제에 묶여 있던 송유관 등 에너지 관련 투자는 당장 가능하다. 또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 옮길 예정이던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의 노골적인 압박으로 일자리를 미국 내에 남겨두는 분위기여서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협 요인도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기조가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미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의 500대 대기업은 매출액의 거의 절반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강달러가 미국의 기업 이익과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 가능한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나 2017년 하반기 이후 임금과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회복세를 보여온 유럽 경제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에서 총선과 대선이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위험도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 6.2%로 2016년(6.6%)에 비해 둔화될 전망이다. 일본 경제는 현재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주 보고 달리는 미·중 경제
트럼프는 반세계화 정서에 올라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미국과 상품무역에서 벌어들이는 무역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7%.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중국뿐 아니라 중국과 무역 생태계로 얽혀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경제에 부담이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하고,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무역수지 흑자는 전체 흑자의 52%에 달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곧바로 한국의 대중 수출에도 파급효과가 미치는 구조다. 강일구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와 투자의 부진에도 한국 경제를 유지해 온 버팀목은 GDP의 6%인 경상수지 흑자 규모”라며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고 미국이 무역 압박을 가하면 경상수지 흑자가 위협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비관주의자를 위한 2017 세계 전망’에서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예상했다. ‘트럼프는 취임식 당일 새벽 3시17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거액의 관세를 물릴 계획이라고 발표한다. 그가 취임식장인 의회로 가는 도중에 이미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 보잉 여객기 주문 취소, 아이폰 판매금지 등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한다.’

“한국경제 흔들림 없다” 메시지 줘야
 
검은 백조, 또 나오나
‘검은 백조’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2016년 글로벌 경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이 충격을 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2017년 예상하지 못할 것들(What not to expect in 2017)’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잡지가 얘기하는 ‘검은 백조’ 후보는 이렇다. 우선 미국 증시가 예상만큼 좋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효과로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들이고 채권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트럼프 재정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트럼프의 정책이 의회 논의 과정에서 힘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학적인 측면과 지지부진한 생산성을 감안할 때 트럼프 정부가 기대하는 3~4%의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채 투자도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국채 값이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유럽 투자 비중을 줄였다. 프랑스와 독일 선거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EU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패배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선에 성공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포퓰리즘이 패배하면) 유럽이 오히려 글로벌 투자의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경제호’가 갈 길은
IMF는 2017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담 가중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돼 올해 2%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미국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 도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부담을 감안해 상당 기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외부 충격에 대비하려면 나라 곳간을 잘 지켜야 한다. 재정으로 경제를 띄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관건은 투자활성화 정책이다. 정책과 정치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투자 결정에 걸림돌을 제거해줘야 한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탄핵 정국에서도 ‘경제는 평상시처럼 돌아가고 있다(Business as usual)’는 메시지를 해외투자자에게 확실하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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