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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연극] 괴물 같은 시대, 연극은 어디에?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2016년 한 해 한국 연극은 창조와 저항의 사이에서 통렬하게 고민했다. 구시대의 언어처럼 보였던 검열, 블랙리스트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연극인들에게 올해는 춥고 시린 계절이었다. 이즈음 연극비평도 반성한다. 비평이란 글쓰기는 작가와 텍스트에 관한 옳고 그름의 잣대로 가르는 것을 훨씬 넘어서는 일에 있어야 했다. 무대 공간에서 분투하는 연출가와 배우들처럼 자신을 경계해야 했다. 그것은 비평의 자경을 뜻한다.

이오네스코의 ‘코뿔소’


이 시대에 연극은 누구의 것인가. 근대 이후 개인과 사회를 존립하게 한 이론적 근거였던 사적 소유라는 개념처럼 연극은 무엇보다도 배우·연출가·극작가들의 개성적 사유와 언어의 집적물이다. 연극의 완성이 공연인데, 연극에 대한 해석은 작가의 의도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연극작가와 작품인 공연이 분리할 수 없는 인격적 동일체와 같다는 이론은 여기서 나왔다.

그다음은 해석의 문제다. 비평은 복수적 해석의 산물이다. 직물이라는 원래의 뜻처럼 텍스트는 여러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대화의 장이다. 연극은 개인과 사회의 집적물이고, 연극비평은 텍스트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서 부여하는 의무가 있다. 연극비평의 최대 값은 텍스트인 공연으로부터의 소외가 아니라 연극을 만드는 또 다른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관객들의 몫도 클 수밖에 없다. 작품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느냐가 우리의 몫인 셈이다. 연극과 삶의 조화, 실감 나는 연극의 존재와 사회의 실재는 이렇게 이뤄진다.
루마니아 태생의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코. 현대사회의 형이상학적 불안감을 드러내 왔다. [중앙포토]

루마니아 태생의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코. 현대사회의 형이상학적 불안감을 드러내 왔다. [중앙포토]

연극은 지금 여기의 현실보다 늘 앞서가고, 그래서 유효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연극의 철학이며 진리다.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코(1909~94)의 ‘코뿔소’를 희곡으로 다시 읽는다. 등장인물들이 일하는 법률사무소의 괴물화는 법이 철학을 잃을 때다. 이때 법은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무기가 된다. 법이 제 스스로의 종말을 이끄는 것처럼 인간은 인간의 종말을 이끄는 예비된 괴물이 된다.

억압되고 왜곡된 역사적 현실을 드러내는 것을 연극의 사명으로, 작가의 양심으로 여기고 실천했던 이오네스코는 괴물이 된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의 흔적은 지워졌고 보이는 모든 형체는 파괴되고 있다. 사람들은 아귀처럼 싸워야만 생존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사람살이와 세상이 가증과 억압으로 뒤덮인 가상의 현실처럼 보인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자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권력을 지닌 이들은 제 이익을 위해 어떤 짓도 할 것처럼 덤벼든다. 이를 위해 괴상한 논리를 내세운다. 이오네스코의 일기문인 『과거의 현재, 현재의 과거』(1968)에 나오는 내용이다.

모두 코뿔소와 같은 괴물이 된 세상, 우리는 실천적 정의가 되살아나고, 양심 있는 사람들이 생의 복판으로 돌아오는 연극을 꿈꾼다. 실용과 이익이 아닌 아름다운 교양의 연극을, 거짓이 아닌 정의의 연극을, 정치적 권력과 철학적 정신이 일치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추구하는 연극을…. 2017년 새해에 만나고 싶은 무대다.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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