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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과잉해석 곤란하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일부 양보해도 큰 국익 지키는
전통적 미국 외교에서 탈피
모든 사안마다 손해 안 보려
단기적 개별적 실리외교 펼 듯

연구위원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가 이끌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은 여전히 확실치 않다. 많은 사람은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했던 외교안보에 관한 언급들, 그리고 사업가로서의 경력 등에서 그 방향을 유추하려고 노력한다. 필자는 지난 12월 중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 향후 트럼프 정부에 참여할 친구들로부터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의 관점과 트럼프 정부의 방향은 앞으로도 변화될 여지가 많이 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 그들의 생각을 아는 것은 우리 외교가 어떠한 준비와 대응을 해야 하는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우리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대해 추측하면서 그가 말한 ‘미국 우선주의’와 그의 사업가 경력으로 인한 ‘거래적 성격’을 빼놓지 않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단어와 개념이 갖는 의미에 대해선 매우 주관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 역시 미국의 이익을 우선해 왔다. 미국 외교의 목적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우선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미국의 이익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어떤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느냐에 차이가 있었다. 때로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특정 사안에 있어서 상대 국가에 양보하는, 그래서 미국에 손해가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감수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이러한 개별 사안에서도 미국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적어도 미국이 손해를 보는 외견이어서는 안 된다 라는 의미가 강하다. 특히 외교적인 목표를 위해 미국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트럼프 참모진은 과거 외교적 목표를 위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받아들이면서 미국이 결정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 미국 우선주의와 함께 거래적 성격이 등장한다. 기존의 미국 외교가 개별 사안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의 총합을 통해 어떤 정책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를 판별했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개별 사안에서 모두 미국이 이익을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하면 과거에는 판이 정리된 후 돈이 남아 있을 것 같으면 됐지만, 이제는 판마다 돈을 따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협상의 단기적 결과물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미국은 상대국보다 우월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는 양자 간 협상을 훨씬 선호하게 된다. 그들이 오바마 정부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고 개별 국가들과 양자 간 협상으로 대체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방향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국과의 무역수지 개선이다. 현재 WTO 틀 내에서 중국을 제재할 별 방법이 없으므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혹자들은 트럼프의 친러시아 정책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대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1979년 소비에트 연방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정상화한 것과 반대되는 상황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트럼프 정부의 정책들은 그러한 대전략에 따른다기보다 각 개별 외교 사안에서 미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중국 정책을 대러시아 정책과 연결시키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다. 구체적으론 대중국 강경 정책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오바마 정부와 달라질 수 있는지 여부다. 그는 김정은을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미치광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가, 김정은이 미국에 오면 대화할 수 있다고도 하는 등 대북 정책에 대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따라서 중국과 강하게 부딪히면 오히려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접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캠프 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평화협정 교환이라는 그랜드 바겐이 가능하려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검증을 북한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화 자체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협상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거래적 외교 성격으로 봐도 북한 핵문제에서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북한 정권에 대해 정권 교체와 같은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이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17년 상반기 한국 외교는 급격한 변화의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리더십 부재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피상적 접근에 기초한 추측보다 깊이 있는 분석에 기초한 대응이 더욱 절실하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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