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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부흥·욕망·분노·분열·투쟁·정체성…해방~1990년대 소설 속의 시대정신

한국인의 발견
최정운 지음, 미지북스
688쪽, 2만5000원

해방 이후 1990년대까지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을 통해 분석해낸 책이다. 일제강점기를 대상으로 같은 작업을 펼쳐 2013년 펴낸 『한국인의 탄생』의 후속작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저자는 “우리의 물리적 정신적 모습, 즉 사상을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료가 바로 근대소설”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동시대 사람들의 정체성을 찾아 “의식과 기억의 역사로서의 한국 현대 사상사”로 엮었다. 독창적이고 방대하면서 흥미로운 작업이다.

50년대는 생명력 잃은 ‘좀비’의 시대였다. 전쟁이 끝나고 3년이 지난 56년이 돼서야 ‘부흥’이란 말이 나왔다. 저자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1953)에서 “공동묘지 같이 을씨년스러운 폐허”였던 사회 분위기를 읽어냈다. “얼굴 흰 소녀의 죽음은 이 땅을 그간 ‘개화’로, ‘계몽’으로 이끌어온 도시 부르주아가 일상적 소나기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나약해져 사라져버리는 이야기였다.”(102쪽)

변화는 50년대 후반 시작됐다. 이 때 출간된 대부분의 소설에서 한국인은 욕망의 주체로 그려진다.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1959)은 무대가 되는 통영 자체를 욕망과 부의 고장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손창섭의 ‘잉여인간’(1958)에 등장하는 채익준은 우리 문학에서 처음 소개된 ‘분노한 한국인’이다. 특정한 대상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후 한국 사회는 4·19와 5·16을 거쳐 분열의 시대(70년대), 투쟁의 시대(80년대)로 이어진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9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근대’로 진입했다고 본다. 정체성을 만들고(하일지 『경마장 가는 길』) 민족 공동체를 복원하려는(양귀자 『천년의 사랑』, 김소진 『장석조네 사람들』)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게 그 근거다. 반세기 현대사를 소설 줄거리로 훑어나가다 보면 시대 정신의 그릇으로서 소설의 가치가 분명히 보인다. 저자의 말마따나 “쫄쫄 굶는 소설가라는 직업을 선택해” 이야깃거리를 남긴 작가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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